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을 성탄절이 되어버린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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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을 성탄절이 되어버린 어제.....

고구마 15 1098

태국의 남동부면의 어느 해안도시..

동그란 만에 자리잡고 있는  연식이 좀 된 숙소의  4층에 둥지를 틀고보니, 우리방은 바다를 향해서  베란다가 시원하게 나있어서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꽤나 맘에 듭니다. 

사실 물빛 자체는 좀 구려서 막 맑고 영롱하고 그렇진 않지만, 어차피 저야 뭐 해변에서 몸굽기를 할것도 아니고 물에 들어갈것도 아니어서 , 파도가 철썩이고 선착장이 길게 나있고 수평선이 한눈에 와라락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대략 만족이 되네요.

어제는 럭키문 이라고 하던데....전 이런날이 존재한다는걸 어제 처음 알았어요. 

요즘 달이 엄청 크고 밝더라니 이런 의미가 있는 날인줄은 몰랐지요. ^^

 

하여튼  불교국가이면서 이 한적한 곳에서도 나름 성탄절이라고 , 숙소에서 별 일없이 지내던 서양인들이 모두 길에 나와가지고는 식당에 모여서는 흥겹게 식사를 합니다. 분위기가 훨씬 들떠있네요. 

우리도 때마침 열린 주말 야시장도 보고  해산물로 배도 불리고  달 아래서 술도 마시고, 날이 덥지않아 파도소리의 운율에 따라 잠도 솔솔 잘오고...모든것이 잘만 굴러가는 성탄절 밤이었는데....

 

심야에 곤하게 잠든 의식을 깨우는 날카롭고 높은 쿵쾅거리는 소리가 번개처럼 울립니다. 

거칠게 고함치는 남자의 목소리, 여자의 새된 목소리 , 그리고 계속되는 콰쾅쾅~~

태국의 오래된 숙소는 방음이란게 거의 안되기도 할뿐더러, 이 집은 문위쪽을 얇은 유리창과 망으로 덧대어놔서 복도에서 나는 소리가 바로 귀에 꽃히네요. 

 

몽롱했던 의식이 점점 깨어나면서 결국은 잠이 완전히 깨버렸어요.

상황을 듣자하니 남자와 여자가 이 좋은날 마구 싸우다가, 결국엔 남자가 완력으로 여자를 문밖으로 내쫓고 문을 걸어버린거에요. 

복도에 선 태국 여성은....초반에는 영어로

"문열어 ! 경찰 불렀어. 문 열라고!!! 경찰이 올거야!!"  하면서 화를 내다가, 

그 다음에는 "이야기를 하자. 왜 아무 말이 없어. 문 열어.  talk to me" 하면서 달래보다가 

결국에는  "허니...허니..." 하면서 흑흑 울더군요.  남자는 문 안쪽에서 완전히 묵묵부답입니다.

 

그녀의 샤우팅 그녀의 분노의 문 두들김에 잠은 완전히 깨버려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이렇게 어중간하게 깨버리면 다시 잠들기도 쉽지않은데....

아~ 그러는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저는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는 

살짝 문을 열어서는 복도 상황을 체크해보려고 사부작사부작 문가로 다가가서는 철컥철컥 이중 걸쇠를 풀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 

역시나 이미 잠이 깨어서 뒤척이던 요왕이 

 

- 거기서  뭐하는거야!!  왜 문을 열려고 그래?

= 아니...뭐 내가 무슨말을 할려고 그러는게 아니고, 그냥 빼꼼히 내다보기만 할라고...도대체 어느 방에서 이러나 해서....

- 저사람들 지금 상태가 정상이 아닌거 같은데, 혹시나 너 문열고 나갔다가 저 아줌마가 뭔가 착각을 해가지고는,  "악~ 왜 내 허니방에서 너가 나와?" 그러면서 핸드백에서 뭐 꺼내서 해꼬지라도 하면 어떻하냐

= 에헤....? 뭘 그렇게까지 ...?

 

요왕은 막장드라마도 안보는데 이야기전개가 너무 급막장스럽네요. 개콘보다가 웃다가 죽는것도 아니고....

뭐 이렇게 뜬금없는 전개를.....ㅜㅜ


도대체 그칠거 같지가 않던 그 광분은,  어떤 남자의  "그만 좀 하라고!!! 그만!!" 에 의해 마감이 되었는데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방안에 있던 그녀의 매정한 허니인지, 아니면 다른 객실의 손님인지는 잘 감지가 안됩니다.모든 소리가 다 섞여서는 한통으로 들리는 바람에요...

 

참... 매정했어요. 사정은 알수없지만 그 시간에 방 밖으로 쫒아내다니....

그밤에 그녀는 울면서 사라졌는데 다시 아침에 나타났습니다. 다시 어제밤 상황의 데쟈뷰....

 

날도 밝았으니 용기를 내서 문을 열었는데... 이런~ 그들은 바로 우리 옆방이었잖아.

그런데 아이고... 문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니 신발조차도 신고있지 않네요. 

어제밤에 느꼈던 짜증이 연민으로 바뀌기도 하고, 신발도 안신긴채로 쫒아내버린 그 매정하고 못된 서양 영감도 참 나쁘단 생각이 들고... 잠을 잘 못자서 안그래도 짙은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내 얼굴도 한층 더 비루하고....

 

하여튼 우리로서는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 

- 그때 그 크리스마스날 생각나욤? 

