1967년,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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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봄길 7 399
그 때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이다. 정말 윤복희의 옷차림은 말세라는 말을 새삼 유행시킬만큼 폭탄적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박정희는 경찰들에게 30센티 자를 중요한 치안 유지의 무기로 들려주었다.
길거리에는 남자아이들의 머리길이를 재고 여자 아이들의 치마길이를 재는 진풍경이 날마다 연출되었다. 그 결과 가난한 청년들은 별 수없이 풍기문란죄로 경찰서 유치장에서 구류를 며칠간씩 살아야했다.
종종 아이들이 집에 연락도 없이 들어오지 않으면 부모들은 지역 파출소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곤 했다. 통금위반으로 구류, 장발 단속으로 구류, 풍기문란으로 구류...참 유치장이 넘쳐나곤 했다.
가난하고 봉건적인 시절을 살며 특이하게도 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많이 품고 있었다. 당장 끼니도 잇지못하면서도 나는 그런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았다.
그렇지만 1970년도가 오기전까지 한국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자주 선정적 태도라고 경원되곤 했다. 심하면 변태적 욕망을 가진 것처럼 매도당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거의 이해가 안되겠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붉은 립스틱을 바르는 것을 화냥년들이 하는 짓이라고 수군거리곤 하였다. 색조 옷 특히 붉은 색옷을 입어도 그런 식이었다.
혹시 산자락에 빨간 색 옷을 입은 사람이 걷는 것을 보는 날에는 오늘 소나기가 오겠다 말을 하였다. 왜냐 하면 야시(여우)가 출몰하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었기때문이다. 허긴 그게 요새 기상정보보다 좀 더 정확한 것 같기도 하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내가 그랬다. 물론 피난민들이 유독 많은 영도니까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집에는 도배를 위한 벽지가 따로 없었다. 시멘트 포장지에 기름을 먹이고 그것을 벽에 붙이고 살았다. 벽에 약간이라도 색이 있는 때는 아주 드물게 농협에서 전지로 주는 달력을 받거나 회사에서 주는 캘린더를 재활용할 때였다.
그러던 시절 한 번은 너무나 아름다운 색깔들로 벽이 도배된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지...지금도 그 때의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날 환한 초여름 오후, 벽이 온통 울긋불긋 꽃들과 새며 짐승들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엄마 너무 예쁘다. 너무 예쁘다.' 하니...엄마가 약간 서글픈 듯 웃음을 지으신다. 그리고 '뭐가 좋냐.' 나즈막히 말씀하신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그 사람은 화투장을 만드는 공장들을 폐쇄시키고 인쇄된 원지들을 강탈하였다. 바로 그것이 뒤로 빠져 나와 서민들의 손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그림의 첫 경험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67년도 6학년 때 겉장이 없는 성경책을 하나 주었다. 그리고 몇장 떨어져나간 국어 콘사이스를 함께 주었다. 나는 읽고 또 읽고 콘사이스가 낡아 너덜대기까지 펼쳐보곤 하였다. 그것이 나의 중요한 교양이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는 허리 띠를 졸라매며 영화를 탐닉하였다. 그리고 혼신을 다해 오페라를 보러다녔다. 춘희, 리골레토, 카르멘, 라보엠등이 기억난다.

강원도 시골에 살면서 나는 자연적 아름다움을 누리며 산다. 그러나 나는 문화적 아름다움에 자주 목말라 있다. 변변한 영화관 하나 없는 이곳이 어떤 때는 딱해보이기만 할 때가 있다.
서전안경테를 10년 째 쓰다가 보름 전에 맘먹고 안경테를 새로 하나 샀다.(사실은 중고이다) 근데 그게 너무 젊은 사람 취향이라 머뭇거려진다. 뭐 돌체앤 가바나인가 그 브랜드이다. 가바나는 뭔 뜻인지 모르지만 돌체는 안다. 아름답고 우아하게라는 음악용어이다.
고3인 딸애가 우리 집에서 패션의 조언자이다. 동생도 오빠도 엄마도 나도 딸애에게 묻는다. 근데 아니라고 한다. 다행히 아내는 젊어 보이는게 좋다고 한다.
삶의 기쁨은 어디에 있는가? 오아시스같은 그런...꿈같이 지나치는 아름다운 여유에 있을 지도 모른다.

이제 박정희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여자 대통령도 좋지만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였던 그런 여자라면... 1967년도의 윤복희처럼 너무 튀는 것일까?
7 Comments
봄길 2007.07.05 14:21  
  두어달 전에 도메인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홈페이지가 웹호스팅을 통해 구축되면 앞으로 제 삶의 기억을 정리해서 글들을 올리려고 합니다. 그 중에 태사랑 지인들과 공유할 만한 글들을 조금씩 써보려고 합니다. '그냥 암꺼나'를 통해 글쓰기에 있어 일종의 웜업을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너무 밉게 보시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곰돌이 2007.07.05 17:41  
  홈페이지 만드시면,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봄길 2007.07.05 17:54  
  제 다른 글보기를 통해 저를 대강 살피시고 참을만하다고 여겨 곰님처럼 요청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관심을 보여줘 고맙습니다.
jjamlong 2007.07.05 19:06  
  저도 좀 알려 주세요..
덧니공주 2007.07.05 23:11  
  맨날,모르는거 있음,네이버만 찾는수준인데~
봄길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뭘배운다는게(맘만있지) 이것저것,알고싶고,하고싶은게 많다는 이유로,자꾸,게으름뱅이루 만들어서,맨날,나중에~미루고 있어요~ㅋ
좋은 자극이 된답니다........봄길님의 글은요~ㅋ
경기랑 2007.07.05 23:55  
  홈페이지 만드시면,,,,,알려 주세요,,,
한순간의빛 2007.07.08 18:32  
  저도 홈페이지 만드시면 알려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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