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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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사는 이유

짤짤 15 724

나는 혼자 산다.

간단하게 말해서 '돌싱'이다.

혼자가 된 후 나는 한동안 형제들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거기에 무슨 뻐꾸기 우는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내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여동생은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는 식으로 펄쩍 뛰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반면에 형의 반응은 무덤덤 그 자체였다.

'너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있다면 왈시왈비 하겠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국으로 잠자코 있어야 한다는 게 형의 인생철학이니까.

 

 

몇 년 전, 인터넷에 떠도는 법륜스님의 글을 읽고

책으로 만들어볼까 하다가 여건이 맞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주례사”였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면서 이것저것 따져보는 근본 심보는 덕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은, 지위는, 성질은, 건강은…

이렇게 따지면서 이리저리 고르는 이유는 덕 좀 볼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손해 볼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아내는 30% 주고 70% 덕 보자고 하고 남편도 30%만 주고 70% 덕 보자고 합니다.

이 마음이 살다가 보면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서로가 70%를 받으려고 하는데 실제로는 30%밖에 받지 못하니까

십중팔구는 결혼을 괜히 했어, 속았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재혼을 못하는 이유는 가진 것 없고, 모자라는 인간인 탓도 있지만

덕 보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은 대승보살의 길을 가고 싶은데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는 거다.

예를 들어 재혼한 아내가 춤바람이 나서 허구한 날 밖으로 나다닌다고 치자.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먼저 헤아려야 하는데 내 더러운 성질머리에 그럴 수 있으려나 몰라.

머리채를 휘어잡고 육두문자를 퍼붓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물론 이건 극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부부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 형수의 경우 잔소리가 심한 편이다.

이것 하지 마라, 저것 하지 마라, 하지 말라는 것투성이다.

그럴 때마다 형이 형수에게 날리는 멘트가 있다.

“다른 사람들까지 당신 생각에 맞추려고 하지 마. 가족을 위해서라고 당신은 말하는데, 사실은 그 꼴이 보기 싫은 거잖아.”

 

 

나는 맞고 상대는 틀리다, 라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다.

남편이, 아내가, 혹은 자녀가 조금 부족할 수는 있다.

그 부족함이 못마땅하다고 상대를 힐난하는 것은

내 페이스대로 끌고 가겠다는 이기심이다.

가족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가족구성원 전부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 나에겐 그것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언제 덕 보겠다는 마음을 버릴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나도 재혼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15 Comments
짤짤 2014.10.03 22:03  
며칠 후면 떠납니다.
그 전까지 열심히 올려야징. 히힛^^
harbor 2014.10.03 23:12  
짤짜님께서 고독한 여행을 계속
하시는군요..솜씨도 남다르신것
같아 짤짤님 만나시는분은 횡재할것
같은대요..고독한 여행길에서 멋진분
만나실것 같습니다.
여기는 비가 많이옵니다^^
짤짤 2014.10.04 11:35  
제가 사람 사귀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사교적인 인간이 못되거든요. ㅠㅠ
김추자 같은 사람 꿈꾸면서 여행을 하진 않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로망일 뿐이죠^^
이열리 2014.10.04 00:52  
태사랑 보면 괜찮은 글들 종종 보아왔던 1인인데요.
흠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저는 별생각 없지만
참 솔직한 느낌이어서 좋네요
훗날 이글이 누군가에게 무기로 돌아올까가 걱정이지만(여기 종종 그런다는;)

어디가시는지 모르지만 가시기전까지 감기조심하세여~
짤짤 2014.10.04 11:38  
베트남 경유해서 태국 들어갔다가 라오스로 해서 다시 베트남으로...
2달 좀 넘게 다녀올 예정입니다.
motu 2014.10.04 06:33  
90% 을 주고 단 10% 만 원했는데
90% + @ 가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짤짤님도 그런 경우가 빨리 오길 바랍니다.
짤짤 2014.10.04 11:48  
사람 일이란 단언할 수 없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
그냥 한 번으로 만족하렵니다.
타이거지 2014.10.04 07:39  
책..말머리에는,
사랑하는 아들딸들아,결혼한다면 이 책만큼은 읽고 가라!

그런데..쌩뚱맞게도 결혼한지 이십년도 훌쩍 넘은 저에게
"갱년기를 슬기롭게..2014.2.13 미연..."
두살 터울 언니가 건네준 책입니다.
생각에 잠기느라..참으로 진도가 느릿느릿..그 부분에선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팔년을 죽기 살기로 쫓아 다니고,함께이고 싶어 결혼이 하고 싶어..안달..
결혼후에는 사랑 받고 싶어..안달..오십이 훌쩍 넘어서도 사랑타령 하는 자신을
바라보며..나는 과연..사랑을 하긴 한걸까...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사랑의 댓가를 바라는건데..

나도 재혼할수 있을까..
과연 그런날이 올까...
긍정적인 생각으로의 희망과 열정은 건강이며 행복입니다^^.

가을이 무신 독서의계절이랴~
귀신 씨나락~싸돌아치는 계절이지..제 생각이지만
권해 드리고 싶은 "스님의주례사"...
짤짤 2014.10.04 11:43  
영어도 태국어도 베트남어도 절 싫어합니다... ㅋㅋ
그래서 저도 바디랭귀지를 싸들고 다닙니다.
아직까지 배낭 무게가 버겁지는 않고요...
참새하루 2014.10.04 15:54  
오늘 짤짤님 글을 읽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마음에 걸린게
내 이기심으로 아내를 아이들을
내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는
가부장적 아버지 남편은 아니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좋은글 자신을 돌아본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여행 카운트 다운중이신데
너무 염장지르지마시고^^

건강하게 다녀오신후에
후기나 짭짤하게 올려주시어요
off 2014.10.04 18:02  
건강하게 여행하시고 또 여행중에 좋은 인연(꼭 재혼의 상대가 아니라 )을 만나길 바래봅니다.
우사랑 2014.10.05 14:26  
마음에  와닿는 글 접하고 갑니다..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의 도시에서~~~)
motu 2014.10.05 17:09  
ATL 에 사시나 봐요.
전 차타누가에 한참 살았었죠.
차우차우차 2014.10.05 15:24  
결론은 아직 덜 외로우신가 봅니다.
짤짤 2014.10.05 18:01  
외롭다고 얘기한 적 없는디유.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자,
그것을 야그하고 싶었는디...
글솜씨가 없다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나 보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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