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모욕죄라는 게 이런 거였군요
눈에 띄는 뉴스가 있네요.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잠깐 소개만하고 자러 갑니다. 이게 태국 뉴스인지 미국 뉴스인지 헷갈리니까 일단 그냥암꺼나에 올리겠어요. <?x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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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snbc.msn.com/id/45592220/ (참고기사) <?x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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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계 미국인 한 명이 태국 방문 중에 왕실 모욕죄로 체포됐는데 목요일 (어제) 재판에서 징역 2 년 6 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판사가 원래는 5 년형을 결정했는데 묵비권 행사 안하고 조서 꾸미는데 협조를 잘 해줘서 형을 50 % 할인해 줬다는군요.
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올해 55 세의 Joe Gordon 이라는 태국계 미국인입니다. 콜로라도에서 자동차 딜러를 하는 사람인데, 거기서 King Bhumibol Adulyadej (태국 왕 이름인 모양이지요?)의 전기를 번역해서 자기 블로그에 올렸다고 합니다.
근데 그 전기가 태국에서 금서라고 하는군요. 그게 이 사람이 태국에서 기소되고 유죄판결을 받고 실형을 살게 된 이유의 전부입니다. 이 사람이 태국을 방문한 이유는 관절염과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요약하면, 미국인이 미국에서 자기 블로그에 국왕의 전기 하나를 링크했다는 이유로 태국 방문 중에 전격 체포되어 2 년 6 개월을 감옥에서 썩게 되었다- 뭐 이런 이야기인데요. 이번 사건으로 지난 달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도 함께 보도가 됐는데 Amphon Tangnoppakul 이라는 사람이 왕비를 폄하하는 네 개의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20 년 형을 살게 됐다는 보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방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백악관이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지표명으로 해석해도 무방하겠습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말로 태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사실 왕실모욕죄에 대한 논란은 전에부터 있어 왔던 것인데, 이 사건과 관련, 엄청 격앙된 댓글들을 통해 미소의 나라 태국이 마치 미개한 인권 야만국처럼 묘사되는 현상을 보니 마음이 조금 아픕니다.
특히 태국이 2006 년 군사쿠데타 이후 2007 년부터 인터넷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전 세계의 매체는 물론 SNS 까지 감시하면서, 지난 8 월부터 4 개월간 태국 왕실 관련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등록된 무려 8 만 6 천 개의 포스팅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에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군요. 게다가 태국 정보 장관 Anudith Nakornthap 이 “괘씸한 내용의 포스팅을 share 한다든지 ‘좋아요’ ‘like’를 클릭해도 범법행위다" 라고 한 언급에 이르러서는 아예 기절초풍을 할 지경입니다.
아, 기사 후반부에 고든 씨가 번역해서 올렸다는 금서 제목이 나오는군요. “King Never Smiles” 인데 예일대학교 출판부에서 발행한 책 입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왕실은 이 기상천외한 왕실모욕죄를 없애거나 개정하기 위해 수 차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군부를 비롯한 기득권 핵심에서 이 법을 통치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폐지나 완화를 결사적으로 반대해 왔다는 이야기인데요. 뭐, 이건 엄청난 여론의 십자포화에 맞서 태국 왕실의 입장을 변호하려는 일부 댓글들이 하는 이야기고, 거기에 대한 보도 등을 검색해서 사실여부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으므로 제가 판단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이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태국 국민들이 왕실 사랑하는 마음을 존중해 주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하게 유린하는 태국의 왕실모욕에 관한 법률을 묵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요.
제가 올린 이 글로도 태국 검찰에 기소되어 그 나라 법정에서 최소 3 년에서 15 년까지 실형을 받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 아닐 것 같은데요. 왕실을 모욕한 표현을 하지는 않았고, 고든 씨의 포스팅 자체를 옹호하거나 share 하거나 like라고 의사 표현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뭐, 잡아가도 할 수 없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