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 푸켓타운의 오래된 국수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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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 푸켓타운의 오래된 국수집들

고구마 7 5522

요왕이 제일 좋아하는 국수는 맑은 국물의 어묵 국수입니다. 그리고 바미 무댕, 그러니까 붉게 조린 돼지고기를 편썰기해서 고명으로 올리고 파란 꽝뚱도 넉넉히 넣은 노란색의 생라면도 가끔씩 먹기에는 괜찮아하더라구요.

요왕의 식성이 이러한바 태국 중북부를 다닐 때는 어묵 국수를 꽤나 잘 먹고 돌아다녔는데, 푸껫 타운 쪽으로 내려오니까 어묵 국수집이 태국 중북부만큼은 잘 안보이네요. 간혹 가다 있어도 어묵의 모양과 질이 영~ 성에 안차서리...^^

그대신 푸껫 타운의 명물인 미 혹끼엔(중국식 통통한 밀가루 면) 집이 많습니다. 저는 넓고 부드러워서 목구멍으로 술렁술렁 넘어가는 쌀국수인 ‘쎈 야이’를 좋아해서, 이 미 혹끼엔은 마구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푸껫타운에는 꽤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전통 어린 식당이 있으니 혹여 숙소가 근처이신 분들은 한번쯤은 드셔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중 어떤 식당은 1962년부터 열었다고 하니 벌써 50년이 다 된곳도 있군요.

그런데 이런 국수집을 찾아갈 때는 그 역사가 기십년이 되었다고 해서, 그 세월만치의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게 실망과 민망을 피하는 지름길인거 같아요. 왜냐면 음식의 맛이란게 세월이 쌓인다고 해서 그 세월만큼 무한대로 계속~ 쭉쭉~ 맛있어지는 게 아니란 느낌이 듭니다.

물론 개업 1, 2년차의 솜씨와는 비할 바가 아니겠으나, 국자 10년쯤 잡아본 국수집이나 기십년 잡아본 국수집이나 결과물은 비슷해요. 사실 제 입맛에는 그냥 어린 아가씨들이 하는 길거리 노점 국수집도 상당히 맛있어요. 왜 그 ‘한계 효용의 법칙’이란 거 있잖아요. 딱 맞지는 않겠지만 이 경제적인 법칙이 이런 면에서도 약간 비스므리하게 작용을 한다는...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리의 혀는 외국인의 혀이고, 이건 태국 음식이니까요. 우리 혀끝을 자극하는 그 맛있는 무엇인가의 정체가 사실은 MSG의 양 일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태국 음식 자체가 좀 가벼워요. 가볍다는 게 나쁜 의미는 아니고요, 겨울이라는 계절을 견뎌야만 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저장 발효 음식이 꽤나 많아 음식이 좀 진중한(?)편인데, 태국은 사시사철 작물이 나니까 그런 면에서는 좀 경쾌하다고 해야할지...

게다가 그냥 면이니까요, 큰 기대는 마시고 가까우면 찾아가보세요. 힘들여 가기에는 푸껫 타운의 더위란 정말 후덜덜합니다.


1. 란 미 똔포 (보리수나무 라면집)

위치는 푸껫타운의 시계탑 오거리를 아시지요? 이번에 와서 보니 그 시계탑도 예전의 우중충한 모양새를 벗고 나름 말끔하게 단장을 했어요. 그 오거리에 보면 붉은색의 중국계 사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 옆에 있는 식당입니다. 메트로폴 호텔이 이 시계탑 오거리에 있는데 이 호텔과 바로 대척점에 있는 위치이기도 해요.

볶음 국수와 싸떼가 유명하지만 볶음밥도 하고요, 그밖에 다양한 식사가 됩니다. 하지만 대표 메뉴는 역시 계란 들어간 통통한 밀가루 면발의 '미팟 혹끼엔(중국 복건식 생라면 볶음)'인데요. 이 집 벽에 보면 태국어로 ‘아니~ 푸껫에 와서 어떻게 똔포라면을 안 먹을 수가 있어요?!’ 라는 발랄하면서도 도발스런 문구도 있다는군요.

대부분의 국수와 볶음밥은 40-50밧 내외입니다. 현지인들도 많지만, 외국인들도 어지간히 많이들 오는지 우리가 들어가니까 '차이니즈? 재패니즈?'라고 묻습니다. 얏호~ 아직은 나를 외국인으로 봐주는구나.

하여튼 맛은 괜찮은 편이에요. 전 단맛이 강한데다가 약간 신맛까지 더해진 팟타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의 볶음국수는 불맛과 더불어 단맛은 있어도 신맛이 없어서 꽤나 맛있네요.

아무래도 기름에 볶아낸 면이니까 먹다보면 좀 느끼하긴 한데요, 양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야금야금 먹다보면 어느새 바닥입니다.
반찬 비슷하게 작은 보라색 양파인 '험댕(샬롯)'과 함께 먹으면 조금은 짜장면 먹는 기분이 납니다.
미팟 혹끼엔의 경우 보통 40밧, 달걀 넣으면 50밧, 곱빼기는 60밧입니다. 들어가는 고기는 닭, 돼지, 해물 등으로 원하는 걸로 주문하심 되구요... 값은 똑같애요.



미 팟 혹끼엔


험댕은 꼭 달라고 할 것




2. 꼬멩 국수집

푸껫 버스 터미널이 있는 팡아 거리에서 올드 타운 방향으로 계속 걸어오다보면 큰 사거리를 하나 건너자마자 걷는 방향의 오른쪽을 잘 보세요. 그럼 이 집이 보이실거에요. 그러니까 찌라유왓 들어가는 입구 건너편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펄 호텔 건물의 북쪽 맞은편 이기도 합니다.

