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저녁에 가서 완전 대실망한 흐언펜
이 식당은 낮과 밤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요.
낮에는 대중적이고 캐쥬얼 한 느낌의 와글와글 야외식당 분위기인데, 저녁에 가면 비밀스럽고도 어두우분위기에 실내장식들은 고급스러운 태국전통느낌을 냅니다. 낮에 여는 부분과 밤에 여는 부분... 공간도 다릅니다.
그리고 메뉴판 자체도 달라져버려요. 같은 종류의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낮에 비해서 아이템별로 30%에서 70%까지 가격대가 높아집니다. 물론 분위기나 서빙면에서 다르니까 크게 부당한 느낌은 아니고요. 그리고 낮에는 국수도 하는데 저녁에는 이런 단품 식사는 안 해요. 좀 정찬 분위기로 바뀌는 듯 합니다.
5시부터 문을 연다길래 5시 10분쯤 도착했더니, 낮 가게 부분은 굳게 닫혀져 있고 오른쪽에 큰 문이 조금 열려져 있는데 그 안 어두운 벤치에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부 중국인 여행자들이요.
그곳에서 서성대니 종업원이 나와 우리를 인도해서 데리고 간 내실은 약간 어둡긴 하지만, 태국 전통양식의 소품들로 잘 꾸며져 있어서 약간 대접받는 느낌이 나긴 나네요. 이 정도면 에어컨을 가동시켜도 좋으련만 그냥 선풍기만 틀어서 좀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대부분의 음식 가격대는 80~90밧 선이고 야채 같은 경우는 60~70정도여서 별 부담은 없는편입니다. 그냥 이렇게 단품을 시켜서 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찬찬히 메뉴 뒷장까지 넘겨보니 ‘칸똑’이 있지 뭐에요.
칸똑은 치앙마이를 여행한 분들이라면 한번쯤 경험 해 보셨을텐데 올드 치앙마이 컬쳐럴 센터나, 쿰 칸똑 같은 곳 가서 공연을 보면서 둥그런 소반에 차려진 음식을 뷔페식으로 계속 먹는거잖아요. 요즘은 한 500밧 하나요.
근데 여기는 2인분 한 셋트 가격이 350밧이네요.
메뉴 설명을 보니
깽 항레 - 버마식 돼지고기 커리
랍 쿠아 - 북부식 돼지고기 무침
깽 캐 까이 - 닭고기와 야채를 넣은 북부식 커리
싸이 우어 - 북부식 돼지고기 양념 순대
남프릭 눔 - 구운풋고추 쌈장, 또는 남프릭 엉 - 고추와 토마토, 다진 돼지고기를 넣은 쌈장
카우 니여우 - 찹쌀밥
끄루어이 부앗치 - 바나나를 코코넛밀크에 끓인 것
북부식 커리와 북부 소세지를 포함해서 요리 5가지이고 거기에 찰밥 2개와 후식까지 나오니... 오~ 단품으로 시키는 것보다 이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기대를 안고 콜 했는데...
아아... 나온 음식은 우리를 멘붕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주문 1분 만에 종업원이 달랑 들고 온 커다랗고 동그란 나무쟁반 위에는 조그만 종지가 오종종하게 담겨있었는데 그게 바로 요리들?... -_-;;
뭐지 이 찌질한 모양새는?
게다가 음식 맛도 없어요.
낮에 팔았던 음식 보관했다가 주문 들어오면 종지에 내온 느낌. 바로 그것!!
우리는 생뚱맞게도 칸똑상을 주문해서 이리 피를 봤지만
단품으로 요리를 주문한다면 맛있는 식탁이 될 것 같기도해요.
다른 테이블에 올라간 요리를 보니 맛깔스럽게 반질반질해보입니다.
오랜 인기와 전통의 식당이고 낮에 해내는 음식의 질로 봤을 때 요리는 잘하는 곳이거든요. 둘이서 기분내러 갔다가 괜히 우리처럼 칸똑을 시키시지는 말기를 바라며...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 이 흐언펜은 앞으로 낮에만 갈거같습니다.
저는 그런 대중적이고 저렴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았어요.
사실 오후시간대에 우리가 들어갔을 때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중국여행자들이었고 우리테이블과 서양인 혼자 온 테이블, 그 외에 현지인들은 없더라구요. 물론 그날 그때만의 상황일 수는 있겠지만 , 현지인들로 활기 돋던 낮과는 달리 저녁의 이곳 풍경은 여행자 전용 식당같은 느낌이랄까...
#2014-06-23 17:23:14 먹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