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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니어스>를 봤다.

필리핀 27 529

지니어스

 

 

<지니어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을 상대했던 편집자 맥스 퍼킨스와

38세에 요절한 작가 토마스 울프와의 실제 사연을 다룬 영화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작가가 되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그때 이미 작가로는 밥벌이를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나? ^^;;)

고세준이라는 필명과 완두콩출판사라는 이름도 미리 지어놓았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것도 실제로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ㅠㅠ)

1980년대의 어느 무렵, 나는 강제징집 당한 친구의 대타로 사회과학출판사에 취직을 했다.

첫 직장이었다. 드디어 꿈 하나를 이룬 것이다! ^^ ​

당시 사회과학출판사는 불온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던 곳이었다.

내가 일하던 출판사에도 중앙정보부(지금의 국정원) 직원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한번은 사장과 편집장이 동시에 끌려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피라미여서 끌려가지 않았다. 국립대를 체험할 좋은 기회였는데... ㅠㅠ)

편집자가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은 한 인간의 지적 엑기스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 손을 거쳐 간 책만으로도 아마 작은 도서관 하나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 가을,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사건 이후 출판 경기가 최악이다.

IMF도 겪고 월드컵도 겪고 올림픽도 여러 번 겪어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만원 어치 팔던 서점이 3~5만원 어치를 팔고 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기분이다. 절망적이다.

출판문화는 한 사회의 지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출판이 불황이다, 인문학이 망했다, 이런 말들은 그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어느 하나만 잘 되도 문제이고 어느 하나가 못 되어도 문제이다.

모든 게 고루 잘 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이다.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보니 이명박근혜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미국이 트럼프를 대통령을 뽑았듯이 말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발 문화를 좀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4대강 개발한답시고 멀쩡한 국토를 마구 파헤쳐서 엉망으로 만들어놓거나

블랙리스트 따위로 국민들 편 가르기를 하는 대통령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정책을 뚜렷하게 내세우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문재인 후보가 출판문화 정책을 몇 가지 내놓았는데

출판를 위한 내용만 있고 출판을 위한 내용은 부족해보였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신의 학력 수준에 비해 가장 열악한 대접을 받고 있는 집단은

대학교 시간강사와 출판편집자일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이 두 집단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결사단체도 갖고 있지 못하다.

모든 이들이 골고루 존중받고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

모든 분야가 골고루 잘 되고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나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과연 누가 그런 사람일까? 그런 사람을 제대로 가려낼 안목을 나는 갖고 있는 걸까?

<지니어스>를 보고나서 문득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사는 사회에 대한 단상이 떠올라서 주절거려보았다.

 

 

27 Comments
sarnia 2017.04.16 09:05  
저는 한국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동의하는 바가 많아 조금 말씀드리자면,

그래도 트럼프는 비즈니스맨 답게 변화와 적응이 아주 빠르군요. 예측을 하기 어려운 인간형은 시간이 지나면 거꾸로 예측이 아주 쉬운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 확증하기는 어려운 정보이지만 평양측과 직접 딜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한 “가능한 모든 옵션”에는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는 물론, 북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안전보장까지가 포함되어 있고, 중국이 이 빅딜에 역할을 해 주면 환율조작국 지정과 무역적자문제를 없던 일로 해 줄 뿐 아니라 미중밀월시대를 열 수 있다는 일대전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태도변화는 미중정상회담 훨씬 이전부터 일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칼빈슨항모강습단 전단배치도까지 대문짝만하게 실어가며 전쟁위기 개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위싱턴 DC와 베이징 수뇌부는 북미간 평화정착을 위한 획기적 정책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던 중이라는 말이 됩니다.

트럼프가 박근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에게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력이 있다는 점이고, 그가 최순실처럼 애지중지하던 나바로나 배넌같은 얼치기 이념형 비전문가들을 순식간에 멀리하고, 국제감각과 보편적 사고방식을 갖춘 전통적 의미의 프로들을 친분관계가 없음에도 데려와서 결정권을 내맡길 수 있는 정도의 공익적 사고는 할 줄 안다는 반증일 겁니다.

