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커리-까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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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커리-까리 이야기

요술왕자 0 367

한 나라의 문화, 풍습 등은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하면서 조금씩 바뀌어 나가죠. 어떤 경우에는 다른 나라로 가서 변형이 되어 역수입이 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전통의 모습이 바뀌기도 하고 아예 고유의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 되기도 하지요.

 

음식도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아 모습이 바뀌고 새로운것이 만들어지는 데요, 우리나라만 해도 지금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많은 것들의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죠.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대중음식이라고 할만한 짜장면만 봐도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 아닌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잖아요. 지금은 한국음식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우리식으로 변형, 발전 시켰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카레 역시 인도 음식이 영국과 일본을 거쳐 들여온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강황을 비롯한 향신료 가루를 채소나 고기와 섞어 물을 넣고 걸쭉하게 끓여 밥에 얹어 먹는 음식이요. 카레는 일본말이고 커리가 맞는 말이라고 알고 계신 분도 있지요.

근데 커리Curry도 사실 인도에서 쓰던 말이 아니며 어떤 특정한 음식을 지칭한 이름이 아닙니다. '커리'라는 단어는 인도의 여러가지 향신료 중 하나인 '까리'나무의 잎이 기원입니다.

 

바로 이것이 '까리'나무 잎입니다. 지역에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타밀지역에서 '까리OOO' 또는 '까루OOO'로 부르고 있습니다.

http://www.plantnames.unimelb.edu.au/Sorting/Murray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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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Tanuj Handa from Pixabay 

 



여러가지 향신료를 넣어 뭉근히 끓이는 형태의 음식은 인도대륙과 주변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재료의 조합에 따라 수많은 종류가 있었고 비슷한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랐지요. 개중에는 이 '까리'라는 향신료가 들어가는 음식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이 까리 잎이 들어가는 음식을 '까리'라고 부르게 되었고 세월이 지나면서 급기야 까리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비슷한 모양의 여러음식들을 뭉뚱그려서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Kari는 '요리'라는 뜻의 중세영어 'cury'의 영향을 받아 영어로는 'curry'로 표기하게 됩니다.



남인도식 한 상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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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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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이 '까리', 서양인들이 '커리'라고 하는 이 음식이 본격적으로 전세계에 퍼지게 된 것은 인도에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들어서고 식민지화 되면서입니다. (동인도회사에서 '동인도'라 함은 인도의 동쪽지역, 즉, 동남아시아를 지칭합니다.)
영국인들은 첸나이(마드라스)를 중심으로 하는 남인도 커리를 바탕으로 그들 입맛에 맞도록 정형화 시켰고 그것이 지금 전세계 인도식당 메뉴판 커리 섹션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들어가 있는 음식들입니다.
닭고기를 예로 든다면 치킨 커리(또는 치킨 마살라)를 기본으로, 버터를 넣으면 '버터 치킨(치킨 마크니)', 매콤 새콤한 맛이 많이 들어가면 '치킨 빈달루', 요거트나 크림을 넣어 부드럽게 만들면 '치킨 코르마', 자작하게 팬에 볶으면 '치킨 카다이(카라히)', 뼈 없는 것은 '치킨 티카' 같은 식으로요...
우리나라 중국식당의 짜장, 간짜장, 삼선짜장, 유니짜장 같은 격이죠.

커리 이야기를 하면 빠질수 없는 단어가 '마살라Masala'입니다.
마살라(맛살라)는 인도말로 향신료라는 뜻입니다. 즉, 독특한 향이나 맛이 나는 식물의 뿌리, 잎, 옆매, 껍질 등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 마살라의 종류는 수십가지이며 음식을 만들때는 여러가지 마살라를 섞어서 씁니다. 혼합 마살라의 경우도 정해진 레시피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양념'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돼지불고기에 들어가는 양념과 동태찌개에 들어가는 양념이 다르고 같은 음식이라도 집집마다 배합비율이 다른 것 처럼요. 다만 우리나라 양념은 마늘, 고추가루 같은 원재료 뿐만 아니라 간장 같은 1차 가공식품도 양념으로 포함 되지만 마살라는 원재료 만을 말하지요.
마살라는 그냥 생것을 볶은 후 갈아 쓰기도 하지만 보관과 유통의 편의를 위해서 말린 후 가루로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살라 중에 더운 성질의 것들을 '가람 마살라'라고 하는데 커리에 들어가는 마살라는 대개 가람 마살라 종류입니다. ('가람'은 '뜨거운', '따뜻한', '열' 등의 뜻을 지님)

영국인들에 의해 정형화된 기본 커리에는 다음과 같은 마살라(향신료)들이 들어갑니다.

고수씨 Corriander Seeds
큐민 Cumin
강황 Tumeric
페누그릭(호로파)Fenugreek
회향 Fennel Seeds

여기까지는 거의 기본적으로 들어갑니다. 
아래 재료도 커리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입니다.