주인 아저씨 사진과 1962년부터라는 연도가 써 있는 입간판이 자그맣게 서 있는 곳인데 면은 역시나 밀가루 면입니다. 근데 미똔포처럼 통통한 복건식면이 아니고 가느다란 면이군요.
고명이 좀 특이한데요, 돼지 곱창, 위장 같은 내장과 고기, 돼지고기 완자(룩친무), 그 외 어묵같은게 올라가 있습니다.

입간판에 사진에 있는 아저씨는 식당에 보이질 않고, 젊은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는데 아마 아저씨의 아들 일지도... 창업자 얼굴과 오픈 년도를 간판에 새겨 넣는건,(주로 할머니들이지요) 우리나라의 뼈다귀 해장국이나 보양식 전문 식당들에서 아주 많이 보이는 현상인데 말이지요. 근데 우리나라의 그러한 간판은 꽤 거대한데 비해서, 여기는 그냥 작게 서 있습니다.

한 그릇에 40밧인데, 양이 너무 적어요. 괜시리 뱃길만 열리게 하고 위산만 분비되게 한다는... 하긴 옆에 태국인 커플도 세 그릇 시켜놓고 먹더라구요.
곱창은 냄새도 안나고 곱도 차있고 부드럽습니다.  저는 곱창 씹는 맛이 좋긴 한데 아무래도 곱창의 특성상 으웨~ 하시면서 안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을거 같기도 합니다.



고명으로 돼지 내장이 들어간다




3. 찌라유왓 국수집

꼬멩 국수집을 등지고 정면을 보면 크고 하얀 외관의 펄 호텔이 보이는데, 이 호텔 건물을 향해 들어가면 바로 걷는 방향 오른쪽에 이 국수집이 있어요. 근데 이 펄 호텔 지금도 영업을 하긴 하나요? (검색해 보니 영업중이군요. -_-;; )

호텔 건물은 무척 큰데 외관이 살짝 을씨년스럽게 변해서, 공짜로 묵으래도 금방 오케이 하기가 곤란할듯도 한데... 실제로 묵어보신 분 계신가요?

하여튼 한글로도 찌라유왓이라고 표기된 이 식당은 확장 리모델링을 하여 외관이 깔끔하고 국수집 치고는 넓네요.  저희는 좀 어정쩡한 시간인 오전에 가서 그런지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꽤 호젓하게 식사를 했는데, 끼니때가 되면 또 다르겠지요.

가는 면으로 나오는 비빔국수(바미 행) 하나와 통통한 면으로 나오는 국물국수(바미 남) 이렇게 시켜보았는데요, 통통한 새우살이랑 돼지 고기 고명이 나름 맛있는 곳이었어요. 식성마다 다르긴 할테지만 이날 면을 너무 살짝 삶아줘서 우리 입맛에는 좀 뻣뻣하더라는... 마치 뽀글이한 인스턴트 라면 처럼요... 그래서 입안에서 말랑하고 촉촉한 면이 착~ 하고 감기는 맛이 없었어요.

그리고 국물맛은 좀 많이 심심했습니다. 아침에 먹기에는 너무 진하지 않아서 좋다고 봐야 될지도...? 하여튼 야오 옌타포가 우리 입맛에는 훨씬 더 감칠맛 나고 면도 보들보들하게 삶아줘서 혀에 착착 감기던데, 이건 개인차가 다 있으니 뭐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네요.

미 남


미 행






국수집들의 위치는 지도에서 확인하세요.
http://g.co/maps/56wb2



#2014-01-20 07:34:56 먹는이야기#
7 Comments
호루스 2012.05.03 18:28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누만요...
락푸켓 2012.05.03 19:35  
요즘 고구마님의 남부지역 먹거리 리뷰 때문에
다이어트에 이만저만 지장이 있는게 아니네요...TT
얼마전 방팟리뷰보고 그 다음날 바로 가족과 다녀왔구요
낼 아침은 오랜만에 똔푸로 직행 입니다...ㅋㅋㅋ
zoo 2012.05.03 21:06  
오랜만에 찌라유왓 바미국수를 봅니다^^ 가격은 여전히 40밧 씩인가요?!
전 밀가루 국수보다는 쌀국수를 좋아해서 아주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찌라유왓 바미행과 바미남은 먹을만 하더라구요^^
다음에 푸켓타운 가면 알려주신 란 미 똔포에도 가봐야 겠어요^^
고구마님^^ 감사히 잘 봤습니다^^
덧니공주 2012.05.03 22:36  
푸켓가면 한번 들려봐야겠습니다.....제 계획에 푸켓은 아직 없지만,혹 모르거든요.....
저두 zoo님처러,쌀국수라야 소화가 잘되는 체질이긴한데,불맛나는 건 좋아하거든요
라면먹었는데도,먹고싶어져요...
numero1 2012.05.04 00:40  
찌라유왓 바미!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면요리 중 하나에요. 제게는 저 국수가 푸켓 가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아, 또 먹고 싶어요...
꽁꽁23445 2012.05.04 17:04  
경우없는 질문입니다만....
양파가 발음이 헌댕에 가깝나요 혼댕에 가깝나요???
요술왕자 2012.05.04 17:16  
위의 사진은 양파가 아닌'샬롯'이며 태국말로는 '험댕หอมแดง'입니다.
'양파'는 '후어 험หัวหอม'입니다.
'험'은 '향기', '향기나는 것'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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