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씨푸드다. 방팟 씨푸드 체험기. 몸 불린 이야기
작년에 펀낙뺀바우님이 올려주신 '나는 씨푸드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게시글을 보았을 때... '아~ 태국 어딘가에 저런 식당도 있구나. 진짜 정말 저 가격에 저 요리가? 근데
당췌 자가 운전자가 아니고서는 가볼수가 없는게 최대의 문제구먼. 그냥 사진으로만 만족해야지..'
하고 맘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왜
냐면 우리로서는 팡아 타운에 머무를 일이라곤 전혀 없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혹여 팡아에 머무른다 할지라도 그 식당이
타운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찾아 들어간담? 했는데요. 어쩌다 이번 여행에서 끄라비에서 팡아를 거쳐 푸껫으로
가는 도중에 팡아 시내에서 내려 머무르게 되었고, 타운에서 방팟 씨푸드까지 루트는 구글맵과 펀낙뺀바우님 글의 사진을 대조해서 그
정확한 위치를 요왕이 딱 짚어낸거에요.
왠만하면 환호성을 지르지 않는 무심한 저로서도, 그 때 만큼은 요왕이 정말 대단해~ 보이더라는... 저는 방향 감각과 길 찾는 능력이 없는채로 태어났거든요. -_-;;
1인당 300밧에 무한 리필 해산물 내용도 놀랍지만, 올려주신 글 내용 중에 홈스테이와 3끼의 식사에 1인당 1,200밧 이란 걸
보고 그것을 해보기로 합니다. 음식도 제대로 먹고 현지인들의 문화도 체험하고~ 완전 좋겠다!! 하면서 전화 걸었더니 그 사이
1인당 1,000밧으로 내렸군요. 오호~ 더 좋을세~
일단 위치는 팡아 타운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갈림길에서 끄라비 방면, 그러니까 415번 대로를 타고 계속 달리다 어느 지점에서 우회전! 그러니까 해변이 있는 방향으로 진입해서 약 10킬로미터 정도 더 들어가야해요.
그럼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가냐?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간거거든요. 아이폰의 구글맵에 의지해서 말이에요.
우리의 위장은 앞으로 세 끼니 연속 7가지 해산물 무한 리필로 먹을 기대에 벌써부터 위산이 퐁퐁 분비되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당연히 아침은 굶지요. 우리의 얼굴도 반짝반짝 또렷한 눈알을 굴리고 있습니다.
사실 좀 무리한 스케쥴의 식도락이긴 했지만, 여길 언제 또 와보겠냐? 왔을 때 뽕을 뽑아놔야 앞으로 한 동안 해산물 찾지 않는다 싶어서 말이지요.
마을로 진입하니 역시 진한 무슬림의 냄새가 풍겨요. 사람들도 옷도 분위기도요. 여기서 차로 한 시간 반 가량 떨어진 푸껫이 놀고
먹고 즐기는 섬, 굳이 끼워 맞추자면 제주도 같은 (물론 저는 제주도가 훨훨 더 좋지만) 컨셉이라면... 이곳 팡아만 해안가
무슬림 마을은 전남 어느 끝자락의 어촌 마을 같습니다.
겨우 어린이티를 벗은 가녀린 소녀도 절구로 새우 찧는 일을 하고, 젊고 나이 든 아줌마도 그물 일을 하고, 하여튼 다 일하는 분위기네요. 여기 있으니까 왠지 태국 같지 않고 말레이시아 어느 마을 같아요.
게다가 현지인들의 노동과 일상의 중간에 서있으니 정말 우리가 이방인 같군요.
하여튼 오토바이로 가뿐히 도착한 첫 날 점심, 펀낙뺀바우님이 알려주신데로 갔더니 마을에서 이 방팟 해산물 집을 찾기는 무척
쉽습니다. 길고 좁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그냥 왼쪽 맨 끝집을 찾아가면 되요. 이 마을에서 제일 인기 있는 해산물 집이군요. 낮이고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위치가 좋아요. 마을 맨 끝에 있으니 사방으로 탁 트인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니까요. 역시 부동산은 위치라니까...
