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이 나나, 쏘이 팟퐁 언저리 길바닥에서 끄적끄적
방콕에서 머무를때면 대개 카오산에 묵는데, 가끔은 다른 지역에서 묵을때도 있다. 쑤쿰윗이나 언눗이나 에까마이, 또는 아눗싸와리, 싸톤, 씰롬, 강건너 톤부리 쪽 등등...
하여튼 방콕에 머무를때면 이 번잡스런 도시의 기에 질려서 그냥 방콕하는 나로서는, 어둠이 깔린 후의 방콕 시내의 분위기란 늘 좀 낮설고 좀 친해지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수쿰윗에서 묵게된 숙소에서 길 하나 건너서 조금만 걷다보면 쏘이 나나가 있는지라 그냥 그곳의 공기란 어떨까 궁금해져서 저녁나절에 산책하듯이? 걸어가봤었다.
사실 이길의 분위기랑 산책이라는 서정감 깃든 단어는 영 어울리지가 않는 조합인데 딱히 다르게 표현할말이 잘 생각이 안난다.
다들 알다시피 bts 나나역의 북쪽구역은 아랍인 거리가 조성되어있고 남쪽은 유명한 환락가인 쏘이 나나인데 이곳에는 나나 플라자를 비롯해 유흥업소들이 즐비하다. 근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그런가 남쪽에 비할만큼은 아니겠지만 북쪽구역에도 그런 분위기가 공기중에 넉넉하고 찐하게 배여있긴 했다. 특이한건 이 구역에서 홀로 다니는 백인여성을 종종 본일이 있었는데, 이들의 시선이나 분위기가 낮선곳을 배회하는 여행자는 아닌거같았고, 얼굴은 러시아쪽 분위기가 좀 감도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술집이랑 펍 뿐만 아니라 대로변에 있는 맥도날드에서도 담배를 뻑뻑 피우고 화장을 다듬는 여성들 다수가 홀로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있었는데(흡연이 자신의 직업을 분명히 드러내고자 하는 모션이지 몰라도...) 그 중에는 거의 50에 가까워 보이는 나이줄의 여인도 있었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타인의 삶이였지만, 이런 길에서 나이 지긋한 유흥업 종사 여성을 보게되니, 인생이란게 참으로 너나없이 고단하구나... 하고 느껴졌다.
좀더 짙은 어둠이 깔리고 난 후 나는 다소 용기를 내서 ‘쏘이 나나 따이’를 향해 살살 걸어들어갔다.
그 구역에 다가갈수록 길바닥은 온통 혼잡해서 사람들과 부딛치지 않도록 걷는게 좀 신경이 쓰였고 - 하긴 꼭 이 구역이 아니더라도 태국의 길은 걷기엔 좋지않다. 좁고 개똥도 많고 구멍 뻥 뚫린 하수구도 그렇고... - 아마 이 길의 휘황찬란한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이 내뿜는 에로틱한 기운들이... 내게 낮설어서 좀더 그렇게 느낀듯하다.
이 구역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직업여성과 그들을 탐색하러 온 사람들로 꽤나 분위기가 떠들석했다. 이 근처 세븐일레븐은 유흥업 종사자인 젊은여성들이 꽤나 드나들었는데, 대부분 날씬한 몸매를 부각하는 옷을 입고 있었던걸로 기억이된다.
그 중 민소매셔츠와 핫팬츠를 입은 어떤 여성은 정말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킬만큼의 풍만한 가슴과, 허리는 내 몸통의 반밖에 안되보일정도로 가녀린 체구의 소유자였는데 모든 사람들... 그러니까 남자, 여자, 노인, 젊은이 할거없이 다들 그녀의 몸에 시선이 머물렀다 사라졌다.
쿵짝쿵짝 거리는 음악, 눈을 피곤하게 하는 네온, 그리고 좁은길, 많은 사람들...로 쏘이 나나 따이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영 길을 잘못 들어온 멍청이 마냥 기가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태국에 유흥가야 많고도 많지만 이곳은 훨씬 더 집약되고 집중되어서 밀도가 굉장한것 같은 느낌... 마치 블랙홀처럼...