대선 후보들 중 이런 판 흐름을 오래 전부터 (적어도 3 월 중순 이전부터) 파악했던 후보가 있었다면 새 리더로서의 자격은 일단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미국의 북폭 가능성을 진심으로 '높게' 믿었던 후보는 새 리더 자격이 없는 것이고요. 특히 가짜뉴스나 엉터리 정세판단에 부화뇌동하여  4 월 코리아반도 위기설 같은 허황된 유언비어에 부회뇌동했던 띨띨한 후보가 있었다면 당장 후보자리를 사퇴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최종 결정권자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올라오는 모든 정보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겠지요. 그것이 문화이든 국제정세이든 말이지요. 저는 한국의 대선후보들 중 누가 그런 능력을 갖춘 후보인지 잘 모르긴 합니다.
필리핀 2017.04.17 07:15  
저는 트럼프와 박근혜, 도찐개찐이라고 봅니다.
그가 속한 나라의 국가운영 시스템이 다른 것 뿐이죠.
한 개인이 제 멋대로 할 수 없는 구조 땜에 둘이 달라보이는 거죠.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자질은 도토리 키재기인 거 같아요.

근데 사니아님이 대한민국 정치를 잘 모르겠다고 하니 의외네요?
요즘은 대부분의 정보가 오픈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선거판이 벌어지면 왜곡된 정보가 횡행하는 탓에 유권자들이 쫌 헷갈리긴 하지만
사니아님은 그 정도는 걸러낼 능력이 있잖아요.^^
sarnia 2017.04.17 08:24  
정보야 넘쳐나지요. 아주 가끔은 고급정보도 얻어들을 때가 있고요.
근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뭔가를 알면 알수록 그것과 비례하여 모르는 게 점점 더 많아진다는 느낌 비슷한 거.
그러면 속으로 아, 내가 왜 이러나, 미쳤나, 치매가 오나,. 
그래서 말 수가 적어지죠.

19 대 대선, 의외의 결과에 기절초풍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론조사, 말로 드러내는 표심, 이제는 이런 거 별로 믿지 않아요.
함부로 추론하기도 어렵구요.
브렉시트, 미국대선 두 번 경험하고나서 함부로 추론 안 합니다.

트럼프 당선됐을 때 '자기는 트럼프 당선될 거 예상했다' 고 떠들었던 인간들 있잖아요..
태사랑에도 한 분 계시던데.
다 거짓말이예요.
거의 대부분 자기 희망사항과 예측을 결과가 나온 뒤에 혼동하고 하는 소리들 입니다.
필리핀 2017.04.17 08:55  
대한민국 대선... 누가 될 것이다,
이런 식의 어설픈 점쟁이 코스프레보다는
누가 되어야 한다, 는 믿음과 정의가 중요하죠...

근데 미국 대선... 트럼프가 될줄 알았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보다
트럼프가 되기를 원했다, 이러는 사람이 더 놀라워요!
cafelao 2017.04.16 18:32  
아~~~ 이 영화
저도 엄청 강한 느낌으로 본 영화에요.
신들린듯 글을 쓰던 그
그리고 능력있고 인간적이던 편집장...

그나저나
이번 대선은 저를 끝까지 고민하게 하는군요...^^
필리핀 2017.04.17 07:18  
아이고~ 아직도 고민이라니... ㅠㅠ

대통령은 구세주가 아니에요.
그중 제일 나은 사람 뽑는 겁니다.
누가 제일 나은지는
그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길을 보면 알 수 있죠.
저는 공약이나 정책 이딴 건 안 따집니다.
박근혜도 공약은 얼마나 화려했어요?

