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 식당 방랑기 1
올 겨울 시즌에도 북부의 이 인기 있는 여행자 마을 빠이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다녀갔겠지...
십 수 년 전에는 그저 먼지 풀풀 날리던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을 뿐이다. 그 당시 덜컹대는 로컬 버스에 대충 실어둔 내 배낭이 거의 800개에 이르는 커브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버스에서 튕겨나와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기도 했는데... 그 모든 일은 이미 아주 먼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랬던 빠이가 갑자기 현지인들에게 태국 여행 트랜드의 대세에 올라타더니, 그야말로 2006, 7년 이후로는 ‘새롭고 핫한 여행지’로 급부상하면서 속된 말로 오픈빨을 적잖이 누리셨다.
옛 시절 빠이는 히피스런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공연하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도란도란 나눈다는 흉흉한 소문도 꽤 돌았는데, 요즘은 그런 짓을 하다가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추방돼도 할 말이 없다.
빠이는 중심가 타운의 규모로만 보면, 워낙 작은 동네라 식당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느낌이다. 숙소의 경우에는 타운을 벗어난 교외에도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리조트 급까지 다양하게 산재해있지만, 식당이야 타운에 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러니 먹는 걸로 치자면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빠이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먹었던 이야기를 끄적거려본다. 사실 내 위장에 들어간 음식보다, 타인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가 더 궁금하기도 하고...
1. 아야 서비스 바로 맞은편의 쏨땀, 고기구이 식당
이 작고 허름한 식당에서 무양과 까이양을 먹어본 한국인 여행자들이 꽤나 많을 것 같다. 위치 자체도 아야 서비스 바로 맞은 편인지라 찾아가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츈하니까 말이다.
점심시간이 오기 전에 닭다리와 돼지고기 목살을 그날 팔 양만큼 구워놓고는, 다 팔리면 더 이상 안 굽는 곳인데... 옹색한 식당의 모양새와는 달리 영업방식은 나름 시크한 고자세이다. 내가 식당 주인이였으면 그런 쿨~ 한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아마 어떻게든 고기 구해와서(고기를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요왕을 마구 닥달하는거다) 손님을 맞이할텐데... 어쩌면 우리가 방문한 때가 성수기가 좀 비껴나간 한적한 시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이집에는 늘 점심때 가게 된다. 그래야 한 점이라도 얻어먹으니까... 커 무양(돼지 목살 구이)은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대략 두툼한 것 한 장에 55밧, 흑미를 살짝 섞은 카오니여우(찹쌀밥)은 한 접시에 10밧인데 두 사람이 한 접시 먹어도 충분 할 만큼 인심이 좋다. 그러니 사람 인원수대로 시키면 의도치 않게 머슴밥 먹게 된다. 태국의 찰밥은 어떤 곳은 너무 딱딱한 곳이 있는데 이 집은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쏨땀은 25밧으로 이렇게 차리면 그야말로 ‘태국식 삼합’ 완전체이다.
둘이서 이렇게 먹으면 딱 좋은데 돈은 그래봤자 90밧. 100밧 내고 받은 거스름돈으로 신나게 옆 가게 세븐일레븐 가서 콜라까지 완성하면 위장은 더 바랄 것 없이 노골노골해진다.
메뉴판이 작고 간단하게나마 벽에 붙어 있는데, 앗~ 누가 써주셨는지, 바로 그 위에는 한글 알림판이 있네... 여기를 다녀간 분들의 빼곡한 메모도 있고... 오호라~ 그중 반가운 닉네임 발견~ 구리오돈님이다. 아는 닉네임을 발견하자 여기에 힘입어 요왕도 구석에 작게나마 흔적을 남겼다. 빨간펜으로다가...
외관이 협소하고 식당이 좀 지저분한 모양새인건 사실이지만, 위치상의 장점과 가격이 저렴해서 자꾸 또 가게 된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주인아줌마가 막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다. 하긴 친절하게 한다고 한 덩이 먹을 고기 두 덩이 먹을 것도 아니고 말이지...
외관이 협소하고 식당이 좀 지저분한 모양새인건 사실이지만, 위치상의 장점과 가격이 저렴해서 자꾸 또 가게 된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주인아줌마가 막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다. 하긴 친절하게 한다고 한 덩이 먹을 고기 두 덩이 먹을 것도 아니고 말이지...
