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나누어드립니다.(6) 돈황의 명사산
명사산은 돈황의 어디서나 보인다. 고운 모래로만 된 모래 산인데 동서는 40 km, 남북으로는 20 km, 높이는 약 70 m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산이다.
명사 산 아래는 반달처럼 보이는 월아천 이라는 호수가 있는데 그것은 명사산의 고운 자태를 비춰보는 작은 손거울처럼 느껴졌다.
이 조용한 월아천은 사막 가운데 있으면서 3천년 동안이나 물이 마르지 않았다 고 한다. 어여쁜 것에 앞서 놀라움이 크다.
명사산의 턱 앞까지는 낙타를 타고 간다. 낙타 위에 높이 앉아 낙타 걸음에 흔들흔들 몸을 맡기고 가니 이마에 맺힌 땀을 사막 바람이 씻어준다.
이 명사산의 정상을 오르는 데는 무척 힘이 든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폭처럼 조용한 모래 뫼인데, 두 걸음 오르면 한 걸음 미끄러져 내려오니 좀처럼 오를 수가 없다.
카메라 가방을 등에 업고 엎드려 기어 올라가야 한다. 거기에 바람은 잠시도 쉬지 않고 모래를 퍼 던지듯 날려 보낸다.
“쏴아...사르륵”...쏴.아..사르륵, 바람에 날리는 모래소리가 마치 우는 듯 하다 하여 모래 우는 산, ‘명사산(울 명자 모래 사 자 뫼 산자.),’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한다.
중국 여행 중 거듭 감탄하게 되는 것은 무릇, 이름들이다.
명사산, 월아천(초생달 모양의 호수), 막고굴, 맥적산(보릿단을 쌓은 것 같은 모양의 산)등 모두가 절묘한 이름들이다.
다섯 걸음 기어 올라가서 쉬고 다시 엎드려 기어오른다. 땀은 목을 타고 가슴으로 정강이로 물처럼 흐른다.
땀으로 젖은 청바지가 오금 언저리에 붙어 뻑뻑하다. 그러나 모래 속 깊숙한 곳에 닿은 손끝의 감척만큼은 시원하다.
정상에 올랐다. 정상의 능선은 외줄이다. 넓이가 한 뼘 밖에 안 되는 능선 위를 걷자니 마치 곡예사가 줄타기를 하듯 해야 한다.
회오리바람은 정상 위에 있는 사람을 모조리 떨어뜨려야 한다는 듯이 거세게 불어대며 모래로 얼굴을 때리고 눈을 찌른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나를 정상에서 몰아내려 한다.
사진 한 장 찍지도 못하고 내려왔다. 그래도 내려올 때는 신이 난다. 미끄럼 타듯이 드러누워서 발로모래를 끌어 모으니 삽시간에 미끄러져 내려오게 된다.
고생하며 오른 것이 아쉬워서 천천히 내려오려 하나, 그것마저 용납하지 않는다.
그 날은 꿈도 없이 골아 떨어져서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 위에도 모래, 주머니 속에도, 팬티 속에까지 모래투성이다. 문득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미끄럼 타던 생각이 스쳐 치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