정 헷갈리면 차라리 포기하세요! ^^;;
cafelao 2017.04.19 06:53  
ㅎㅎㅎ
포기는 아니구요
흠....이번주 토욜 가족모임에서 진지하게 의견을 들어보고
가족 모두의 의견을 모아 지지후보를 통일하려합니다.
필리핀 2017.04.19 10:19  
부디 현명한 선택하셔서
지난 4년 동안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주셔요! ^---^
물에깃든달 2017.04.16 21:35  
저도 이영화 봤어용..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잔잔하고 전혀 긴장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런닝타임 내내 한번도 한눈팔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정말 감성충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원랜 이게 감상의 다였는데 필리핀님의 글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필리핀 2017.04.17 07:19  
명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볼만 하죠. ^^
명대사도 많고...
미장센이 생각보다 초라한 건 아쉬웠어요 ㅠㅠ
펀낙뻰바우 2017.04.17 15:08  
저는 아직 영화를 못 보았습니다만 필리핀님께서 극찬하신 영화이니 꼭 챙겨 보겠습니다.^^

다음 달에 저도 한국에서 투표를하는데요...저는 이미 정했습니다.^^

그나저나 3년만에 피피 섬에 들어와서 2박째 순찰 중인데 그제는 비구름 때문에 달을 제대로 못 보았는데 엊저녁엔 달이 참 밝더군요.^^

아무튼 달이 참 환했습니다.
필리핀 2017.04.17 16:07  
한국에서 펀낙님 뵈려고 했는데 제가 4월28일 출국/5월8일 귀국입니다.ㅠㅠ
아직 어디 갈지 정하지 않았는데 피피 좋은 곳 추천하시면 가볼까 합니다.^^

저도 달... 참 좋아합니다! 제가 쓴 소설이 <풀문파티>잖아요~ㅎㅎ
물에깃든달 2017.04.17 16:30  
이분들이....!!
그나저나 저는 명왕성이 좋...-  _-;
필리핀 2017.04.17 16:38  
허걱!
닉넴에 달이 있네요???
너무 노골적이에요...^^;;
물에깃든달 2017.04.17 16:43  
헉!? 그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뒤를 바꿔야하나!! 너무 중립적이지 않네요!! 제가봐도!!!
필리핀 2017.04.17 16:58  
달 좋아하는 사람끼리
풀문클럽 하나 만들어요~ ㅎㅎ
물에깃든달 2017.04.17 17:22  
필리핀// 오오 좋습니다! 그럼 제 아뒤가 달이니까 회장은 저 임니까!?ㅋㅋㅋㅋ
필리핀 2017.04.18 07:35  
회장님!
달사랑회 창립 모임은 언제 어디서 하나요??? ^-----^
물에깃든달 2017.04.18 17:45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창립모임 장소 추천받아요!!!ㅋㅋ
향고을 2017.04.19 02:23  
곰?ㅎㅎ달도 밝다.
참새하루 2017.04.17 16:55  
영화제목은 미끼요
주절거림이라는 포장으로
무거운 주제를 
훌쩍 던지시는 필리핀님은
쎈쑤쟁이?^^ ::

바야흐로 미우나 고우나
대선은 다가오고
누군가가 다음 대통령이 되겠지요

제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필리핀 2017.04.17 17:00  
영화 제목 미끼 아닌데요?
영화 얘기를 주로 하면 스포일러가 될까 봐...^^;;

참새님도 투표하시나요?
참새하루 2017.04.17 18:44  
필리핀님이 추천하신 영화인데
당근 꼭 볼 영화리스트 상위권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투표했습니다 이미 ^^

필리핀 2017.04.18 07:37  
오오! 대단하십니다
달사랑회 멤버로 인정합니다^-----^
오뜨9 2017.04.17 21:21  
필리핀님 덕분에 간만에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필리핀 2017.04.18 07:38  
앗! 보고 재미없다고 저 욕하지는 마세요
취향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오뜨9 2017.04.18 15:16  
앗 무슨.. 재미없다고 필리핀님을 욕하다니요? ㅎ
나름 합리적인 사람인데 절 너무 띄엄띄엄 보고 계셔요. 호호
포스터만 봐도 괜찮은 영화 일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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