2. 이싼 빠이
위치는 경찰서 정문을 등지고 서면 보이는 건너편 길로 한참 쭈욱 걸어 들어가서(그러니까 해지는 서쪽 방향) 거의 골목 끝 왼쪽에 붙어 있는 고기구이 집이다. 이 집은 화로 위에서 통닭 몇 마리가 나란히 꼬챙이에 뀌어져서는 돌돌돌 돌아가고 있는데, 예전에 우리나라도 전기구이 통닭집에 가면 유리통 안에서 그렇게 빙빙 돌아가곤 했었다. 하긴 요즘에도 있긴 하다. 길거리 트럭에서 돌돌 돌아가는 영계구이를 단돈 5천원 주고 사와서 먹어보곤 했는데, 갑자기 그 닭 뱃 속에서 찰밥이랑 대추가 삐질삐질 나와서 황당했었다. 뭐지... 하여튼 뭐라도 나오니 고맙다.
어쨌든 이 식당에서는 닭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목살구이나 삼겹살 구이등도 있는 바, 닭 반 마리와 삼겹살 한 덩어리 이렇게 각각 60밧짜리 시키고 거기에 찹쌀밥과 쏨땀 한 접시 30밧 이렇게 하니 딱 160밧!!
사실 고기 자체의 맛은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인 삼겹살이 훨씬 좋다고 느껴진다. 닭도 물론 다리나 날개 부분이 맛있긴 한데, 아무래도 매트릭스형 공장식 양계장에서 나온 닭고기라 그런지 가슴살 쪽이 참으로 뻑뻑해서 허연 가슴살 씹다보면 이건 뭐 혓바닥에 고기맛 나는 찰흙이 밀려다니는 느낌이다... 이건 이집 까이양만의 특성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닭 가슴살은 참으로 뻑뻑하다. 결국 남은 고기는 비닐에 싸와 길거리 개들에게 간식으로 줬다는...
하지만 이 식당도 나름 괜찮은 곳이다. 하긴 세상에 나름 괜찮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
추천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빠이에 오래 머물다 보면 여기저기서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추천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빠이에 오래 머물다 보면 여기저기서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3. 피댕 무까다
아~ 부끄럽게도... 또 고기 이야기다. 우리는 한국에서 식사 할 때는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편인데, 여행만 나오면 매 끼니마다 고기고기고기, 완전 육식형 인간이 된다. 거기에다가 한술 더 떠서 여긴 무까타 ,즉 고기 뷔페이다.
주인 이름이 댕인지 가게 이름은 피댕 무까타이다. 영어로는 P.Dang이라고 써있다.
위치는 마을 중앙길을 타고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경찰서를 지나 세븐일레븐 가기 전에 걷는 방향 왼쪽을 유심히 보면 나오는데, 이곳 역시 모양새는 참으로 옹색하다. 이 집은 한 2~3년 전만 해도 89밧이라는 나름 양심적인(?) 가격을 받았다는데, 이제 가보니 129밧인데다가, 고기 남기면 100그램당 30밧 벌금 물린다는 경고판도 붙여 놨다.
이날 오전에 채식식당에 가서 두부만 주워 먹어서 그런가, 저녁이 되니 너무 고기가 땡겨서 스스로도 좀 민망해하면서 찾아가게 되었는데... 사실 고기 뷔페를 즐기려면 가격 대비 치앙마이 같은 대도시가 훨씬 더 좋다. 무까타는 대도시일수록 가격대비 성능이 월등하다는...
그나마 이 집 고기중에 삼겹살의 질은 괜찮은 편이어서 아예 그것만 집중 먹었고, 다른 건 집어올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특히 생선살은 큰 덩어리 채로 나와 있었는데 얼마나 비린내를 풍기던지, 뚜껑 열어보던 다른 태국 아가씨가 ‘으익~~!!’ 하면서 황급히 뚜껑을 닫을 정도... 모르긴 몰라도 그 생선 덩어리 먹으면 곧바로 ‘워킹데드’ 모드가 될 것 같은 포스를 팍팍 풍기던데 말이다. 그 외 해물류는 새우는 없고 물 안 좋은 오징어 정도가 있는 바, 그러니 오로지 삼겹살만 먹는 게 남는 거다.
예전에는 쏨땀도 나왔다던데 지금은 수박이랑 볶음밥 그리고 튀긴 과자 정도만이 사이드디시로 나온다. 둘이서 속삭이길 쏨땀같은 자극적인 샐러드가 나오면 고기를 더 먹게 되니까 그래서 빼버린 것일거라고 결론 냈는데, 그 결론이 무색하게끔 삼겹살은 꽤나 먹었다. 다행히 얼음이랑 음료수는 저렴한 편..
개인적으로... 어지간하면 빠이에서는 무까타 가지 말고 참았다가 치앙마이로 돌아가게 되면 먹는게 훨씬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야 빠이에 다소 오래 지내다보니 간거지만서두... 이거 왠지 나는 해도 되고, 너는 하면 안된다라는 말 같아서 좀 민망하다.
