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구경하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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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구경하고 왔어요!

필리핀 20 882

얼마 전 영화관을 갔다가 기분을 잡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기로 했다.

극장 개봉할 때부터 보고싶었던 영화였는데

영화관 트라우마 때문에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ㅠㅠ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노트북으로 영화 감상을 시작한지 1분만에 무릎을 치고 말았다.

"이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봤어야 해!"

 

1980년대 중반, 이 땅에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몰아칠 무렵

청춘남녀들의 마음을 달뜨게 한 책이 있었다.

그것은 마르크스의 <자본>도 아니고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도 아니었다.

바로 이태가 쓴 <남부군>이었다.


6.25전쟁 때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이태 선생은 회고록을 남겼다.

그러나 내용의 볼온성(?) 때문에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채

원고 상태로 떠돌면서 지식인들 사이에 은밀하게 읽혀졌다.

내용 중 일부는 작가 이병주의 대하소설 <지리산>에 수록되기도 했다.

그러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마침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남부군>은 출간 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단번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최진실, 임창정 등이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해 여름, 전설로만 전해지던 지리산 빨치산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남부군>의 영향으로

지리산 일대는 추석 명절 때 서울역 대합실보다 더 북적였다.

 

나도 그 무렵 <남부군>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한 겨울에도 짚신으로 동여맨 고무신만 신은 채

눈 쌓인 지리산 일대를 훨훨 날아다녔다는 빨치산의 자취를 좇기 위해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얼마나 싸돌아다녔던가.

1990년이 되기도 전에 지리산 종주를 10여 번은 했지 싶다.


봄에도 가도 여름에도 가도 가을에도 가고 겨울에도 갔다.

대부분은 혼자서 갔지만 여럿이 갈 때도 있었다.

텐트에서도 자고 산장에서도 자고 비박을 하기도 했다.

지리산에 갈 때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어김없이 맞이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리산이 차츰 심드렁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에베레스트가 내 가슴 속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

1987년까지만 해도 한국인은 해외여행을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가 없었다.

유학이나 업무상 출장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그것도 남산의 모처에서 정신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후에야 겨우 허락되었다.


그러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비록 정권 교체에는 실패했지만,

대국민 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해외여행 자유화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그리하여 그 이전에는 그림의 떡으로만 존재하던 에베레스트가

"이제 나도 갈 수 있구나!"로 바뀌었던 것이다. ^^

 

그러나... 그러나... 사는 게 뭔지...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아직도 에베레스트에 가지 못하고 있다. ㅠㅠ

그래서 이렇게 영화로나마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ㅠㅠㅠ

 

어쨌든, 산을 좋아하거나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

특히 저처럼 마음은 굴뚝 같지만 에베레스트 못 가는 분들에게

초강추하는 영화입니다~ ^^ 

 

이 영화의 원작인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산악도서의 전설과도 같은 책입지요. 

 

<히말라야>라는 한국영화와 비교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에베레스트

20 Comments
참새하루 2016.05.10 18:38  
당시에 저에게는
지리산은 청춘의 의무 순례지 중 한곳이었지요
저질체력에 소청봉이 끝인줄 알고
겨우겨우 올랐더니
중청 나오고 ㅎㅎㅎ 또 그게 정상인줄 알고 기어올랐다가
대청봉 바라보고 눈물 짜던 기억이 나네요

동쪽 끝 울릉도
남쪽 끝 ... 마라도 해남 땅끝마을
설악산 지리산 제주 한라산은 꼭
보고싶었던 순수한 청춘이었던 같습니다

당시엔 국토순례가 유행이기도 했고요
여름방학때는 농활도 갔었지요
요즘은 이런게 있는지 모르겟네요

지금 돌아보면 정치적으로는 격동의 시절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빈손 청춘들의 순수시대이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요즘 처럼 주말에 비행기타고
방콕 놀러갔다가 오는 세대에는 상상도
못할 시절이었지요

필리핀님의 산행 취미에는 박수를 드립니다
저는 워낙 저질체력이라 산행은 취미가 없지만

영화는 좋아합니다
이루지 못한 꿈이나 경험을 대신 만족하는
즐거운 타임이지요

필리핀님의 추천이 있으니
한번 믿고 봐야겠습니다

 술한잔 먹고 쓰다보니
오늘따라 횡설수설이네요 ㅎㅎ^^
펀낙뻰바우 2016.05.10 19:07  
하하하!!! 하루님께서 약주가 과하셨나봅니다...소청.중청.대청은 설악산인줄 아뢰옵니다.

전 1989년 12.31일 설악동에서 1박하고 1.1일 새벽에 등반해서 저녁에 오색으로 내려왔었습니다...아마도 서울집 어딘가엔 그때 산꼭데기에서 정으로 이름과 날짜를 새겨 판매하던 올림픽 메달처럼 생긴 기념품이 돌아다니고 있을터인데...ㅠㅠ
필리핀 2016.05.11 05:57  
저는 고등학교 때 설악산으로 수학여행 갔는데...

울산바위 꼭대기에서 에델바이스를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서 파는

목걸이를 산 적이 있어요... ^^

그때만 해도 그런 자연훼손 상품들이 흔하던 시절이죠... ^^;;;
참새하루 2016.05.11 17:02  
에구구  지리산이 천왕봉이쥬?ㅎㅎㅎ
천왕봉에 혼자 올랐을땐 이미 캄캄한 밤이라 
아무도 저를 사진 찍어줄 친구가 없어서
그래도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계신
나이 지긋한 영감님께 사진 한장 부탁드렸더니
머리를 날리고 몸통만 찍어주는 참사를 ...ㅠㅠ
그래도 천왕봉 비석이 나온 유일한 사진이라
지금 묵은 앨범 어딘가에는 있을겁니다

설악산은 1985년 10월 1일에 올랐는데
그때 벌써 첫얼음이 얼었더군요
밤에는 겁나 추워서 고생했는데
세상에 정월 초하루에 오르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추위에 강한 체질이신가요
저는 추위가 정말 싫고 약해서 태국을 좋아하는데
펀낙뺀바우님은 태국에서 살고계시니
가끔은 추운 겨울이 그리우실듯 하네요

이나 저나 오늘도 한잔 거하게 마셨는데
또 횡설수설 ?^^::
필리핀 2016.05.11 05:55  
오호! 밤늦은 시간에 홀로 드시는 건가요?