하고 이야기하자면, 분명히 기억이 선명하게 날 그런 성탄절이 되버렸습니다요.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ㅠㅠ

 

 

15 Comments
사용해도좋은별명 2015.12.26 11:32  
판와쪽 이신가요?
달이 참 실하긴 하더군요
오늘 아침 6시조금 넘었는데도 해는 뜨는데 미처 지지 못한 큰 달이 하늘에 떠있더군요
고구마 2015.12.26 20:47  
아~ 판와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아직 한번도 못가봤어요. 여기는 후아힌 남쪽의 도시야요. ^^
돌이킬수없어요 2015.12.26 11:41  
I swear I sweet for you? (남자) 깔깔깔(여자) I swear I smooth for you?(남자) 호호호(여자)
남의 방문 앞에서 이소리만 30분 넘게 반복 하는... 밤 12시에...
참다참다 나갓더니... 서양미남에 ... 동양 미녀네요..
남자는 한번 째려봐주고... 여자는.. 저를  보며  웃어주길래..  안째려봄^^;;
고구마 2015.12.26 20:48  
어이쿠...남의 방문앞에서 그렇게 떠들다니 엄청 예의는 없는데
얼굴들은 그래도 미남 미녀 였군요. ^^
참새하루 2015.12.26 11:43  
열대의 바다에서 바라보는 크리스마스 럭키문
정말 사진으로만 봐도 부럽고 부럽네요

서양영감과 태국녀 커플의 심야 활극에
다크서클까지 내려온 고구마님의 알굴을
상상해보면서 읽었습니다

마지막의 연민어린 고구마님의 시선도
따뜻하고요

그래도 제가 요왕이라도
문여는것은 반대했을거예요
아무래도 여행중에 사건에 휘말리는것은
피하는게 여행을 책임지는 가장의 첫번째 의무니까요

해피 크리스마스
하고
곧 뉴이어일텐데
올해 새해 일출은 어느 해변에서 맞으실지요
고구마 2015.12.26 20:49  
그러게요...근데 전 정말 너무너무 궁금하더라구요.
그리고 여자는 원래 물리적인 해꼬지를 잘 안해서 안전한 맘도 있었고요.

올해 새해 일출은 아마 광란의 도시에서 맞이할듯해요. ㅠㅠ
필리핀 2015.12.26 13:13  
흠흠... 동남아의 해변에서 가끔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셨군요...

아마 조건(?)이 맞지 않아서 파토가 난 커플인듯 싶네요...

저도 태국과 필리핀의 외딴 섬을 여행하다가 몇번 목격했지요... ㅠㅠ

새해는 후아힌에서 지내보시기를요...

작년의 경험에 의하면, 태국 부유층(?)의 새해맞이가 어떤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고구마 2015.12.26 20:50  
후아힌에선 아마 연말 분위기 좀 넉넉하게 느끼다 새해 돋기전에 떠날거 같아요. ^^
전 우리나라에서도 태국에서도 부유층한테는 관심이 없어놔서...늘 그들만의 리그 같더라구요. ㅠㅠ
적도 2015.12.26 14:51  
몇일 전  프리미어 축구를  보려  나간시간은  밤 열한시  돌아온 시간은  새벽한시  돌아와보니  아내가  초죽음이.....
어떤남자가  문고리를  흔들며  한시간이나  돌리며  공포로....잘달래고  몹시 놀랬는지  옆구리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별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나름  몇년간오며  안심했던  곳인데요
  아침에  오피스로가서  따지니  씨시티비를  보고  알려주겠다고......
확인해보니  옆옆방  스웨덴 노인네  방을  같은레지던스  앞빌딩으로  옮기고  정리가  되었네요
어젯밤  왜그랬냐니까  ,내가?,  하더군요  글치  않아도  겁많은  집사람  심장떨어질뻔했다고 하더군요
고구마님은  용감하십니다
고구마 2015.12.26 20:52  
미친 스웨덴 영감탱이네요. 부인분께서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정말 공포의 시간이였을거 같습니다.

저라면 그 상황에서 요왕한테 마구 전화를 하고, 요왕이 곧 오지않았다면 정말 패닉에 걸렸을거에요.
펀낙뻰바우 2015.12.26 16:03  
밤새 고생하셨습니다. ㅠㅠ

드디어 쁘라쭈업에 도착하셨나봅니다...혹시 쑥싼 호텔 4층?
요술왕자 2015.12.26 20:07  
ㅎㅎ 네 맞습니다.
야시장서 한잔 하고 있습니다.
펀낙뻰바우 2015.12.26 20:14  
제 일정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요왕님과 고구마님을 빠쭈업에서 뵐 수 있었을텐데 ㅠㅠ

지금 이시간이면 바람도 솔솔 불고 션하겠네요...술이 술술 넘어가는 시간입니다.^^

두 분 맛난거 많이 드시길~~~
mr.right 2015.12.27 18:45  
고구마/요왕님 글을 읽고, 아는 독일친구도 추천을 하길래 쁘라추압키리칸을
올해 방문했었는데, 매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연말 연휴를 거기에서
날 계획입니다. 우연히라도 태사랑 쥔장님을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고구마님글을 읽고 나니, 그 독일친구 커플도 생각이 나면서 (그 커플은
절대 안 그럴거 같지만 혹시 아나요..^^) 쁘라추압키리칸에 심심찮게 보이던
서양남+태국녀 커플들이 떠오르네요. 서양인들에게 점점 입소문이 나고 있는
동네인거 같아요.

아무튼, 고생하신 고구마/요왕님에게도 평화를!
고구마 2015.12.29 12:18  
이번에 이 도시에 왔더니 젊은 서양인여행자들이나 가족여행자들이 꽤나 많이 보여서 의아하긴했어요.
더불어 서양남 태국녀 커플도요....
후아힌에서 좀더 조용하고 로컬적인 느낌을 찾아서 남하해온걸까요...-_-;;
이런~ 저희는 이미 그곳을 떠나와서 아쉽게도 만나뵐수는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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