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즘] 조금은 깊은 오프사이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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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즘] 조금은 깊은 오프사이드 이야기

李山 0 707

[풋볼리즘] 조금은 깊은 오프사이드 이야기

축구 경기에서 오프사이드만큼 흥미로운 규정이 또 없다. 그렇게 놓고 싸워도 또 싸우고 알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아리송한, 뜨겁고도 격한 감자다. 축구를 생활로 즐긴다는 유럽에서도 오프사이드로 광고를 만들거나 TV 프로그램을 만들어 꼬집고 논쟁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프사이드 논란이 나오지 않는 경기를 찾는 게 오히려 힘들 정도다. 2006월드컵 한국-스위스전과 2010월드컵 아르헨티나-멕시코전을 굳이 꼽지 않더라도 오프사이드 논란이 축구 경기의 일부분으로 느껴질 만큼 매 경기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는 이 논란과 논쟁이 잘못된 규정 풀이와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오해와 오류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서둘러 바로 잡아야 한다. 국내에 잘못 알려진 대표적 오프사이드 규정 풀이는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수비수보다 앞서 있을 때>라는 표현이다. 틀린 말이다. FIFA 규정집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문구다. 골키퍼 보호구역이란 정체불명의 표현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표현이다.

오프사이드의 정확한 규정은 <공격하는 선수가 공 그리고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 모두보다 상대 팀 골라인에 더 가까이 있을 때>다. 글로만 읽으면 이해하기가 까다롭다. 나눠 설명하고 그림을 덧붙이면 이해가 수월하다. 아래 그림을 준비했다. 핵심 단어는 <공>과 <두 번째 선수>다.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수비수???

먼저 가장 많은 혼선을 빚는 <두 번째 선수>부터 풀어보자. 오프사이드의 핵심은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수비수>가 아닌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가 기준이다. 상대 수비 측의 선수 포지션이 골키퍼냐, 공격수냐, 미드필더냐, 수비수냐는 하등 관계없다. 포지션이 무엇이든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가 오프사이드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공격에 가담한 가운데 공격수 두 명만이 남아 골문을 지키고 있는데 상대가 역습을 치고 들어왔다고 하면 이 때 오프사이드의 기준은 골문 앞에 남아 있는 공격수 두 명이 된다. 자신의 골문으로 돌아오지 못한 골키퍼는 오프사이드 규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바뀌거나 신설된 규정이 아니다. 90여 년 전인 1925년 규정 재정립 이후 이어진 오프사이드 제도의 기본 뼈대다. 수비수 1명이 아닌 2명이 오프사이드의 핵심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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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오프사이드일까? 온사이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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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2010월드컵 개막전 남아공과 멕시코전 벨라의 오프사이드 장면 (사진 : SBS 영상 캡처)

그림으로 풀어보자. 그림1)의 경우처럼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했건 펀칭하려다 튕겨 나갔건 간에 앞으로 나가 있는 상황에서 골문에 수비 선수 한 명만이 서 있었다면 이 때 오프사이드의 기준은 골문 앞에 서 있는 <최종수비수>가 아닌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인 GK가 된다. 따라서 그림1)의 경우는 패스 받은 공격B가 <최종수비수>를 앞에 두고 있었지만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인 GK보다 골라인에 가까이 서 있었기 때문에 명백한 오프사이드다. 잘못 알려진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수비수보다 앞서 있을 때>라는 표현대로라면 온사이드지만 이는 틀린 규정 적용이다. 2010남아공월드컵 개막전 남아공과 멕시코전에서 카를로스 벨라 골 오프사이드 판정이 좋은 예(그림2 참조)다. 남아공 골키퍼가 펀칭하러 나갔고 수비수 한 명만이 지키는 골문을 향해 벨라가 골을 넣었지만 <상대 두 번째 최종 선수>인 GK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에 분명한 오프사이드였다.

참고로 온사이드(Onside)는 오프사이드(Offside)의 반대말이다.

노마크 기회에서도 오프사이드에 걸릴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공>이다. <상대 두 번째 선수>보다 골라인에 가까이 서 있는 상태에서 패스를 받더라도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패스를 옆이나 뒤로 하는 경우다. 수비 측 선수가 아무도 없는 노마크 기회에서 공격수 2명이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이 때 허용되는 패스는 동일선 옆이나 뒤에 있는 선수에게 연결하는 경우다. 앞서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면 오프사이드 규정에 저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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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온사이드? 오프사이드?

그림3)을 보자. 공격하는 두 명의 선수 앞에 수비 측 선수가 한 명도 없지만 공격A가 공을 공격B에게 뒤로 연결했기 때문에 이 장면은 아무 문제없는 온사이드다. 

노마크 기회에서 굳이 패스를 할 필요 있겠냐고 말할 수 있지만 만약 골키퍼건 수비수건 앞에 한 명의 상대 선수가 있었다면 제치기 위한 패스가 필요하다. 이 때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다. 상대 선수가 한 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 포지션이지만 공을 옆이나 뒤 쪽으로 연결했다면 온사이드가 되는 것이다.

