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나누어드립니다. (1) 중국의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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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나누어드립니다. (1) 중국의 태산

부하라 6 1934

가입을 시켜줬으니 글을 써야겠죠?    감사한다는 말씀과 더불어 옛 일기를 뒤져 한꼭지 올립니다.   


             태산 (泰山)

중국의 태산은 오악(五嶽) 중 동악(東岳) 이라고 불리며 산동성(山東省) 에 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하는 시조의 주인공이다.

중국 사람들은 평생에 한번은 태산에 오르기를 소원한다. 태산을 등정한 사람은 수명이 십 년이나 연장되며 죽은 후에는 혼백이 태산에 와서 머문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숙원의 대상인 태산인지라 이 산을 오르는 인파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사후의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인지 노인들의 등정이 눈에 띈다. 1,545m의 정상인 옥황전(玉皇殿) 까지 오르기는 참으로 어렵다. 올려다보면 벌건 산덩이가 하늘과 맞닿았고 로프에 매달려 있는 케이블카는 두 개의 점처럼 작게 보인다.

일천문(一天門) 에서 산정의 벽하원군(璧霞元君)의 신정까지는 7,412개의 돌계단이 있다. 이 돌계단을 사이에 두고 양편 암벽에는 당대의 명필 명 문장가들의 시들이 새겨있다.

계곡 물로 닳아진 바위에 예서체(隸書體)의 큰 문자로 1,043개가 새겨진 것은 금강경(金剛經)이다. 북제(北齊)때의 것이라 한다.
 벽하사 동북쪽 대관봉(對觀峰)에 있는 비문은 당(唐) 현종(玄宗)의 기태산명(紀泰山銘)인데 규모도 규모려니와 힘찬 필체가 그림보다 아름답다.

벽하원군으로 오르는 돌계단은 춤이 높고 가파르며 발바닥에 닿는 면이 솔아서 오르기 쉽지 않다. 더구나 수백 년 동안 수천만인 의 발 밑에서 닳고 닳아 움푹 폐이고 미끄럽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는 전 족이다. 발이 아기 발처럼 작다.

이 전족(纏足)으로 지팡이에 의지해서 혹은 딸이나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7,412개의 계단을 오른다. 등에는 작은 제물 보퉁이를 졌다. 산신에게 바칠 공양물이다. 다섯 계단 올라와서 쉬고 열 계단을 올라와선 아예 주저앉는다. 그리고 피멍이 들었을 발부리를 주물러 본다.

로프웨이로 오르는 관광객도 있지만 서민들은 대개가 계단으로 오른다. 어렵게 오름으로써 정성이 하늘에 닿는다고 믿는 것 같다. 돌계단을 다 오르면 벽화 여신이 모셔진 사당이 있다.

사람들은 보퉁이에서 제물을 꺼내어 펼쳐놓고 정성을 다하여 일천 배를 올린다. 제물은 밀떡 한 조각 사탕 두 알, 아니면 옥수수 한 자루가 고작이다. 향을 사르고 맨바닥에 머리를 조이며 절을 한다. 사람들은 신에게 바치는 지전(紙錢)을 사른다. 화덕은 지전을 태우는 불길로 마치 용광로처럼 벌겋게 닳아 꺼질 새가 없다.
수많은 참배인 들이 줄을 이어 향과 지전을 사르고 천 배를 올린다. 재가 바람을 타고 혼처럼 날아다닌다. 모진 바람에 가지가 뒤틀린 몽땅한 나무에는 울긋불긋한 부적을 메 달았다.

꼽추 청년이 신전 기둥 모서리에 불거진 등을 비비며 흐느낀다. 늙은 어미가 손이 닳도록 빌며 절을 한다.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주절주절 사설을 늘어놓는 것이 아들의 굽은 등을 낫게 해달라는 것인가 보다. 아니면 내세에서는 온전한 몸으로 태여 나기를 비는 것일까?
모자의 절절한 마음을 담은 지전이 연기가 되어 날아간다. 신은 굽어 살피소서 부디 외면하지 마소서 나도 같이 빌어본다.

정상에는 극정(極頂)이라는 석 비가 있다.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북평야(河北平野)가 시야에 들어온다. 나는 일출을 보려고 일관봉초대소(日觀峰招待所)에서 묵었다.
 
나는 온 밤을 뜬눈으로 세고 말았다. 산 뿌리가 뽑히고 집이 날려 갈 듯 한 무서운 바람이 한 순간도 잦지 않고 불어 데는 것이다.
바람은 왜 화가 났을까?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며 소원을 부탁하니 그것이 못마땅해서일까? 긴 밤을 하얗게 밝혔는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새벽 5시 조금 지났다.

사람들이 해맞이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모양이다. 등성이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쪽을 향해 서있다. 이윽고 갈라진 구름사이로 해가 나오려한다. 그러자 어디에서일까 스산한 찬바람이 구름과 안개를 다급히 몰고 온다.

 발아래 계곡은 운무에 묻혔는데 다시 한차례 불러오는 바람이 구름을 밀어 나오려는 해를 가로막는다. 잠시 다시 어두워진다.

바람은 구름과 안개를 몰고 다니며 미친 듯이 설쳐 덴다. 산봉과 계곡과 태양까지 심술궂게 희롱한다. 숨 가쁘게 변하는 대자연은 빠른 속도로 작동하는 슬라이드의 영상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태양은 역시 너그러운 미소를 띠고 껑충 솟는다. 사람들은 황급히 엎드린다. 소원을 빈다. 황홀해 한다. 7,412개의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니 무릎이 풀려 혼이 났다. 지금도 가슴 설레는 일관 봉의 새벽, 그 신령스런 찬바람! 그곳은 분명 신선계(神仙界)였다.

6 Comments
나나우 2010.07.20 22:04  
문장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역사적인 글 잘읽었습니다.^^*
꿈이여 2010.07.21 19:16  
정말 잘읽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언제 뵐 기회 있겠지요.
창창창 2010.07.26 14:42  
잘읽고 갑니다..태산이 그런 뜻과 사연이 있다니
다시한본 생각해보고 가고싶은곳 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풍경사진도...감사합니다...
김포여행 2010.08.13 09:57  
좋은 말씀 이네요
젊은할배 2010.08.13 22:34  
저도 잘 읽었습니다. 문장력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우사랑 2010.08.16 08:57  
역대의  제왕들이  제를 
올렸다는  산..
태산에  데한
수려한  글로  다시  대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올라  갈때는  걷다가
힘들어 케이블카 타고
올라 갔는데 내려올떄도  쉽지는  않더군요...

그립네요~~
산동성을  떠돌던  그날들이...
글  잘보고  갑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의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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