위치
https://goo.gl/maps/PYXki2synvuWtLFm6
이곳이 우리가 묵게 될 방팟 홈스테이. 방팟 씨푸드와 함께 운영한다
여기 온 현지 손님들은 자가 운전자들인가 봐요. 가족이나 단체 손님이 많군요.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계신 주인아저씨에게 전화로 예약하고 왔다고 하니 방청소가 덜 되었으니 우선 점심밥부터 먹으라고 하더군요.
사람 버글버글한 식당 한켠에 앉아 음식을 주문 했습니다. 이 날 생굴이 없어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대로 훌륭합니다. 두 사람에 7가지 음식이 나오니 정말 상이 풍성해지면서 우리의 손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큼직하고 신선한 농어 간장 찜, 새콤 달콤 샐러드. 제법 통통한 찐 새우, 게 후추 볶음요리, 남 프릭 꿍 씨압, 허이 착띤 이라 불리우는 조개 요리, 구운 한치까지... 아욱~ 배불러.
첫 끼니니까 공격적이고 가뿐하게 다 먹어 치웠어요.
꿍 옵 끄르아 (새우 소금 구이)
쁠라 까퐁 능씨유 (농어 간장찜)
뿌마 팟 프릭타이담 (꽃게 검은 후추 볶음)
남프릭 꿍씨압 (훈제 새우를 넣어 만든 쌈장)
쁠라믁 파오 (오징어 구이)
얌 쌈껍 (훈제새우, 마른새우, 캐슈넛, 덜익은 망고 등이 들어간 샐러드)
새우 양념장에 찍어 먹기
착띤은 얼핏 새조개 처럼 생겼다
점심상
밥 먹고 하릴없이 배회하니 주인 아저씨가 배 타고 제임스 본드 섬 가볼테냐고 묻던데, 뭐 예전에 가본 곳이고 배가 불러 급
피곤해진 우리는 패스~ 게다가 지금은 그 무덥다는 혹서기 4월, 날이 더워 에어컨 되는 방안으로 들어가 냉기 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에어컨 쐬며 침대에 누워 책좀 보다가, 마을 한바퀴 돌고, 다리 건너 맹그로브 숲 산책, 저녁 노을 감상하고 다시 들어와 데워진 몸 식히기...
다음날 아침 물 들어온 모습
방팟 마을 아이들
생선 말리기
방팟 마을 뒤로 저녁 노을이...
우리가 묵은 방
이런~ 먹기는 무진장 먹었는데 활동을 별로 안하니 해가 져서 어두운데도 당췌 배가 안 꺼지네요. 저녁을 늦게 먹어야지 방에 드러누워 있는데 누가 방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문을 열고 보니 해 맑은 소년이 우리에게 지금 저녁 식사 하러 나오라합니다.
아직 위장에 낮에 먹은게 가득하지만, 이렇게 호출이 오면 먹으러 나가야지요.
역시 7가지 시켜요. 낮에 보다는 감흥이 덜하지만, 점심때는 없던 새로 들여온 깡(쏙)이 있어서 그걸로 2종류를 시켜봤어요.
깡을 쪄서 2마리, 마을 볶음으로 2마리, 똠얌꿍, 오징어 볶음밥, 튀긴 농어 요리, 캐슈넛 잔뜩 들어간 얌 삼껍, 조개 볶음 요리가 상에 올라오는데, 음식의 대부분이 단백질이다 보니 아주 속이 묵직해집니다.
게
다가 볶음밥 시켰더니 2인상인데도 불구하고 양을 5인분으로 줘서 아주 그냥 미안해 죽을뻔 했어요. 아니 이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인심이 좋은 건 정말 감사하지만, 우리는 겨우 2명일 뿐이라구요. 우리는 이걸 어떻게 남기지 않고 다 먹나 궁리하며
밤바다 바라보며 말도 없이 처묵처묵... 얼굴은 무표정해지고 손은 느려지고 배는 주책없이 불러옵니다. 우리는 지금 농장 속에 갇혀
푸아그라 만드는 오리 신세?