까다로운 오프사이드 규정들을 한 눈으로 지켜보고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지난 주말 K리그에서 나왔다. 포항과 부산전이었다. 후반 막판 포항의 황진성이 찬 코너킥을 박성호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골라인 앞에 서 있던 지쿠가 발을 갖다 대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고금복 주심은 부심과 상의해 합의판정으로 노골을 선언했다. 황선홍 감독을 비롯한 포항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리그 심판진의 수장인 이운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풋볼리즘>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 판정에 대해 두 가지 기준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지쿠가 오프사이드 포지션에서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전에 공을 터치했다 ▲골라인의 통과 여부를 떠나 지쿠가 오프사이드 포지션에서 상대 수비를 방해해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 판정이 적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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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검은 선으로 표시했듯 박성호가 헤딩을 하는 순간 골문 앞 지쿠의 포지션은 오프사이드 위치다. 골키퍼 이범영이 앞으로 전진해 있었고 골문에는 수비수 최광희만이 서 있었다. (사진 : 네이버스포츠 영상 캡처) 

포항 지쿠의 부산전 골은 오프사이드인가?

지쿠가 골라인에서 슈팅을 하는 그림4)의 중계화면 캡처 장면은 앞서 설명한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수비수>가 아닌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라는 핵심 원리를 비롯해 오프사이드 규정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더없는 학습 교제이기도 하다.

지쿠의 포지션은 분명 오프사이드 포지션이었다. 박성호가 헤딩하는 순간 지쿠의 위치를 보면 상대 선수가 한 명밖에 없었다. 부산의 수비수 최광희가 왼쪽 골대에 붙어 서 있었고 이범영 골키퍼는 펀칭을 하러 나가 있었다.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수비수>라는 잘못된 규정으로 보자면 온사이드지만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라는 올바른 규정을 적용하면 지쿠의 위치는 명백한 오프사이드 포지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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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그런데 문제는 지쿠가 슈팅하기 전에 이미 공이 골라인(빨간색 원안)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 장면을 오프사이드로 선언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진 : 네이버스포츠 영상 캡처)

근데 이 장면이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그림5)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쿠의 발이 닿기 전에 박성호가 헤딩한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통과해 골이었고 이 공을 지쿠가 터치했기 때문에 득점을 인정했어야 한다는 주장과 논란이 이어졌다. 지쿠의 골이 아닌 박성호의 골 인정이다. 하지만 여기엔 또 하나의 오프사이드 규정 원칙이 담겨 있다. 

3원칙으로 불리는 방해, 간섭, 이득이다. 공격자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는 것만으로는 처벌 받지 않지만 오프사이드 포지션에서 공을 터치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에 간섭하거나 ▲상대 선수를 방해하거나 ▲이득을 얻었다면 오프사이드 제재를 받는다. 지쿠의 경우도 슈팅 이전에, 골라인 넘어가기 전에 발이 공에 닿지 않았다 해도 부산 골키퍼 이범영과 수비수 김창수의 플레이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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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 공격자가 하프라인 기준 자기 진영에 서 있다가 공격을 시작했을 때는 오프사이드 규정의 예외로 간주한다.

수비자는 의도를 따지고 공격자는 의도를 묻지 않는다

여기서 또 하나 만약 지쿠가 황진성의 코너킥을 바로 슈팅으로 연결하는 장면이었다면 골라인이 넘어갔건 안 넘어갔건 상대 수비진의 움직임에 영향을 끼쳤든 안 끼쳤든 골이 선언됐을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룰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상황이 있는데 ▲골킥 ▲스로인 ▲코너킥 ▲공격자가 하프라인 기준 자기 진영에 서 있었을 때다. 공격자가 하프라인 기준으로 자기 진영에 서 있었을 때란 그림6)의 장면처럼 상대 수비진이 모두 하프라인 앞 선으로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자기 진영에 서 있던 공격수가 패스를 받아 역습을 시작할 때는 상대 선수들의 숫자에 상관없이 공격이 유효하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중요한 오프사이드 규정을 짚자면, 슈팅한 공이 골키퍼나 골대 맞고 나왔을 때 리바운드 공을 잡았을 경우 이 공격자의 오프사이드 기준은 공이 골키퍼나 골대 맞는 순간이 아닌 리바운드 된 공을 애초에 때린 슈팅 순간이다. 

오프사이드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수비자는 의도를 따지지만 공격자는 의도를 따지지 않고 이득과 결과만을 따지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예를 들어 수비자가 의도를 가지고 백패스 한 공의 경우 어느 위치에 있던 공격수건 이 공을 끊어 골을 연결하는 건 허용하지만 수비자가 전혀 의도가 없었는데 맞고 굴절된 것은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포지션에 있었다면 오프사이드 규정에 따라 반칙 선언된다. 수비자는 의도를 가지고 패스한 거냐 그냥 공이 와서 맞고 튕긴 거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공격자의 경우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간에 예를 들어 오프사이드 포지션에 가만 서 있다가 공이 자신의 뒤통수를 맞고 흘러 동료에게 연결됐다면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행위는 오프사이드로 간주된다. 오프사이드 포지션에서 공격자가 작정하고 연결했다면 그냥 말 할 것도 없이 규정 위반이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208&article_id=000000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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