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극장에서 영화 본 이야기
어제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걸 무척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배탈이 났다고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해서 조퇴를 한 다음
학교 주변의 동시상영관을 몇 군데씩 순례하곤 했다.
그때의 내 장래희망은 영화평론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극장에 가는 게 싫어졌다.
영화 보는 건 여전히 좋아하지만
요즘의 극장 문화, 정확하게 말하면 관객들의 관람 매너가
너무 엉망이기 때문이다.
핸폰 없으면 1초도 못 사는 젊은이들이 주범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당당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것은 좋은데,
자신의 행동이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이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영화를
극장이 아니라 케이블TV나 인터넷 다운으로 본다.
그런데 간혹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케이블TV나 인터넷 다운으로는 보지 못할 것 같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극장에 간다.
어린이날인 어제, 거의 2년 만에 극장에 가서 본 영화가
바로 <태양 아래>이다.
내용 소개는 인터넷 검색하면 많으므로 생략하고,
이 영화를 보면서 맨 먼저 든 생각은
감독이 선입견을 가지고 편집을 했다는 것이다.
즉, "북한은 거대한 감시체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북한 사회는 거대한 세트장이다."
이런 시각이 영화 초반부터 너무 강조되는 게
참 불편했다.
이러한 선입관은 관객들로 하여금
왜곡된 시선으로 북한 사회를 바라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를 무시하고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북한 사회를 바라보려는 노력을
90분 내내 기울인 끝에 느낀 감상평은,
"빨리 통일을 해야겠다!"이다.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통일을 방해하는 사람과 세력은
역사와 민족의 죄인임이 분명하다, 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제일 가까운 곳에 있고 언어와 음식이 잘 맞아서
여행하기에 너무 편한 그곳을 왜 맘대로 갈 수 없는지...
그게 제일 안타깝고 서글펐다.
같은 영화에 대한 감상평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른 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뱀다리
이번 극장 방문에서도 어김없이 비매너 무매너 관객을 만났다.
영화가 시작된지 20분이나 지나서 웬 중년 남자 두 명이
핸드폰 불빛을 환하게 밝히면서 들어와 내 앞줄에 앉았다.
그중 한 사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2~3초 간격으로 계속 코를 훌쩍였다.
내 주머니에 휴지가 있었다면
"코 좀 푸세요."라고 건네주고 싶었다.
일부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왜 비매너 무매너인지 깨달았다.
저런 부모에게서 무얼 배우며 자랐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