그런데 여기 말고 블랙캐넌과 넝비아 식당이 있는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그러니까 매홍쏜 방향으로 좀만 걸어 올라가게 되면 걷는 방향 왼쪽에 역시 고기뷔페가 있는데, 굳이 빠이에서 고기뷔페 가게 된다면 이곳이 더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이 식당이 훨씬 더 깨끗하고 정갈한 분위기이고, 양해를 구하고 안에 들어가서 슬쩍 보기만 했지만서도, 고기의 질도 저 피댕 보다는 나아보이고 위치도 시내(?)에서 가까워서 좋고... 근데 가격은 동일한 129밧이다. 역시 고기 남기면 100그램당 30밧의 벌금을 물리는데 서로 담합을 했나... 특이한건 여기 주인아저씨가 초로의 서양인이다. 오전에는 열심히 마당 쓸고 있더니, 저녁에 가봤더니 카운터에 앉아 계산중이다. 저 사람은 어떤 연유로 고향땅에서 머나먼 이국 만리 태국에 터를 잡고, 한국식 불고기 집을 하게 되었을까...
4. 어묵국수집과 새우살 완탕국수집
이미 먹는 이야기 게시판에 요술왕자가 예전에 쓴 게시물에 위치와 가격이 상세히 나와 있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 둘 다 마을 중앙길(은행, 경찰서 등이 있는 길)에 위치 해 있다. 지도 자료실에서 빠이 지도 검색해서 보면 다 나와 있기도 하고, 또 빠이 자체가 워낙 작은 곳이라 마을 중앙길 왔다갔다하면 못 볼래야 못 볼수가 없다. 오로지 정중앙만 보고 걷는다면 혹 못 볼 수도 있겠지만...
두 집 다 양이 꽤 튼실한게 장점~ 태국 국수의 양이란, 참으로 나의 호소력 강한 위장에 민망할 수준일 때가 거의 대부분인데, 여기는 꽤나 넉넉하다.
저 새우살 완탕집의 경우 완탕에 들어있는 소가 꽤 질이 좋은편인데 가격은 단돈 30밧뿐이 안한다.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도 빠이의 무드에 힘입어 약간 옷을 스타일 있게 입었다.
현재 이 작은 마을은 전반적으로다가, 타인에게 빠이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거의 강박적인 상태다. 관공서, 은행, 우체국, 전화국 같은 관공서까지 빠이스럽게(?) 치장하고 있다. -_-;;
가게도 꽤나 깔끔한데, 저녁 장사는 안하는지 저녁에 갔더니 거의 반 셔터 내린 상태였다.
면만 하는 게 아니라 카우 무댕이나 카우 무껍 같은 고기 덮밥도 하니까 면을 싫어라~ 하는 동행자랑 같이 가기에도 괜찮고 ,저렴하게 태국식으로 한 끼 넘기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없다.
면만 하는 게 아니라 카우 무댕이나 카우 무껍 같은 고기 덮밥도 하니까 면을 싫어라~ 하는 동행자랑 같이 가기에도 괜찮고 ,저렴하게 태국식으로 한 끼 넘기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없다.
어묵국수집은 해장에 좋다고 요술왕자가 막 그러던데... 아마 빠이에 요왕 혼자 왔을 때는 아주 그냥 아침마다 해장하느라고 바빴을거다. 이번 빠이 방문에서는 술을 잘 안 마셔서 그런가, 그렇게 자주 먹지는 않았다. 내가 있어서 그런 거 같지는 않고, 이 시기에 화전으로 인한 공기오염이 정말 심각할 지경이어서 순전히 요왕의 컨디션 저하로 인해, 알콜섭취가 자연스레 제한되어버렸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술 끊어라 끊어라 암만 잔소리해봐야 소용없다. 몸 아파지면 지가 알아서 끊는다. 그냥 놔둬라...”
하시더니, 정말 그 말이 잠깐이나마 실현되는 걸 봤다. 이 상황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분간이 좀 어렵다. ^^
밖에서 볼 때는 유리가판대에 어묵이 전시되어있지 않아서 정말 어묵국수가 나오긴 나오는 건가 싶던데, 주문을 하니 어묵을 아이스박스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만들어준다. 하긴 위생적이니까 이 편이 더 좋다. 그러니 보기엔 썰렁해보여도 들어가서 주문해보자. 저녁에 따뜻한 어묵 국수 한 그릇 시켜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행자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탁 풀어지는게... 몸도 마음도 빠이 강에서 일렁이는 녹색 물풀같이 풀어진다.
꾸어이짭위엣남(끈적국수)도 있다. 국물맛은 파아팃 거리의 쿤댕집과 비슷하지만 면이 뚝뚝 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