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 개판이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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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이 개판이 되더라도

sarnia 9 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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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일 중 하나는

'나는 늙으면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는 것이다.


요즘 어버이,, 뭔가 하는

인생을 크게 잘못 산 듯한 한국의 '극히 일부' 시니어들의 추레한 행동을 보면서 

한국의 주니어들이 그런 결심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근데,, 자신의 미래 모습이란 

지금 이 순간 자신 모습의 미래투사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


자신이 이 자리에서 이 순간에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에게

어떤 태도로 무슨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곰곰히 살펴보면

미래에 노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거의 가감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문과 기술은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 (개발이 아니고) 하여 배우고 익히면  

박정희 씨 말마따나 양의 질 변화법칙이 구현될 정도로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품성과 격 (quality) 은 

갈고 닦는다고 호락호락 쉽게 변화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고상해지는 거 절대 아니니

나는 늙으면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이런 결심은 사실 하나마나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결심같은 건 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보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인들 중 보편적 상식을 갖춘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가리켜 coarse fellow (천골) 이라고 부른다. 

천한 품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말이다. 


미스터 트럼프가 가진 특유의 뛰어난 비즈니스 능력이나 발군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계없이 

그는 '천골'로 찍혀 한 번 빠진 불명예의 수렁에서 영원히 탈출할 수 없을 것 처럼 보인다.   


천한 품성이란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예절이 없는 것을 말한다.

기본예절의 출발은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깊은 상처될만한 말들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 핵심 중의 핵심은 적어도 어떤 사람이 자기가 노력해서 변화시킬 수 없는 배경과 조건을 빌미로 비난하거나 조롱하거나 공격하지 않는 일이다.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비하하고 조롱하거나

여성을 여성이라고 차별하는 언행을 하거나

인종이나 피부색을 이유로 편견을 선전하거나

나이가 많음을 빗대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ageist 언행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고상하고 우아한 척 하는 사람이 전혀 아니어도

보통사람들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내가 여성이 아니더라도

내가 흑인이나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내가 노인이 아니더라도 


나와 상관없는 어떤 사람이 그런 조건을 이유로 누군가에게 공격받으면 강한 공분과 함께 그 부당한 공격을 당하는 그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향해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 

(젊디 젊은 싸르니아가 뜬금없는 늙은이 비하발언에 강한 공분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공분을 느끼는 이유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니면 내가 직접적 피해를 당해서가 아니라,,  

그런 행위가 온당하지 않은, 매우 부당한 공격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본능은 수 만 년에 걸쳐 문화적으로 축적된 인류 유전자의 소중한 유산이다. 


그런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전자가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부당한 언행'이 

공공장소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거리낌없이 당연한 듯이 횡행하는 데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생각나는대로 써서 올렸다. 



9 Comments
참새하루 2016.05.12 13:17  
늘 좋은 말씀...
바쁜 삶에서 잊고 지냈던...
sarnia님 글에서 읽고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jindalrea 2016.05.12 13:41  
어휴.. 막 글 달고 왔는데.. 지금 제 코가 석자인데..간밤에 책 한 권에 눈물콧물 다 빼서 머리가 멍~한데..
일시작 20분 전인데.. 왜 눈물이 솟구치는지 모르겠어요.
필리핀 2016.05.12 16:07  
외모, 학벌, 지역, 피부색, 나이 따위로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것들은

저는 인간 취급 안합니다. 그에 동조하는 것들도요...

물론, 남 욕하기 전에 자신부터 잘해야겠죠...
호루스 2016.05.12 16:21  
사르니아 님이 무얼 보고 그런 글을 쓴 건지 짐작은 가면서도 확신은 못하겠는데요.

그닥 나이에 따른 공격이라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거고, 그게 단지 내 부모처럼 되지말아야지 하는 발등 찍는 얘기일지라도, 스스로를 경계하는 의미로만 간다면 별반 문제없지 않을까요?

솔직히 그런 말은 반박도 편하잖아요?

'너같은 자식새끼 키운 부모 꼴이 눈에 선하다' 라구요. 그건 나이에 대한 공격이 아닌 것 같아서요.

근데 이렇게 답글 달면서도 핀트를 제대로 잡고 가는지 확신이 여전히 없네요. 그게 아니라면 미안요.
Pole™ 2016.05.12 22:19  
어떤 사람이 자기가 노력해서 변화시킬 수 없는 배경과 조건을 빌미로 비난하거나 조롱하거나 공격하지 않는 일이 기본 예절이자 대한민국 헌법11조가 보장하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정신! 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지켜지지도 않고 문제 의식도 없는 분들이 참 많죠
sarnia 2016.05.13 09:02  
이 글에는 관련자들의 반론이 없는 한 제가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호루스님의 댓글을 읽고 약간의 의견을 덧붙이려고 해요. 

나이를 포함해서,, 어떤 조건을 빌미로 한 공격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데는 글쓴이의 의도보다는 독자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글의 주제나 논리보다는 표현을 판별의 근거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구요.   
예를들어 "늙어서 그런가" 라는 표현 중 "늙어서" 라는 말 대신 흑인이어서 라든가 여자여서 라는 말을 대입해 보면 말 속에 깔린 의미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지요.
굉장히 사소하고 미세해 보이지만, 사소하거나 미세해서 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표현을 삼가거나 조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사소하고 미새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만큼 충격일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이런 배려의식은 이론과 지식으로 배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편견과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에서 터득되는 일종의 감각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 역시 충분히 편견과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란 항상 주류에 대해 반항하는 비주류가 있게 마련이지요.
한국의 일베나 미국의 트럼프 현상이 그것인데요.
저는 그런 현상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 입니다. 일종의 '못난이들의 어리광' 으로 느껴져요.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주변 (태사랑 포함) 에서 이런 비슷한 무배려가 발견되면 제가 관련되었든 아니든 일종의 공격본능이 일어납니다.
sarnia 2016.05.15 07:43  
예상과는 달리 게시판이 개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게시판이 개판되지 않도록 충심으로 자제를 부탁해 주신 어느 태사랑 회원님께 존경과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doilK 2016.05.17 22:05  
새겨듣고 갑니다 ㅠㅠ 요즘 제가 많이 느끼는것들이네요 주위에서
누리uk 2016.05.19 15:26  
좋은 말씀입니다.
트럼프를 천골이라 부르는 보편적 사고를 지닌분들이, 미국이나 한국 모두 대세일꺼라는 희망을 붙잡고 지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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