고추가루 Dried Red Chilli
블랙머스타드 Black Mustard Seeds
정향 Clove
월계수잎 Bay Leaves
계피 Cinnamon
그린카다멈 Green Cardamom
향두구 Black Cardamom
검은후추 Black Pepper
커리나무잎 Curry Tree Leaves
생강 Ginger
아니스 Anies

향신료는 다양하고 독특한 맛과 향, 색을 내기도 하지만 조리과정에서 균을 죽이거나 인체에 좋은 작용을 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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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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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om Hermans on Unsplash

 

 



유럽은 동양의 향신료가 전해지면서 비로소 '요리'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됩니다.
이 향신료 들은 주로 열대지방에서 많이 나는데요,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이러한 향신료들의 주 산지였지요. 영국이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향신료를 비롯하여 면화, 실크, 차, 주석 등 아시아에서 나는 것들을 가져가기 위해 동인도 회사를 설립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생산, 가공, 운송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데 주 산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는 그만큼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남부 광동, 복건 지방에서 사람을 모아 이민을 시킵니다. 지금 동남아 화교들의 조상이지요. 비율로는 중국인에 한참 못미치긴 하지만 인도 동남부 타밀 지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이 시기에 이민자들이 정착한 지방에는 그들이 갖고 온 음식도 함께 정착하게 됩니다. 요즘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여행할 때 먹는 음식 중에는 이때 시작 된 것이 무척 많습니다.

커리도 마찬가지지요. 특히 인도 타밀지역 이민자가 많았던 말레이시아의 경우 대중식당의 절반은 인도식당일 정도로 인도음식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인도보다 질좋은 재료들이 잘 유통 되다보니 인도에서보다 더 맛있는 인도음식을 접할 수 있어요.

태국도 인도 식문화의 영향을 받은 음식들이 몇가지 있지요.
로띠, 맛싸만, 깽까리 같은 거죠.

밀가루 반죽을 얇게 늘려 기름 두른 팬에 구운 로띠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인도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이걸 커리 국물에 찍어 먹는 한끼 식사메뉴인데요, 태국에서는 주로 달콤하게 만들어서 간식으로 먹지요. 태국에서도 푸껫이나 끄라비 같은 남부의 이슬람 식당에 가면 '로띠 남깽'이라고 해서 커리 국물과 같이 나오는 로띠가 있어요.



로띠(로띠 파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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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띠와 각종 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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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로띠 짜나이(로띠+커리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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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까리는 앞에 '국'을 뜻하는 '깽แกง'을 붙여서 깽까리แกงกะหรี่라고 합니다.
여기서 '깽'은 한자 '羹갱'에서 온 말입니다. 羹은 흔치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쓰는 말입니다. 제사때 쓰는 국을 '갱국'이라고 하는데 거기의 갱이 羹으로 태국의 깽과 어원이 같습니다.
깽까리를 만들때는 각종 향신료 생것을 절구에 넣고 찧어서 기본 커리 양념장(남프릭깽)인 '남프릭 깽까리'를 먼저 만들고 그것과 함께 고기와 감자, 물을 넣고 끓여서 음식을 만듭니다. 이 '남프릭 깽까리'는 집에서 직접 만드는 일은 잘 없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서 씁니다. 다른 종류의 태국 커리인 깽펫(레드커리), 깽키여우완(그린커리)도 이 남프릭깽이 있습니다.(남프릭 깽펫, 남프릭깽키여우완)

'커리 가루'는 태국어로 '퐁까리ผงกะหรี่'라고 하는데요(퐁=가루) 태국의 대표메뉴인 팟퐁까리 등의 음식을 만듭니다. 퐁까리 역시 시판제품을 쓰지요.

슈퍼에서 파는 어떤 퐁까리 제품의 성분입니다.
고수씨 30%, 강황 20%, 큐민 15%, 정향 10%, 계피 10%. 카다멈 10%


깽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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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사람들은 사실 커리에 들어가는 저 향신료들은 일반적으로 먹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태국 남부에 인도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고나서 접하게 된 것이죠.
인도인들의 커리 맛에 좀더 가까운 것이 '깽까리'이고 태국사람 입맛에 맞게 여러가지 다른 재료들을 넣어 만든 것이 '맛싸만(마싸만)Massaman'입니다. 맛싸만은 인도식 커리에 보통 들어가는 재료인 고수씨, 큐민, 카다멈, 정향에  더하여 고춧가루, 레몬그라스, 갈랑가, 흰후추, 팜슈가, 까삐(새우된장), 샬롯, 마늘, 타마린드, 땅콩, 남쁠라, 코코넛밀크 등을 넣어 태국음식 특유의 다양하고 더 자극적인 맛이 추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맛싸만'은 무슬림의 옛말인 Mussulman에서 온 말입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좋아하는 태국 음식이 중국계 태국음식이 많은데 반해 서양사람들은 이 인도 커리 문화를 일찌감치 받아들여 자기네 음식화해서인지 맛싸만은 서양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태국음식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요.
맛싸만은 이슬람 식당이나 길거리 반찬덮밥(카우깽)집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닭고기나 소고기, 그리고 감자, 땅콩이 들어가 있습니다. 밥 위에 얹어 비벼 먹지요.
이 맛싸만은 태국음식중에서는 디저트류를 제외하고는 단맛 원탑급의 음식입니다. 그리고 재료도 단순하고 보기에도 푸짐하지 않다보니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잘 안맞는 음식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맛싸만 까이 (닭고기 맛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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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싸만 느아 (소고기 맛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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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맛싸만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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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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