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거리, 카오산로드(Khaosan Road)
배낭여행객의 천국이라 불려지는, 각종 저렴하고 깔끔한 숙소, 맛난 식당, 펍, 기념품가게, 노점, 마사지샵, 여행사, PC방 등등이 몰려 있는 카오산로드에서 시작된 일일투어, 카오산로드에서 끝납니다.
홍익여행사가 있는 골목에서 출발한 것과는 달리 투어의 끝은 카오산로드 초입 아무데서나 내려 주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봉고 한 차에 하루종일 한국사람 10여명이 함께 동고동락했지만 (차도 퍼지고 개미한테 같이 물어 뜯기고 콰이강 뗏목타고 내려갔다가 투어가이드도 잃어버리고...) 다들 수줍음이 많아서인지 뒷풀이하자는 말씀들은 없이 그냥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각자 갈 길로 흩어집니다.
하루종일, 소화 잘되는 날아댕기는 쌀, 안남미밥만 먹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허기가 질대로 져서 뱃가죽 등가죽이 서로 달라 붙을 지경... (거짓말! 그게 가능해!?)
저녁식사는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 이스라엘 음식을 파는 식당 Sarah를 찾았습니다. 깔끔하지만 수수한 식당 내부는 서울 동네에서 흔히 보는 중국집 분위기가 살짝 납니다. 카오산의 다른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식당의 TV에선 헐리우드 영화가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메뉴의 음식들이 생소한지라 전적으로 주인장 아줌니의 추천에 따라 Schnitzel(치킨까스라고 보면 딱 맞을 듯)과 볶음밥, 프렌치프라이 세트메뉴에 Pita 하나를 시켰습니다.
맛은..? 시장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추천 받을 만하구나 싶었죠. 맛있게 먹다가 나중엔 밥하고 스니츨, 감자튀김까지 섞어서 비벼 먹었는데 그것도 깔끔한 맛을 연출해 주었지요.
쥔장이자 주방장 아저씨는 어딘지 유럽사람 같기도 하고 해서 어디서 오신 분이냐고 여쭤보니 이스라엘 사람이랍니다. 여기서 결혼해서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하네요.
이 집의 또다른 착한 메뉴, 바로 민트티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시푸루딩딩한 허브티. 얼음이 듬뿍 갈려 들어가 쓰읍-! 힘차게 빨아 먹으면 전두엽 부위가 띵- 하면서 골수 깊숙이까지 시린 기가 쫘악 퍼져 옵니다.
민트티가 이 더운 방콕의 밤에 너무나 잘 어울려서 충동적으로 하나 더 시킨 아이스티 역시 매우 맛있고 시원했습니다.
짜크라퐁 거리(Thanon Chakraphong)를 따라 걸으며 밤이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에 급작스레 오렌지 쥬스 땡겨서 그 자리에서 짜 주는 노점표 오렌지 쥬스를 한잔 들고 땅화생백화점에서 파는 Dentyn 껌 보고 충동구매 때린 후 (캐나다에서 CAD1에 팔던 건데) 쁘라수멘 거리(Thanon Phrasumen)에서 좌회전하면 만날 수 있는 쁘라수멘 성곽.
낮에 보면 하얀 회칠을 한 오래된 유적에 불과하지만 밤에는 이렇게 밑에서 위로 신비론 조명빨을 쐬어 일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이 뿌라스멘 성곽 바로 맞은편에 방람푸 · 카오산 지역의 명물, Roti Mataba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미 사라에서 한따까리 하고 온 뒤라 디졑으로 간단히 바나나를 곁들인 로띠를 하나 시킵니다. 우리나라 호떡 굽듯이 찰지게 바나나 슬라이스를 얹어 구워서 네모나게 내 준 로띠에 함께 주는 연유를 부어 쁘라수멘 성의 조명을 등지고 먹는데... 햐- 괜한 명성이 아니군요. 쫄깃한 씹는 맛에 따끈한 바나나의 부드런 느낌과 달콤한 연유.
이거다 싶어서 하나 더 사서 호텔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나중에 타이페이 여행할 때 꺼내 먹었었는데 시원하게 먹어도 꼭 옛날 아시나요 (요새 나오는 천원짜리 빵또아 같은 아이스 케이크) 맛도 나면서 색다르게 또 맛있더군요.
늘어선 노점에서 파는 이름모를 각종 곤충, 고기 튀김에서부터 시원한 생과일쥬스까지, 역시 빼놓을 수가 없죠. 시원한 땡모빤(수박쥬스)을 인기폭발 줄서서 먹어야 하는 노점 아저씨 리어카에서 기다렸다가 하나 사 먹습니다.
관광객들은 주로 생과일 쥬스를 사 먹고, 현지분들은 쏨땀(설익은(우리 기준에서...) 파파야를 썰어 만든 일종의 샐러드?)을, 아마 저녁식사 반찬으로 먹으려는 듯, 한봉지씩 사 가십니다.
우리 부부가 보기엔 그 유명한 카오산 거리, 뭔가 이쁘거나 깔끔하거나 (사실 깔끔과는 거리가 멀죠) 물건이 싸고 좋거나... 뭐 이런 매력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냥 밤이 내리고 온갖 인종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햇볕도 없지만 후덥지근한 공기에 땀을 줄줄 흘리며 이리저리 쏘다니는 그런 곳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재밌죠? 그냥 재밌었습니다. 우리한테 살갑게 군 사람도 한명 없었지만 왠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재밌었습니다. 사고보니 아무래도 바가지 쓴 게 분명한 듯한 목각 기념품의 묵직한 무게도 썩 기분 나쁘지 않았고 습한 공기에 땀까지 진득이 베어나와 찐득찐득한 피부의 느낌을 시원한 땡모빤이 씻어 내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프로모션한다는 말에 낚여서 들어간 찰리마사지샵 아줌마들의 손맛이나 미소가 쑤쿰윗의 겡끼마사지를 도저히 따라갈 순 없었던터라 고것만큼은 팁까지 함께 해서 드린 가격이 못내 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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