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 식당 방랑기 2
1. Na's 키친
위치는 마을 한가운데 신호등 사거리에서 중고등학교 쪽으로 가다보면 학교 가기 전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 역시 마구 특별한건 없는 태국식 밥집이다. 한 가지 특징적인 건 이곳은 쏨땀을 파파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거. 오이와 당근 그리고 long bean 이런 재료로 만들어 준다. 원래 ‘땀땡’이라고 태국식 오이 무침이 따로 있긴 한데, 하여튼 이 오이 쏨땀을 밥이랑 먹으면 술술 넘어간다. 파파야 대신 오이도 나름 괜츈하긴 한데 ‘쏨땀은 파파야지!! 그 외는 무효!!’ 라는 분들이라면 실망을 할 여지도 있다. 어쨌든 주문 전에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니까 음식이 나온 후 서로 민망해할 여지는 없다는...
주인 아줌마도 친절하고 가게도 나름 이쁘게 꾸며놔서 밥시간 되니까 여행자들이 꽤 찾아오는 편이다. 막 맛있다 이런 건 아니지만(이런 수준의 태국 식당에서는 막 맛있을 것도, 그렇다고 마구 형편없을 것도 없다) 대략 먹을 만한데, 각종 덮밥이나 볶음밥이 50~60밧 선으로 아주 싼 집은 아니었다. 아주 싼 집은 경찰서 앞 쪽에 따로 있다. 하여튼 돼지고기 볶음밥을 시켰는데 양을 너무 많이 줘서 잠시 접시 보면서 당황했다는...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집 메뉴판의 글씨체가 너무 중세식 흘림체라서 읽기에 눈이 아플 지경이다. 물론 여기 찾아오는 서양애들 한테는 아무 불편도 없는거겠지만 말이다. 빠이의 태국 식당의 경우, 다른 지방보다 음식양은 좀 넉넉하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2. 경찰서 정문 맞은편 밥집 - 싸고 양 많은 집
경찰서 정문을 등지고 맞은편에 식당이 세 개가 있는데, 중간 집은 어인일로 문을 안 연거 같고, 코너에 위치한 곳은 별로 맛이 없다는 요왕의 귀띔이 있어서 패스~ 하고... 결국 맨 오른쪽 집에 가보게 되었는데 이곳 역시 무난하고 일반적인 태국식 밥집이다...
음식 값은 꽤나 저렴한데 그에 비해 양은 상당히 많아서, 맛과 분위기보다도 경제적으로 칼로리 섭취가 우선적인 젊은 배낭 여행자들에게 꽤 어필하지 않을까 싶다. 단품 식사의 경우 30~35밧 정도일뿐...
나는 이날 메뉴 선택을 잘못해서 오랜만에 시켜 먹은 팟씨유가 온통 짜고 달고 해서 입맛만 쩍쩍 다시고 앉았는데... 다른 이가 시킨 볶음 덮밥 같은 경우는 꽤 무난할뿐더러, 내 음식과는 달리 제대로 된 사기 그릇에 나름 근사하게 나왔다. 근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여지는 있는데... 하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니까...
밥 시키면 따로 말 안 해도 뜨거운 국물도 한 종지 옆에 슬쩍 놔준다. 고맙게스리...
3. Nong Beer 넝비아 식당
이곳의 위치는 뭐 따로 설명을 안 해도 다들 아~ 거기~ 하고 알고 있을 것 같다.
빠이 야시장 길의 서쪽 시작점이기도 하고, 바로 대각선 맞은편에 블랙캐넌 집이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빠이 야시장 길의 서쪽 시작점이기도 하고, 바로 대각선 맞은편에 블랙캐넌 집이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식당은 나름 널찍하고 코너를 빙 둘러가며 테이블이 있어서 이쪽에 자리를 잘 잡으면 길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밥 먹을 수 있다. 물론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매연과 굉음도 함께 들여 마시는 불상사가 있지만...
이곳의 주 종목은 아무래도 태국 북부식 커리 국수인 카우써이 인데, 이번에 가서는 둘이서 닭고기 카우써이, 소고기 카우써이, 그리고 돼지고기 볶음밥 시켜먹었다. 카우써이의 양이 너무 작아서 그것만 가지고는 한 끼 식사가 당최 되질 않는다. 우리는 요즘 이렇게 한 끼니에 육류 그랜드 슬램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성장기도 지난 세기에 다 끝난 마당에 이 무슨 과한 단백질 섭취인지...
이곳의 주 종목은 아무래도 태국 북부식 커리 국수인 카우써이 인데, 이번에 가서는 둘이서 닭고기 카우써이, 소고기 카우써이, 그리고 돼지고기 볶음밥 시켜먹었다. 카우써이의 양이 너무 작아서 그것만 가지고는 한 끼 식사가 당최 되질 않는다. 우리는 요즘 이렇게 한 끼니에 육류 그랜드 슬램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성장기도 지난 세기에 다 끝난 마당에 이 무슨 과한 단백질 섭취인지...
같이 주는 보라색 작은 양파(샬롯)와 절임배추를 넣고 국수와 먹으면 꽤 감칠맛이 나는데 사실 카우써이라 불리는 이 커리국수는(40밧) 한국인에게는 난이도가(?) 좀 있는 음식이니까 단번에 좋아지기는 어렵다. 그리고 양이 상당히 작아서 저거 한 그릇만 먹으면, 괜시리 뱃길만 홍해가 갈라지듯 열리므로 필히 다른 걸 즉시 먹어줘야 된다. 이 식당은 다른 요리들도 전방위적으로 해내는데, 단품 식사의 경우 50~70밧 정도... 돼지고기 볶음밥은 저렴해서 50밧...
