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갈 마음이 드는 카오산의 이스라엘 식당 <쇼샤나>
태국을 방문한 여행자 입장에서는 카오산의 모든 먹거리들이 다 이국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어느 곳에서 무엇을 먹더라도 새로운 문화와의 격한 조우라고 볼 수 있겠어요.
정말 많고 많은 식당과 펍들이 카오산로드뿐만 아니라 주변의 람부뜨리, 파아팃, 파쑤멘, 쌈쎈 길 등등 그 일대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이러한 이국적인 느낌 안에서도 조금 더 정체성이 튀는 곳이 몇몇군데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태국인이 아닌 이방인들이 운영하는 식당들... 그 중 하나가 중동음식 전문점 쇼샤나Shoshana입니다.
일단 이 식당의 위치는 태사랑 카오산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데, 대충 끄적끄적 해보자면 카오산 거리 서쪽에 있는 경찰서에서 람부뜨리 길을 향해 몇십미터 걷다보면 진행방향 오른쪽에 나있는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요. 스타벅스 가기 전이요.
이 골목 안에는 쇼사나만 있는 건 아니고 ‘꼬 란타 피자’라는 유명한 피자집과 ‘간사이’라는 일식집이 있고, 골목 바로 입구에는 노점 인도식당도 있어서 초행이라 할지라도 찾기에 그다지 어려운 곳은 아니에요.
위치 https://goo.gl/maps/mKhDzBg5WAA2
이 식당이 영업을 한지는 꽤나 오래 되었는데요 우리가 꼬꼬마 배낭여행자였던 시절부터 장사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사라’라고 하는 다른 식당도 바로 옆에 있었나? 그랬었는데 그곳 역시 중동요리를 했던 곳이라고 요왕이 그러는군요. 지금은 쇼샤나만 있습니다.
하여튼 우리처럼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태국음식이 좀 물리는 때가 분명히 오는데, 이럴때는 좀 이색적인 것, 그러니까 아예 문화권이 다른 음식으로 위장을 리프레쉬 해 줄 필요가 매우 높아져서 찾아가게 된 곳입니다. 기대보다 음식의 양이나 가격이 꽤나 합당한 편이고, 다음에는 카오산 가게 되면 다시금 재방문하고 싶은 식당이 되었어요.
사실은 제가 이스라엘 음식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어놔서,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정통음식을 먹어본 여행자들에겐 이 곳 음식이 어떤 평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이 식당의 주인장이 이스라엘 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분과 태국인여성 이렇게 부부라고 합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자국민의 손길이 담긴거니까 어지간히 잘은 만들었을겁니다.
일단 메뉴판 사진을 한번 정독해보세요. 메뉴판의 전반부는 이스라엘 음식이 가득하고 후반부에는 태국음식이 꽤 다양하게 포진되어있어요. 국제결혼한 주인장들의 정체성과 잘 맞아떨어지긴하네요.
우리가 갔을때는 손님 중에 중국인들이 두 테이블이나 있었는데 그 여행자들은 여기 와서 태국음식을 먹길래 좀 의아하긴 했어요. ‘태국음식을 먹으러 굳이 이 식당에...?’라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아마도 식당이 깨끗하고 에어컨이 나와서 온 것 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여튼 우리가 주문해 먹은 건 이렇습니다요.
피타 브레드 Pita Bread 2장 : 꽤 부피감이 있고 반으로 자른 후에 틈을 벌리면 소스와 그 외 재료를 쉽게 채울 수 있어요.
Falafel 팔라펠 + 2개의 사이드 메뉴 : 우리는 여러 개의 사이드 중 ‘후무스’와 ‘타히니’를 선택했습니다.
Shakshuka with Salad and Chip : 샥슈카는 토마토가 베이스가 되고 여기에 각종 향신료가 첨가된 약간 매콤한 맛의 따끈한 소스였는데 계란이 한 개 첨가되어서 좀 더 묵직함을 더했더군요.
찾아보니까 이스라엘에선 아침식사로 이 샥슈카를 많이 먹는다는데, 실제로 맛을 보니 약간 의외였어요. 아침 빈속에 먹기엔 조금 강렬하지 않나? 싶은 느낌도 들었거든요.
메뉴판 사진에는 둥글고 작은 팬에 담겨져서 나오는 것 처럼 되어 있던데, 제가 시킨 샥슈카는 감자칩과 샐러드가 곁들여 진거라서 그랬는지 그냥 크고 오목한 접시에 세팅되어 나오는군요.
아참... 팔라펠은 병아리콩을 으깬 반죽을 튀긴거라서 속이 샛노랄 줄 알았는데 이집은 팔라펠을 쪼개어 보니까 연두색인겁니다. 뭐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코리앤더(고수)를 다져 넣어서 색과 향을 냈어요. 원래 팔라펠에는 코리앤더를 넣는건지 아니면 이 집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그 향이 그다지 강하진 않아서 팍치 좋아하지 않는 요왕도 곧잘 잘 먹더라구요.
기본적으로다가... 중동음식이라 그런지 코리앤더 향 과 커민(큐민) 향이 꽤 나는 편이니까 이런 허브가 불편한 분이라면 음식이 대략 안 맞을지도요... 커민은 우리나라 양꼬치 집에서 꼬치 구울 때 뿌리는 양념에도 많이 들어있는거죠.
얼핏 멕시코 음식와도 흡사 합니다.
일단 우리가 먹은 방법은 피타 브래드를 절반으로 자른 후 잘 열어서~ 거기에 병아리콩 스프레드라 할 수 있는 후무스를 한 면에 바르고 깨 스프레드 라 할 수 있는 타히니를 다른 면에 바르고... 그담에 튀킨 팔라펠을 으깨서 속을 채우고 샥슈카 소스와 잔잔하게 썰린 샐러드까지 와방 넣어서 무슨 반원의 복주머니처럼 만들어 먹게 됩니다. 주머니 모양의 빵이니까 이렇게 마구마구 넣어도 옆으로 덜 삐져나와요.
이렇게 하나 만들어 먹으면 벌써 배가 좀 차는데, 이래봤자 아직 1인당 한 개인 피타브래드의 반밖에 안 먹은 거거든요.
이 집의 주문 방식이 메인 하나를 선택한 후 7~8가지 정도 되는 사이드 중 몇 가지 선택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섹션의 요리가 있으니까, 요모조모 조합해보면 추가요금을 많이 들이지않고 다양하게 먹을 수가 있었어요.
‘에그플랜트 샐러드’라는 것도 일종의 찍어먹는 소스 섹션에 있는데, 이번엔 시켜보지 않았지만 익힌 가지를 페이스트화 해서 여기에 오일이라 향신료 약간 넣고 쉐킷쉐킷 한 거로 설명이 나와있군요. 다음엔 이것도 시켜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식당의 태국음식은 먹어보질 않아 수준은 알 수가 없지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이스라엘 음식인데도 입에 착착 붙더라구요. 주문을 할 때 욕심을 부려서 피타 브래드를 3개 시킬까말까 망설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까 한사람에 빵 한 개도 속이 그득하더라는...^^
하긴 도톰한 빵 안에 콩소스, 깨소스, 콩튀김을 가득 넣고보니 양손에 빵을 쥐면 아주 그냥 그 무게감이 확 느껴질 정도니까요.
피타 브래드가 한 장에 15밧이고 요리가 각 160~170밧 정도, 둘이서 이렇게 먹고 물 한병 해서 375밧으로 가격면에서도 그다지 부담이 없는 편안한 곳이었어요.
메뉴판의 일부분
식당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