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짐부탁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단 한 개의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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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짐부탁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단 한 개의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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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m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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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1 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늦었지만 축하의 곡 하나 올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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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다음 날, 한적한 시골길 로드트립 다녀왔습니다.
추수를 끝낸 밀밭과 유채밭의 황량한 풍경이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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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스탑에서 점심으로 알버타 스테이크 먹었습니다. 사진은 없는데, 그냥 말로 설명드리면.. 기름에 볶은 양파를 얹은 두툼한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 으깬 감자와 그레비, 삶은 콩, 샐러드, 커피 (더블더블). 가격은 팁 포함해서 20 .
Slave Lake 사시는 분 계시던데 (제 기억으론 pokhara ), 바로 그 도시가는 44 번 국도상에 있는 트럭스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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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Duel’에 나오는 캘리포니아주 황량한 사막지대의 어느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습니다.
오래된 카페와 주유소, 낡은 모텔 등등 분위기가 아주 그럴 듯 합니다. 영화에서처럼 트랙터 트레일러도 몇 대 주차해 있습니다. 설마 그 중 한 대가 (그 영화에서처럼) 나를 따라와 주차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알고보니 이 트럭스탑의 오너는 한국 분이었습니다. 이런 오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트럭스탑을 만나니 반갑기도 했는데, 이 분은 이 트럭스탑 뿐 아니라, 알버타 주 다른 도시에 주유소와 대형 그로서리 상점 몇 군데를 더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기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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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부탁 하나를 들어주고야 말았습니다. 누가 이걸 자기 동생에게 전해주었으면 하고 부탁을 했습니다. 대신 자기가 공항에 데려다 주겠답니다.
제가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새벽 세 시 반 이라는 걸 알고는 조금 후회하는 표정이 그늘처럼 그 분의 눈가에 스쳤지만, 한 번 한 말을 다시 주워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왕 이렇게 된 거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까지 드셨는지, 동생이 주는 포장젓갈을 가져다 주면 올때도 공항으로 픽업을 나오겠다고 하는군요. 에드먼튼 귀환 도착시간은 금요일 저녁입니다. 픽업 나오기에는 좋은 시간대입니다.  
참, 그거 아세요? 제가 귀환하는 10 월 26 일은 금요일인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근혜 누님의 선친께서 '궁정동 비밀요정 서부활극 사건'으로 돌아가신 그 10 월 26 일도 금요일이었답니다. 2012 년과 1979 년은 요일과 날짜가 일치하는 해로군요.    
암튼,,, 이런 경우는 짐부탁이 아니고 거래입니다. 택시비 (왕복 100 ) 또는 공항 주차료 (백 몇 십 불) 을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떡을 운반하는 사람의 손에는 언제나 떡고물이 조금 묻는 법.
저 얼굴에 바르는 바이오 오일인지 뭔지는 큰 병을 사면 작은 병이 하나 따라오는데,
그 작은 병을 제게 주었습니다. 뭐, 비싼 물품도 아니고 Costco 에서 260 + 60 mm 짜리 세트가 26 불 쯤 하는 모양인데, 한국에서는 좀 더 비쌀뿐 아니라 제조연월일 같은 것이 불분명한 모양입니다. 전 잘 모르는데 암튼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것 입니다.
인천 연수동 oo 아파트에 산다는 동생은 저로부터 물건을 전달받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마중나와야 합니다. 서로 인상착의를 모르므로 동생은 여행사 가이드처럼 제 이름을 쓴 종이조각을 한 장들고 입국장 게이트 앞에 서 있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동생을 입국장에서 만나면, “신비의 명약 진품 바이오 오일을 동생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신신당부하며 언니 되시는 분께서 나를 새벽 세 시 반에 공항으로 픽업을 해 주셨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말해 줄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동생이 가만 있을 수 있겠나요? 언니의 헌신적인 사랑에 감동한 동생이 언니 대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언니의 딜리버리맨에게라도 고마움을 표시를 하겠지요.
…… 마중 나오는 분이 안 계시면 제가 가시는 곳 까지 태워다 드릴께요” 하고 먼저 제의할 것이 거의 틀림없는데,  그럼 그 때 저는 두 손을 휘저으며 한 번 정도 사양하다가,
“그럼 많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면 만수동 OO 아파트 앞까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고 대답을 할 것입니다. 이 말을 할 때, 인천 지리를 전혀 모른다는 듯이 얼빵하고도 선량한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사실 모르기도 하고요. 
이 대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가시는 길이라면" 이라고 서두를 꺼내면 안 되고 "많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면" 이라고 말을 꺼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상대방이 엉겁결에 "가는 길은 아니예요" 라고 대답 실수를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누구나 첨 만나는 사람이란 조심스러운 법이고, 따라서 언제나 외교관계 수준의 배려를 하는 것이 좋겠지요. 뭐, 도착 첫 날은 어차피 서울 호텔에서 지낼 작정을 하고 있으니까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긴 합니다.  
짐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제 원칙을 포기했다기 보다는, 부탁에서 거래로 상황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어제의 싸르니아 생각:
1.   Do Not Worry! Every Problem Has A Solution
2.   Do Not Hurry! Go Forward Step By Step, Slow But Sure.
3. Do Not Make Excuses! Try To Find Good Reasons.  
 
