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한테 홀렸던 모양입니다.
이런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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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10:07
제가 있는 곳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야생동물은 사슴, 여우, 기러기인데 한적한 도로나 주택가에서 자주 보입니다.
(종종 앞마당 나무 아래서 잠을 자고 가는 사슴 가족, 이 정도면 철새가 아니라 가금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회사 주차장을 떠나지 않는 기러기 무리,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어느 집 개가 나와 돌아 다니나 싶게 동네 주변에 출몰하는 여우)
여우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데 약간 큰 고양이 정도 크기더군요. 근데 꼬리는 몸통 길이만큼 길어요. 붉은 색이 도는 짙은 갈색 털이 무척 풍성해서 보이고요. 뛸 때는 그 긴 꼬리를 수평으로 세우고 움직이는데 아마 균형을 잡는데 유리할 듯 합니다.
여우는 습성인지 멀리 도망가지도 않아요. 사슴의 경우에는 안보일 때까지 뛰어가는데 여우는 20미터 정도 가서는 멈춰서서 빤히 쳐다봐요.
(여우가 많아지면서 그 많던 토끼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토끼보다 여우가 더 자주 보이는 거 같아요.)
아무튼... 며칠 전에도 여우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이 여우는 조금 다르더군요. 우선 몸집이 다른 여우들에 비해 거의 2배 정도로 컸어요. 그리고 불빛 때문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꼬리털 가장자리가 흰색이였어요. 추측컨대 나이가 좀 많은 여우가 아닐까 싶더군요.
사건은 이 여우를 본 직후에 벌어졌는데... 도로를 건넌 후에 어김없이 빤히 쳐다보는 여우, 이제껏 봤던 여우들과는 다른 덩치와 꼬리색을 보며 "특이한 여울쎄!" 하고 지나친 나, 그리고 2마일 정도 가다 보니 길을 반대로 가고 있더군요. 어이가 없었어요.
그 여우를 본 후 신호등도 없는 작은 교차로에서 가야할 방향의 반대, 즉 왔던 길로 다시 간 거였습니다. 아무리 넋을 놓고 있더라도 늘 다니는 길은 몸이 먼저 기억하게 마련인데...
문득 여우한테 홀려 길을 잃고 헤맸다는 옛날 이야기가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부디 치매의 징조가 아니길 바랄 뿐이죠. (사실 이게 은근히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