이 길에 들어서서 조금 걷다보면 걷는 방향 왼쪽으로 ‘나나 엔터에인먼트 플라자’라고 업소들이 디귿자 모양으로 잔뜩 모여있는 구역이 있는데 이곳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그냥 쏘이 나나 따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력이 다한 느낌이었다.
이 길의 구성은 현지인 여성, 그리고 외국인 남성, 그리고 다수의 서양인 커플들과 트랜스젠더들 뭐 이랬는데, 어느 테이블에 보니 나이가 좀 있는 서양인 커플과 건장한 체구의 트랜스젠더 여성 3명이서 술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정겨운 분위기는 아닌데 정확히 뭐라 말하기는 애매한 기운과, 그냥 탐색과 어색한 웃음이 감도는 분위기...
나나 플라자 앞을 천천히 스쳐지나가는데 우리나라 말이 들린다.
젊은 청년 두 명이서 나나 플라자 안쪽에 시선을 두면서 걸음을 안쪽으로 옮길까 말까를 둘이서 상의하고 있는중....
앳되보이고 말끔한 얼굴에 옷도 단정하게 차려입은 청년들이었는데, 한명은 주저주저하는 느낌이 얼굴에 잔뜩 묻어나고, 한명은 “그냥 잠깐 들어가보는건데 뭐 어때?”하면서 친구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나나플라자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차마 발걸음은 쉽게 안떨어지는듯 약간 주저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로서는 그냥 이 길에 잠깐 머물렀다 나온것만으로도 그냥 차고 넘치는 기분이어서 얼른 숙소로 들어와서 잠을 청했는데, 뭔가 이쪽 구역은 사람들의 열기와 바글거림으로 보아하건데 경기가 좋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쏘이 나나 따이 (쑤쿰윗 쏘이 4)
나나 플라자. 세계에서 가장 큰 어른들의 놀이터라고??
나나역 근처의 노천바들
씰롬에서 우리는 씰롬의 서쪽(강변 방향) 구역에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 이 지역은 저녁이 되니까 뭐 딱이 할 것도 볼 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물론 이 구역에는 시로코라는 멋들어진 스카이라운지가 있긴한데 나는 예전에 한번 가봤으니까 또 갈 맘은 안들기도 했고...
그래서 실롬의 동쪽구역을 향해 대략 20분도 넘게 영차영차 걸어서 도착한곳이 그 유명한 ‘쏘이 팟퐁’이었다.
방콕에 자주 오긴해도 사실 이 거리를 와 본건 거의 십년도 더 전의 일인거 같다. 한창 배낭여행의 열기가 뜨거웠고 외국에 가면 뭔가 하나라도(그게 좋든 나쁘든간에) 더 체험해봐야 진정한 여행의 미션수행인거처럼 여겨지던 시절... 그 여러가지 일중에는 비밀스런 클럽 탐방도 들어갔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와보고는 그 이후에는 영 올일이 없었던 거리...
오랜만에 와보니 이곳은 이제 짝퉁 제품을 파는 야시장거리처럼 변해 있었고 핑크비지니스의 패권은 쏘이 나나나 쏘이 카우보이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듯 느껴질만큼 뭔가 활기도 생기도 없어보였다.
사실 나같은 어중이떠중이가 자세한 속사정은 알턱은 없지만, 그냥 전반적인 거리의 분위기가 바늘침 맞은 풍선같이 쭈글쭈글 하달까 그랬는데... 아무튼 뭔가 전반적으로 퇴색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다. 그냥 겉에서 보는거랑 속사정이랑은 천양지차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여튼 호객하는 몇몇 사람들이 손님을 부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흥미를 두지않고 그냥 짝퉁제품이나 어슬렁 거리며 구경하는 분위기였다.
내 기억에는... 오랜기간동안 쏘이 팟퐁은 방콕의 대표적인 핑크비지니스 랜드마크였다고 분명히 인식되는데 정말로 활기가 사라진걸까... 아니면 내가 간날만 그랬던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 제대로 못보는 해태눈알이어서 그런건지 잘 감이 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