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눈이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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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눈이 내리고..

울산울주 6 326
 
오늘 아침, 서울에는 눈이 내렸고
내일도 또 눈소식이 있는데...
 
이런 시가 생각난다.
 
 
폭설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 끝  외진 동네에
어느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조 ㅅ  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  밤에   자 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  나부렀소 잉!  
어제 온 눈은 조 ㅅ 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 잉"

왼 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 들은  회관에 모여 소주를  마셨다.
그 날 밤  집집마다  모과 빛  장지문에는        
뒷 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 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 덮여있었다.
하느님이 행성 만한  떡 시루를 뒤엎는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조 ㅈ 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 목에 놓인 뒷물 대야를 내 동댕이 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 귀신 곡 하겟당께!  
인자 우리동네  몽땅  조 ㅅ 돼 버렸소잉!"

 
6 Comments
걸산(杰山) 2013.12.11 22:58  
시라고 하는 데, 존나 말이 걸쭉하네요잉 ㅋㅋㅋ
빅토스 2013.12.11 23:21  
이장의 코멘트, 사투리도 정겹고 재밌네요. 
하지만 이장이 저래서야 되겠습니까?
울산울주 2013.12.12 02:38  
시인 오탁번은 충청도 제천 사람이고
학업도 서울 고려대에서 하였다는데,
(올해 70살)

전라도 사투리를 일부러 공부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 말투와 어감을 잘 이해해서 시를 작한 듯.
고구마 2013.12.12 13:59  
시 였군요. -_-;; 뭔가 음율은 시같은데 내용이나 말투는 응사같네요.
웰리 2013.12.14 09:39  
눈와서 축사 무너졌을때의 좌절감이란...
00따뜻한나라로00 2013.12.14 12:56  
정겹네요 카페에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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