저녁에도 역시 손님들이 많이 방문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낮에 방문하는 손님이 훨 많았어요.
깡능 (쏙 찜)
깡 팟 끄라티얌프릭타이 (쏙 마늘 후추 볶음)
쁠라 까퐁 랏 프릭 (농어 튀김 양념 소스)
똠얌꿍 남싸이 (새우를 넣은 맑은 똠얌)
저녁상
다른 손님들은 일찌감치 식사를 끝내고 팡아 타운으로 돌아가는군요. 게다가 주인 가족도 여기 살지 않는지 마지막 식사 손님이었던 식사를 마치자 바깥 불 끄고 문을 전부 닫고 퇴근해 버립니다. 숙소에는 우리 둘뿐...
밤이 어두워지면 이 무슬림 마을에서는 할 일이 없어요. 숙소에서는 인터넷도 전화도 잘 안되니까요. 낮 동안 머금은 열기가 마을 전체에 고스란히 배어 있으므로, 방 안에서 에어컨 최대로 틀어놓고 있는 게 제일입니다.
그나저나 이 날 마을을 왔다갔다하다가 얼핀 본 TV에서는 팡아만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더군요. 전문가가 나와 팡아만의 지도 위에 지진 발생지점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
제 우리의 소곤소곤 대화 주제는 쓰나미 밀려오면 과연 어디로 도망쳐야하나? 입니다. 근데 배가 불러서 잘 뛸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아무리 봐도 도망 칠만한 마땅한 루트가 안보여요. 우리가 잠든 집은 집 바로 아래에 바닷물이 철렁이는 갯가에
지어진 단층짜리 수상가옥~ 우리 도대체 왜 이러냐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잠이 듭니다.
천둥, 번개까지 몰아치는 밤이었지만 다음 날 아무일 없이 아침 깨어나니... 숨결에서 비린 생선 냄새가 날라고 해요.
아니다... 그냥 마을 전체에 배여 있는 갯가 냄새인가?
어
찌되었든 세 끼 포함 가격인데 아침도 먹어야지요. 내가 여길 언제 또 오겠어... 원래 포부 같았으면 역시 7가지를 시켜놓고
아침부터 먹어야 되지만, 도무지 넘어갈거 같지가 않는군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쉬워요. 여기 농어가 정말 싱싱하고 맛이
좋았는데...
하여튼 볶음밥을 포함해서 4개만 시켜서 겨우 먹게 됩니다. 주문 받는 아주머니도 '그래 너희들 심정 내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더 권하지도 않아요. 농어, 게, 새우는 이제 상에 또 올라올까봐 두려워요.
어디서 줏어듣기로 조폭들이 몸 불릴 때 방 하나 잡아 놓고 고 칼로리 음식 마구 흡입한다던데, 지금 우리 모양새가 그 좀 비슷한데요. 그런데 우리는 불린 몸을 도대체 어따 쓰나요?
꿍 옵 운쎈 (새우 당면 찜)
허이 딸랍 팟 남프릭 파우 (조개 고추장 볶음)
아침상
이 마을 들어왔을 때 초롱한 눈과 빈 위장으로 왔다가, 나갈 때는 오만 해산물을 다 집어넣고 한껏 무거워진 몸을 하고
오토바이 타고 붕붕 떠납니다. 근데 막상 오토바이에 올라타니 아침이였어도 농어를 한 마리 먹을걸 그랬나 싶기도...자꾸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게 되네요.
마을에서 팡아 타운까지는 약 25킬로미터 정도? 위치적인 난점이 있는 곳이라 실제로 찾아가실
분은 없으시겠지만요... 그냥 태국 남부에 이런 곳도 있다고... 그리고 1박 홈스테이도 나름 그 의미가 진해서 해볼만 하지만, 한
끼 식사 정도만 배부르게 하고 빠져나오는게 소화기 건강면에서는 보자면 좋다고... 그냥 그런 이야기입니다. ^^
하여튼 여길 소개해주신 펀낙뺀바우님께 진심 감사~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