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도 힘든 겨울 -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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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도 힘든 겨울 - 봄을 기다리며

참새하루 7 291





매년 겨울이면 부엌 창가에 작은 새모이통을 달아둡니다

예전에는 뒷뜰 덤불숲 깊이 달아두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새모이값도 만만찮은데...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먹이값을 하려면 예쁜 먹는 모습이라도 보여다오...

라는 작은 심술로

모이통을 부엌 창가 앞에 달아맸습니다


처음에는 사람 그림자만 얼씬해도

도망치기 바쁘던 야생 새들이

인기척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요즘은 이웃동네 참새무리들까지

시간대 별로 돌아가면서 몰려듭니다


유독 춥고 눈이 많은 이곳 겨울나기가

작은 새들이라고 쉬울까요

그저 작은 동정심으로

힘든 겨울을 지내는  새들에게

배고픔을 달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한동안은 카르디날 같은 색상 이쁜새도 오고

다양한 핀치종류가 오더니

요즘은 아예 이동네 양아치 참새패들이 이 식당을 접수해버렸네요


그래도 이른 아침에 참새들이 떼로 와서

모이를 먹는 모습을 가까이 볼수있어서

좋았습니다


재잘 재잘 떠드는 소리가

아침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겨울 날 아침

막 계단을 내려와

아무생각없이 부엌 베란다(테라스)를 바라 보는데

아주 커다란 이상한 그림자가... 순간 놀랐습니다..

웬... 새가 이렇게 큰가?

가만 보니 큰 매 한마리가 바로 베란다 창가에 앉아 있습니다


둘다 순간 얼음...

잠시 동안 눈싸움...


제 바로 옆 1미터 지점에는 카메라가 놓여있습니다

이놈을 이순간을 찍어야 하는데...


제 눈은 마치 서부의 총잡이가 상대와 기싸움을 하는 순간처럼

카메라(총)가 적(매)를 번갈아 봅니다

침 꿀꺽

떨리는 손으로 살금 살금 카메라에 손을 뻗어서

카메라를 낚아채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매는 커다란 날개를 훌쩍이더니

너무도 가볍게 담장너머 하늘로 사라집니다..


아 ... 놓쳤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큰 야생매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도 처음이고 놀라운 일입니다

야생의 매가 이런 도심 가까운 주택가 까지 내려와

한입거리도 안될 작은 참새를 노릴 정도면

매도 무척 먹을것이 부족한가 봅니다



그 이후로 매는 제 집 주변을 돌면서

방심한 참새들을 노립니다

배고픈 참새들 역시 매가 무섭기는 하지만

먹이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목숨을 걸고 주변에서 맴돕니다


매에게나 참새에게나 참 혹독하고 배고픈 겨울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먹을거리도 많아지고

매나 참새들도 더이상 이곳에 올 필요가 없어 질테지요


어서 봄이 와서 다들 자유롭게

각자의 삶터로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이제 어디쯤 왔을까요...

유독 긴 겨울에 봄이 더욱 그리워지는 하루였습니다


7 Comments
salts 2015.03.05 21:23  
아.....      주룩
참새 매 생각에 혼자 끅끅대고 울었습니다
올려주신 글과 사진보니 눈물나고
참새하루님 손길이 따뜻해서 울컥했네요
반질반질 윤기나는 깃털이 저리도 고운데..
이쁜부리로 맘놓고 먹이먹지 못하고
그걸 노리고 바라봐야만하는 매도 가엾고.. 에휴
꽃샘추위 몰고와 어제오늘도 매서웠습니다
참 한살 더 먹을 수록 나이값못하고 눈물이 늘어요
책보다 울고 노래듣다 울고ㅋㅋㅋ 갱년기가 오는지
예전에 생전 친정엄마 드라마 보시고 눈물 닦으실제
엄마는 눈물도 많다고 핀잔주던 벌 받는가싶습니다
참새하루님 말씀처럼 혹독한 겨울 그만가고
봄이 빨리와서 훌쩍 여름이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곡밥에 나물 부럼은 많이 드셨는지요
남은 저녁시간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올려주신글 정말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참새하루 2015.03.06 20:54  
salts님 갱년기 운운하시는것 보니
저랑 비슷하신 연배인가 봅니다

나이가 들면 감성이 메말라 가는데 비해
salts님은 소녀같은 감성을 간직하고 계신듯합니다

곱고 여린 심성의 마음씨가
글에서 소복소복 느껴지는 댓글이라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좋을듯 합니다^^

salts님도 오늘 하루 평안하고
좋은 일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문댕댕댕 2015.03.06 00:49  
글 잘 봤습니다 뭔가 시무룩 해지는군요 ㅠ
참새하루 2015.03.06 20:55  
힘내지고 쓴글인데
너무 우울했는가봅니다

참새도 매도 사람도
다 살자고 하는일인데
열심히 살자구요 화이팅!!!
아케모 2015.03.06 09:25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
'우리집 길냥이 3형제(내맘대로) 는 겨울에 에미가 얼어죽어 제가 키우다시피 했지요.
근데 요즘 소문이 났는지 어중이 떠중이 왕뚜껑만한 얼굴을 한 어른 냥이들이 우리집을 기웃 거립니다.
얼마전엔 그 왕뚜껑이 우리 노랑이를 패고(?) 있더군요.
화목에 불 부치다 부지깽이 들고 뛰어나가 무찔러줬습니다.
자기보다 작은넘을 우습게 아는 자연의섭리.....
참새하루 2015.03.06 20:59  
고양이든 강아지든
자신이 키우는 생명이야
다 자식같아서
어디가서 쥐어터지면
친부모 마음처럼 열불이 나지요

아케모님 글 읽으면서
부지깽이 들고 열받아서 뛰어나가는
모습이 그대로 상상되어집니다
ㅎㅎㅎ

길양이 돌보는 아케모님
마음이야 말로 천사표입니다^^
Robbine 2015.03.07 20:09  
겨울동안 새 모이 주신다더니 매까지 먹으러 왔군요!!

근데 사진을 보니 미쿡 참새는 한국 참새랑 좀 다르게 생겼네요. 순간 참새인지 아닌지 헷갈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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