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모코를 아세요?
이런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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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11:43
하와이에는 일본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의 영향을 받은 음식들이 꽤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냥 일본 음식인데 이름만 바꿔서 하와이 음식으로 둔갑한 경우도 있고요.
로코모코도 그런 하와이 음식 중에 하나인데 이건 그냥 함박스테이크입니다
흰쌀밥 위에 햄버거 패티를 구워 올리고 그래이비(데미글라스 소스)를 넉넉히 붓고 달걀 후라이를 얹습니다.
우리가 아는 함박스테이크와 다를 게 없지요?
카페를 운영하던 일본 여성이 일본 유학생들을 상대로 팔기 시작한 게 로코모코의 유래라고 하더라고요.
로코모코라는 음식명은 하와이 현지인을 뜻하는 로코(loco)와 화합을 뜻하는 모코(moco)를 합쳤다는 설도 있고 스페인어로 풀어 본 다른 설도 있긴한데 제가 보기엔 그냥 함박스테이크여서 이름에는 별 관심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거의 모든 하와이 음식이 그렇듯 로코모코도 미국 본토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음식이지만 쌀이 주식인 저로서는 대충 한 끼 때우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파는 곳이 없다는 거죠.)
갑자기 함박스테이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먹고 싶어서요.
미국에도 햄버거 스테이크라는 음식이 있기는 한데 가정식에 가까운 음식이라 식당에서 파는 걸 본 기억이 없고 햄버거 스테이크와 많이 비슷한 혹은 같은 음식 다른 이름으로 솔즈베리 스테이크가 있는데 이것 역시 파는 식당이 많지도 않으려니와 한국의 함박스테이크나 일본의 함바그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어 본 적이 없어요.
뭐... 없으면 만들어 먹어야죠.
(아마 제가 요리와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이런 궁즉통(窮則通)의 이유가 제일 클 듯 합니다.)
저는 함박스테이크를 만들 때 2가지 사항을 고수하는데 ①양파를 볶지 않고 그냥 갈아서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패티를 만들거나 구울 때 부셔지거나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고 구운 후에 잘라 보면 고기로만 만든 거같은 질감을 주더군요.
그리고 (다들 알고 있는 비법이겠지만) ②패티 속에 버터를 ½큰술 정도 넣어 만듭니다. 맛이 확연하게 달라져요. 혹시 육즙이 많아야 잘 만든 함박스테이크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버터를 더 넣으세요.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패티는 후라이팬에서 익혀 먹을 때가 많지만 맛은 숯불에 직화로 구운 걸 선호합니다.
(얼마 전에 숯불 화로와 숯을 샀는데 같은 고기라도 숯불에서 구운 게 조개탄이나 프로판 가스로 구운 것보다 맛도 향도 더 좋더라고요.)
소스는 후라이팬에서 구울 때는 와인 소스를 주로 만들고 숯불로 구울 때는 '유자 간장+강판에 간 무'를 준비합니다. 데미글라스 소스가 나쁜 건 아닌데 너무 익숙하다보니 싫증이 좀 나는 거 같아요.
(저의 함박스테이크 소스 선호도는 1위_유자 간장 소스, 2위_와인 소스, 3위_테리야키 소스, 4위_갈릭-베샤멜 소스, 5위_데미글라스 소스입니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알려진 하와이 음식들은 하와이언 피자처럼 파인애플이 들어간 게 많은데...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하와이 음식의 정체성(?)을 위해 일부러 파인애플을 넣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로코모코도 하와이 음식이라고 우기려면 구운 파인애플 한 조각쯤은 올려놔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공상까지 해보았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얼마 전에 한 유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 경양식집이 뭔지 모른다고 하기에 좀 놀랐습니다. 함박스테이크나 돈카츠를 파는 곳이 많아지니 이제는 경양식집이라는 개념의 식당이 크게 줄어든 모양이지요?
(한때는 경양식집이 데이트 코스의 끝판왕까지는 아니지만 그 언저리 어디쯤에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