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데이트.
11쯤 일어나.... 샤워를 하고
수요일엔 빨간장미를.......이라고 장미를 사려고 했으나 화원이 없어.....
솔직히 꽃 얘기는 뻥이구...그녀를 만나기 전에 담배를 서너대 피웠다.
긴장이라기 보다는 그녀는 내가 담배 피우는 걸 싫어할 것 같았거등....
그래서 신나게 피우고는 그녀를 만나기 전에 미리 피워 두려고..
혹여나 차에서 냄세가 날까봐 환기를 시키며 그녀를 만나러 갔다.
도착......나를 만나기 위해 그녀도 화장을 하곤 단장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몰고간 차를 보더니 이게 전에 말했던 그차냐.....
비가와서 걱정했는데 파노라마 썬루프가 신기하다고....운치있다고 말해줬었다.
이동......
우리집 바로 뒤에 가면 멀티플렉스가 있어서...영화를 봤다.....
암살.....
나는 보통 영화는 집에서 다운받아 보곤하고.....1년에 극장 한번 가려나?
그녀 때문에 간거다.......끝물인 암살을 봤으나 그녀는 참 좋았다고 말해 주었기에 다행이었다.
영화를 보고.....그녀가 좋아할만한 해산물을 먹으러 갔다....
간장게장이랑 새우장이 메인이었던 밥집.....
치킨을 제외하고.....손에 뭐 묻는거 좀 싫어하는데 그녀를 위해서 할튼 새우껍질 신나게 깠네...
식사후.....태어나 처음으로......설빙에 갔었다.
대충 어떤 메뉴를 파는지는 알았으나 처음 먹어봤거덩..
그녀는.......
밥집에서 나오는데 설빙이 보이길래 가자니까 괜히 비싸기만 할텐데라며 꺼려하다가 막상 먹으니 맛있다고...
그후......코앞이 서면 롯데였지만 일부러 으리으리해 보이는 광복동의 롯데에 갔다.
요즘 조깅을 시작했다기에 신발은 뭐신는지 한켤레 사주고 싶었다..
괜찮다고 안산다고 거절하다가 내가 자꾸 권하니까 내심 맘에드는 것이 있는지 선택했고 샀다.
조깅화 드럽게 비싸데....ㅜㅜ 아흠...
그리곤........집까지 배웅.....
나는........일하지 않을때는....
그냥 밖에 나가기도 귀찮고.....배고픔 대충 때우고...커피마시고 담배피고 책이나 영화보고...
집에 있는게 좋거든...근데 그럴수 없게끔 되어버렸달까...
어렵진 않지만.......글타고 편한 관계도 아니지만 내속이 타서 인것 같다.
나는 외동이고 우리집안은 손이 적은 편이고 가까이 살기에 종종 연락하고 보는 편이다.
멀리 있으면 이핑계 저핑계로 좀 떨어진 입장으로 느긋하게 볼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데 그냥 있기에는 내자신이 미쳐버릴것 같은 느낌?
작은 어머니를 만났었다. 영화보고 밥먹고 인절미빙수 먹고.....신발 하나 사드리고...
작은어머니는....
아들이 둘이고 하나는 나랑 가게를 하고 근래에 결혼을 했다......
그밑에 동생은 나랑 15년차이가 나는 애기....
휴가 때마다 내 등꼴을 뽑아 먹더니......이젠 제대해서 일하느라 바쁘다.
울집안은 전체적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지...나포함. 작은 어머니 작은 아버지는 크게 수술을 받았었다.
갑상선암으로 한번 수술을 받으시고 석달전에 또 종양일지도 모르는 혹을 제거한다고 수술후 집에 계시는데...
전부터 집에 계시는걸 답답해 하셨고....운동도 하신다는데 혼자서 하는 그 지루함을 다들 알테니...
그래서 종종 아들들에게 연락을 하는데 첫째는 수술때나 좀 가보고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로만 대화하고,
둘째는 일하고 놀러 다니느라 얼굴만 보고 살뿐이지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답답한?
회복기라지만 몸까지 피곤한 와중의 그 따분함과 쓸쓸함을 내가 격어 봤었기에....뼈저리게 다가왔어서 그랬다.
그래서 첫째가 엄마랑 통화하거나 첫째나 그의 마누라로부터 이런저런 얘길 들으면 가봐라.....