설악산... 저도 참 좋아하는 산이지 말입니다~ ^^
참새하루 2016.05.11 17:05  
ㅎㅎㅎ 술을 잘마시지는 못해도
친구도 없고 외롭고 그래서
태사랑 애인삼아 자작 하는 새벽입니다
언제 한번 필리핀님과 대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네요
맥주 한턱 안 잊어버리셨쥬?^^
필리핀 2016.05.11 18:05  
전주에서 만나면 육사시미에 쏘맥을~

방콕에서 만나면 꿍채남빠에 쌩쏨을~ ^^*
진파리 2016.05.10 19:39  
빨치산에 대하여.

다 적고 보니
여기가 대민방이 아니라
암꺼나방 이었네요.
삭제~
필리핀 님의 한개글에 두번 낚였네요.
에베레스트 진짜 간줄 알고 낚이고
글 내용에 낚이고.ㅎㅎ
필리핀 2016.05.11 06:00  
아앗! 낚으려고 쓴 글이 아닌데... ^^;;

제가 산을 열심히 다니던 시절을 추억하다보니

자연스레 빨치산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20대를 질풍노도처럼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죠~ ^^
sarnia 2016.05.10 21:47  
1988 년에 처음 나온 상하권으로 된 남부군을 아직 가지고 있어요.
소설이 아닌 수기인데다가 필자 이태가 조선중앙통신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글도 독자로 하여금 순식간에 빨려들어가게 잘 썼지요.
수기에서도 나타나지만 워낙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인텔리가 어차피 북 체제에는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책 이야기하시니 느닷없이 철수 중 헤어 진 야전병원 간호사 백인숙 동무가 제일 먼저 떠 오릅니다. (이현상이 떠 오르는 게 아니라,,)
그 백인숙 동무가 다른 방향으로 철수하는 이태에게 한 말이 그 세대의 순탄치 않은 러브스토리를 잘 전달해 주죠..

"전쟁이 끝나거든 우리 서울에서 다시 만나요"
필리핀 2016.05.11 06:03  
와우~ 그 책을 아직도 가지고 계시는군요! ^^

저는 최초로 산 책은 누구에겐가 빌려줬고

그 뒤에도 10여 권쯤 선물한듯 하네요... ㅎ

그 몇년 뒤에는 이태 선생을 직접 만나뵈었고

그분 책도 내 손으로 만들었지요~ ㅎㅎ

백인숙 동무가 영화에서는 최진실이었던가요? ^^;;
타이거지 2016.05.11 07:08  
ㅋㅋㅋ.
추억속으로...
재밌습니다^^.
공감할 수 있어서...

추천영화..에베레스트..
난 대체 뭐하면서 사는거냐...
쓰리디로 보진 못해도 다운 받아 달래서 봐야지....
침울했다가...

참새하루님땜에 웃고^^.
펀낙뺀바우님 땜시 또 웃고..
날씨행운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온겨??...음..소시적..천왕봉에서 시작됬구나..
필리핀님 생각하며..웃었네요.

아직도 남부군을 소장하고 계시다니...
어느날 신랑이 죽도록 미워..신랑이 좋아하는 책을 백권이나 넘게..휙~!!
아직도 제가 살아 있는게 용하지 말입니다^^.
필리핀 2016.05.11 18:06  
에베레스트... 내용을 살짝 공개하면

슬픈 영화입니다... ㅠㅠ
호루스 2016.05.11 08:11  
극장 안간지 아니 못간지 꽤 되었네요.

처음엔 답답하더니 요즘은 그러려니 하며 살았는데, 필리핀님 글 보니 가고 싶다는 욕구가 무럭무럭...
필리핀 2016.05.11 18:07  
태국에서 극장 함 가보셔요!

우리나라 보다 훨 좋더군요, 저는~ ^^
호루스 2016.05.11 20:56  
문제는 태국어 더빙없이 영어로 들려줘도 50%미만 이해도라...

그리고 태국가서 그 금쪽같은 시간을 영어로 머리에 쥐나가면서 영화 본다는 건 쫌~
후니니 2016.05.11 16:11  
전 운동권이아니고 도시 쁘띠부루조아 흉내내고
다닌던 짝퉁 산꾼이라

늘 설악을 탐했죠
휴일이면 언제나,군대휴가 나와서도,신혼여행까지..

산악영화는 k2를 스크린으로 보면서 경탄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필리핀 2016.05.11 18:08  
우리 세대는 제주도로 신혼여행~

우리 윗세대는 설악산으로 신혼여행~

그 윗세대는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 ㅎ

단언컨데, 에베레스트가 K2보다 몇 배 흥미진진합니다~ ^^
진파리 2016.05.11 19:31  
T스토아 2500냥.
문제는 다운로드 후 4일간만 유효.
뱅기타기 전날 다운 받아서 꼭 보겠삼.
필리핀 2016.05.11 20:00  
저는 아래 사이트에서 다운 받았는데

출석체크만 며칠 꾸준히 해도 포인트가 쌓여서

그 포인트로, 즉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슴다.

유효기간도 없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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