  
 

17 Comments
필리핀 2012.09.24 11:57  
아니, 잘 나가다가 왜 마지막에 근혜 언냐 수준의 꼼수를 부리시는지요??? ^^;;;
sarnia 2012.09.25 09:49  
저야 신기루 누님에 비할 바는 아니죠 ^^ 근데 그 분 어렸을 때 골목대장이었다고 하네요.
세일러 2012.09.24 12:19  
ㅋㅋㅋ
연수동 사는 사람이 만수동까지 갔다가 다시 오긴 조금 귀찮긴 합니다~
공항에서 연수동을 거쳐서 만수동까지 갔다가 다시 연수동으로 와야 하니까요.
그런고로, 사르니아님의 "많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전략이 유효하리라 봅니다.

아, 공항에서 오면 굳이 연수동을 거치지 않고 공항고속도로에서 제2경인고속도로로 빠져서 서창IC에서 만수동쪽으로 갔다가 연수구로 귀환하면 되니까, 그리 많이 돌지도 않고, 다시 돌아온다는 느낌도 덜하겠네요~
sarnia 2012.09.25 09:51  
ㅎㅎ 그렇지 않아도 지도를 보고 어떻게 이야기할까 결정했어요. 그나저나 저를 마중나오실 그 분 이 글 읽었답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생각하지 않으실지..
곰돌이 2012.09.24 13:27  
그나저나...

궁금한게  있습니다.


저 바이오 오일의  효능은 어떤지....
sarnia 2012.09.25 09:52  
곰돌이님 댓글 읽고 검색해 봤는데, 광고에 붙은 리뷰라 믿을 수는 없지만 나쁜 소리는 없는 듯 하네요.
낙슥사 2012.09.24 23:57  
바이오 오일은 임신부용이 아닐까요? 임부 튼살 방지???
sarnia 2012.09.25 09:56  
포장지에 써 있는 거 보면 작은 상처나 칙칙한 피부 노화 (주름)... 이런 이야기는 있는데 특별히 임산부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얼굴에 바르는 오일입니다.
jindalrea 2012.09.25 11:52  
ㅎㅎㅎ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욧~~*!*!*!(글케 보이려나 모르겠으나..나름 축포의 모양입니당..)

음..죄송하시만, 마중 나오시는 분께서 과연~~싸르니아님의 예상과 같은 방응이실지 궁금해욧!! ㅎ ㅔ~~

그나저나..저 동글뱅이(oo아파트) 안에는?? 만수 1동부터 3지구까지..지도가 그려지며~~

음..제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살던 동네 이름이 나오니..삼양탕(주공 단지 내 목욕탕)에 가고 싶어요..
sarnia 2012.09.25 12:08  
네, 고맙습니다 ^^ 진달래님 (맞나요?)
제 영어 이름 이니셜이 J 인데 J 님이라고 부르겠어요.

만수동이 J 님께서 성장기를 보내신 동네라고 하니 왠지 숙연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삼양탕 (아마 상먕찜질방이나 사우나로 바뀌었을지도) 제가 대신 가 볼께요 : )
jindalrea 2012.09.25 15:23  
닉네임이 영어만 되는 줄 알고..콩글리쉬로..ㅋㅋ

제 이름은 이진화 입니다. 진화=참꽃=진달래..그래서, 제 이름은 진달래입니다..^^v

숙연해진다 하셨는데..저는 그망 빵!! 터졌습니다.. 저 아직 많이 어립니닷..^^;;

여성분이시라면..만수 주공 단지 내 우체국 옆에 있는 '삼양탕'에 정말 가보셔요..

때밀어 주시는 이모님들..정말 짱!이십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들 말씀으로는 여기는 물이 좋다 하셨다는!! ^^

싸르니아님..말씀글과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제겐 많이 어렵지만, 열심히 읽는 한사람입니닷..쿄쿄~~
enee 2012.09.25 17:23  
연수동- 만수동(3지구) 차로는 얼마 안 걸립니다...길도 한적하고...
sarnia 2012.09.25 22:40  
제가 깜빡한 게 있군요. 공항에서 심카드 바꾸는 일을 해야 합니다 -_-
그 분이 조금 기다리실 수 있는 이유도 만들어드려야겠네여..
무지렁이 2012.09.26 21:54  
카나다에는 재미있는 상품이 많은가 봐요.  아사이베리도 가져다 먹던데.
sarnia 2012.09.27 10:03  
난 저런 거 있는지 첨 알았습니다. 한국에서 더 유명하더라고요. 아사이베리는 또 먼가여 ??
jbrother 2012.09.27 13:56  
생신 축하,  좋은글 읽으며 감사했습니다
sarnia 2012.09.28 08:56  
생신... 이라하심은 과분하고 ^^ 생일 축하 고맙습니다~  jbother 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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