식당 종업원의 상태라는 게 그날그날 다를 수도 있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꽤나 친절하고 사근사근해서 나름 좋은 기분마저 들었다. 거스름돈 주면서 와이까지 하는 종업원 보기 힘든데 이 집에 그런 종업원이 있더라는...
빠이에 오게 된다면 한번쯤은 가볼만한 식당이다.
빠이에 오게 된다면 한번쯤은 가볼만한 식당이다.
4. 채식식당
이 집은 원래 빠이 군청 맞은편에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로 장사를 하던 곳이었다. 쏨땀 나 암퍼와 가까이에 있었던 작은 규모의 채식식당이었는데 이번에 빠이에 와보니 장소를 이전하고, 외관을 꽤나 멋들어지게 치장을 해놓았다. 위치는 경찰서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데, 아야 서비스에서 주는 지도에는 127번 Vegetarian Restaurant로 표시되어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을 듯... 길만 잘 찾아 들어가신다면 그 다소 과해보이는 외관 덕분에 눈에 반드시 들어 올 비쥬얼이다. 식당 이름은 慈心薺(Cha Xin Chai)라고 써 있는데 Pure Vegetarian Food라는 간판이 더 눈에 띄일지도....
각종 반찬 덮밥(물론 재료는 전부 야채와 두부, 콩고기들...)과 국수, 볶음 요리, 그리고 스프링 롤과 중국식 만두 등등, 재료 자체는 고기를 빼서 좀 제한적이지만 가짓수나 다양성은 꽤 다양한데, 볶음요리에서 화학조미료 맛은 좀 풍부하게 나는 것 같다. 뜨거운 차가 한 켠에 공짜로 제공 되어서 좋더라는... 역시 중국의 차 인심이란~
국수의 고명으로는 그냥 두부나 튀긴 두부, 콩단백으로 고기 비슷한 모양을 만든 것, 그리고 파란 넝쿨을 충분히 넣어줘서 좋은데, 채식 식당의 경우 순수 채소로만 먹지 않고 어떻게든 나름 고기모양과 질감을 살려서 먹는 게 약간 아이러니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어떤건 진짜 고기 맛이 난다. 씹는 질감까지도...
식물성 재료만으로 국물이나 맛을 내려니 아무래도 심심하긴 한데,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좀 구미에 안 맞을 수도.... 사실 나도 내내 채식만 먹으라고 하면, 손사래를 칠 식성의 소유자이긴 한데... 가끔 가다가 이런 채식식당 가면 참 맛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끔씩은 말이다... 이날 아침은 채식 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고기 뷔페 먹었다는. -_-;;
5. 길에서 주워 먹은 자금자금한 먹거리들...
밥을 다 먹고 난후에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군것질 주워 먹는 생활이 아주 몸에 배겨가지고 솔직히 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는 것도 나름 복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식생활이 사정없이 검소해지니까 말이다. -_-;;
저녁이 오면 두앙 식당 근처에 보라색의 편편한 떡을 석쇠에 구워서 설탕과 들깨가루 비슷한 거 솔솔 뿌려서 주는 노점상이 나오는데 맛이 나름 괜찮다. 구운 떡이라니... 이 얼마나 식욕 돋우는 정겨운 어감인가 말이다. 근데 사실 구운 떡은 뭐니뭐니해도 하얀 가래떡 노릇노릇 구워서 조청이나 꿀에 찍어 먹는게 킹왕짱인데... 어리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맛인지 모르겠는데, 오래된 내 입맛에는 좋았다. 단지 흠이라면 한 장에 10밧인데, 양이 너무 적은게 좀 아쉬울뿐...
앉은 자리에서 10개라도 단번에 주워 먹을 양이다.
앉은 자리에서 10개라도 단번에 주워 먹을 양이다.
빠이 야시장 길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다들 아시겠지만... 저녁에 그 이슬람 사원 근처에 가면, 무슬림 아주머니가 자금자금한 밀가루 튀김 먹거리들을 팔고 있다. 뭐 그다지 특징적인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 무슬림 냄새를 잔뜩 풍기는 아이템도 있는 바, 겹겹이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기름하게 생긴 로띠 끄럽과 튀김 만두 모양의 사모사가 그것이다. 그 외 튀김류와 도넛 등을 파는 데 1개에 5밧 정도의 부담 없는 가격...
밥 먹고도 아직 혈당이 안 올라와서 자꾸 다른 먹거리에 눈이 갈 때 하나씩 먹어주면 제격이다. 물론 그 이후에 뽀얗게 돋아나는 뱃살은 ... -_-;; 좀 많이 두렵다. 아이들이 좋아할 맛인데, 문제는 어른인 나도 잘 먹는다는 거...
빠이에 밤이 내려앉으면 등이 켜지고 거리에는 각종 꼬치들이 많이 나오는데, 언제부터 유행이 된건지 버섯 꼬치도 많이 보이다. 맥주 한잔 할 때 입은 심심한데 고기는 좀 부담스럽다 싶다면 이 버섯꼬치도 괜찮긴 한데 조각낸 양송이버섯 꼬치 2개에 15밧 정도니까 아주 싼 건 아니었다. 넝비아 식당 근처에는 새송이와 큼직한 양송이를 온전한 모양으로 구워주는 곳도 있는데 거기도 괜찮을 것 같다. 근데 왜 버섯구이 보면 늘 삼겹살 생각이 나는지...
그 외에도 뭐 많고 많은데, 아침에 일어난 일을 저녁에 잊어버리는 작금의 기억력으로는 겨우 이정도 뿐이다.
다른 이들의 즐거운 간식거리는 뭐가 있었을까...?
돼지고기꼬치
찐빵
두유
각종 튀긴 빵 종류의 간식들
요즘 빠이에서 유행하는 버섯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