바쁘면 나 부르고 가봐라.....하며 몇푼 찔러 줬던게 전부였다.
내가 할수 있는 것이 그게 전부였었으니까...
나는 무슨일이 있으면 두분께 먼저 연락을 했었다.
무슨일에 껀덕지도 아니지만 집을 보러 간다던가...
이사를 했으니 구경하시라....어디서 커피가 왔는데 맛좀 보시라..
는.......구실로 만남을 만들곤 했다.
첫째가 결혼하면 그래도 여자가 집에 들어왔으니 좀더 화기애애 하거나...
가족끼리의 만남이 잦아질거라 생각했는데......결혼하자마자 분가해서 그게 문제였나...
둘다 바빠서 이전이나 지금이나 뭐.....달라진게 없다는거?
역으로 작은댁 쪽에서 자식이라고.....
첫째네 집에 살림이나 반찬들 싸다 바치는 일을 하시니 그게 참 꼴보기 싫더만..
그래서 나는 첫째네한테 아예 신경을 꺼버렸다. 지들도 느낄듯....돈줄이 사라졌다는 걸.
어떻게 보면 다 돈때문인거 같기도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닌거 같다.
얼마전에 작은댁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서 들른 일이 있었다.
저녁시간이고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족발집에서 족발을 사들곤 작은댁에 두어시간 머물렀는데....
그 두시간 내내 말이 끊어지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얘기를 해대셨다.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져서 춥제? 니 감기 조심해라 아직 다 나은거 아니니까 몸조심하래이.....
글고보니 한기가 느껴지는거 같기도 하고..보일러 좀 틀까?.. 아 맞다 개는 잘크나?
트래끼 안날려서 그개는 참 좋은거 같던데 말은 잘듣나? 집에 김치는 있나? 갓김치 담궜는데 좀 싸주까나?
첫째는 말 잘듣고? 새애기는? 니가 참아라 갸들은 바쁘다아이가.. 냅둬라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시간이 아닐까싶다......
어쩌면 세대차로 말이 통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나이가 들어도 영화보고 싶은 것과 빙수에 올라가는 인절미에 화색이 돌기도 하고..
파노라마 썬루프가 신기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빗방울이 또르르.....흘러내리는 것을 느낄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우리는 아직 자세히.......보지 않았고 그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모르는 것이다..
족발이 뭐가 대단하게 맛있겠으며....만원짜리 빙수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나...
그걸 함께 먹는 누군가와 보내는 시간이 좋으니까 그 별거 아닌 음식들이 대.단.하.게 맛있게 느껴지는게 아닐가 싶은데....
목이 말라 작은댁 냉장고를 열었는데 비닐 봉투에........찹쌀 도너츠가 너서개 있는걸 보고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운동하러 갔다가 맛있어 보여서 샀는데 안먹고 넣어뒀다는....
살빼려고 운동하러가서 먹을거 사오는게 웃기면서 그걸 혼자먹으려니 맛없으니 넣어 뒀다는 결론인데...
참....웃.픈 얘기지....
어느날 밤엔가 둘째에게 10만원 좀 붙이라는 전화가 왔는데......
알고 보니 은행에 가서 수기로 적어서 이체는 하셔도..
폰뱅킹이나 인터넷 뱅킹은 할줄 모르신다는 맘에 한동안 속이 쓰렸었다.
그러곤 만나서는 저번에 돈 송금 잘했나 기다려 바바라 돈 줄께 라시며 절대 빚지고는 못사는 옛날사람.
나는 가끔 그런생각을 한다.
학창시절에 어머니가 없었음에도 이모가 늘 도시락을 싸줬었다.......10년간..
급식을 먹은 세대들은 모르겠지만...하기사 나도 요 근래에 참......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거든.
매일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밥해서 도시락 싸서 학교 보낸다고 생각하면...그사람은 정말 뭘까..
한번도 실수없이 밥은 꼭.........싸서 보내는 그정성을 나는 요근래에 알았다.
다섯시.......아니 여섯시라고 해도 난 못할것 같아.....
어찌보면 친자식도 아닌 내가 그분께 효를 다한다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모르면 그런가부다 하고 모른체 할수 있는데..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데도 모른체 한다면 나는 사람이 아니겠지.....
그녀는 오늘 데이트가 어땠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