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접하기 어려운 태국음식 <카놈찐 깽따이빠>
저는 카놈찐을 이제는 꽤 좋아합니다.
참 희한한 일이지요. 십 수 년동안 카놈찐식당 앞을 지나갈때 단한번도 입맛이 돋기는커녕... 채소절임이 가득해서 부잡스러워 보이는 상차림과, 냄비에서 뭉근히 끓여지는 깽에서 나는 냄새와 요상한 색깔 때문에 통 먹을 일 없겠다 싶었는데 말입니다. 막장드라마보면 티격태격하던 사이 안좋던 남녀가 어느순간 애정의 불꽃이 팍 튀는것처럼 참 요상스러요.
근데 카놈찐에 관한한 요왕도 식성이 비슷해져서 아마도 이 음식이 좀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젊을때 좋아했던 팟씨유는 이제 거의 주문 안하는걸보니... -_-;;
태국서민층의 인기외식아이템(특히나 태국남부에서 더 자주보이고 맛도 남부깽이 더 나은듯...)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면에 끼엊어먹는 깽(커리 국물이라고 생각하면 될듯요)중에 서양인들에겐 거의 엽기혐오스런 맛으로 평가받는게 있는게 그게 ‘깽 따이 빠(깽따이쁠라)’입니다.
사실 아시아인인 제가 보기에는, 서양인들은 아시아 음식에 관한한 미맹같습니다. 그래도 인도요리는 좋아하더라구요. 일단 밀가루빵을 소스에 찍어먹는거니까... 아무래도 식성이 달라그런지 자유여행자인데도, 현지식보다는 빵과 고기 위주의 서양식 또는 자기들 입맛에도 어느정도 맞는 소수의 태국음식 위주로 먹더군요. 식성은 남이 뭐라할건 아니고 그냥 좀 입이 짧다고 봐야겠지요. 우리는 서양음식도 두루두루 잘 먹는데....-_-;;
하여튼 이런 서양인들 관점에서 볼때요, 카놈찐 전체를 혐오하는건 아닌거 같은데요... 저 ‘깽 따이빠’는 정말 해괴한 음식이라고 평하는거 같아요. 그냥 냄새만 맡고도 사색이 될거같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생선내장젓갈로 끓인 깽’이라는데 제가 먹었을때는 생선내장은 안보이고(아마 발효과정에서 삭아서 없어진듯?) 꽁치같은거 한 토막 들어있고요 그외 호박과 가지 죽순이 들어있습니다. 근데 이 삭힌 죽순이 또 냄새가 호러블합니다. 전 이 깽이 그렇게도 맵다길래 매운맛을 마구 기대하고 먹었었는데 맵다기보다는 뭐랄까... 생선젓갈의 냄새가 상당히 강렬하더라구요. 그냥 생선젓갈 끓인 것 같은 맛이랄까요.
생각해보니 서양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사람들은 물론 태국사람들 중에서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거같네요, 전형적인 남부깽인지라 태국북부사람들은 ‘히익 이게 뭐랴!!’ 할 수 있습니다. 색깔도 검은빛도는 갈색이라서 모양도 좀 숭악스럽지요. 전 뭐 그러려니 괜찮았어요.
요왕은 생선과 코코넛의 조합인 ‘남야 까티’가 카놈찐 깽 중에서 제일 무난하고도 정통적인 맛이라고 합니다. 색깔은 약간 주홍빛을 띤 노란색입니다.
제 입맛에는 맞는데 요왕은 손을 훼훼 내저으면서 싫어하는 카놈찐은 ‘카놈찐 남프릭’입니다. 이건 반질반질 기름기가 돌면서 약간 붉은색이 감도는 소스인데요, 감칠맛나는 달콤한맛에 땅콩이 많이 들어가있어요. 아니 식사로 먹는 면을 이렇게나 달게 먹는다니!! 하면서 요왕은 매우 싫어하는데 전 일단 달고 고소하니까 좋습니다.
그외에도 깽키여우완(그린커리), 남니우(남응이우;북부식선지국) 등등 식당의 규모에 따라 종류가 아주 많은집도 있고, 한두가지 종류밖에 없는집도 있고 그래요.
사실 카놈찐 자체가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먹기에는 거리감이 좀 있는 음식이죠. 우리나라 오는 여행자들이 청국장을 비롯해 각종 장찌개 안먹는 것처럼요....
하지만 선입견이나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먹어보면 또 맛있는(혹은 내 입에 맞는) 것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 반대인 음식도 있긴 하지만요 ^^
카놈찐 노점
카놈찐을 주문 했습니다. 왼쪽이 남야, 오른쪽이 깽따이빠
제가 좋아하는 '남프릭'과 '남야'를 섞었어요.
카놈찐 국물 중 가장 기본이고 대중적인 '남야 까티'
깽따이빠. 사진으로는 건더기도 튼실하고 먹음직해 보입니다만... ㅠㅠ
식탁마다 올려져 있는 갖가지 채소(생것, 데친것, 절임)들을 마음껏 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