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도몬 - 영원한 인기메뉴, 고기뷔페
예전에, 지금은 세기를 달리해버린 1990년도 후반에, 다이도몬을 가는 일은 정말 즐거운 한때였음이 틀림없었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세월과 함께 야금야금 올라가 169밧이지만 제 기억으로 120밧 대 가격으로 각종 고기와 오징어, 그리고 여러가지 야채에다 밥과 김치까지 무제한 먹을 수 있었으니, 주머니는 가난하고 위장은 왕성한 시기의 배낭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어요.
게다가 숯불이 이글거리는 화로위에 묵직하게 올라앉은 불판은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육수에 끓여 먹을 수도 있는,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한 시스템이라 신기했던 기억도 나고요. 요왕의 말을 빌리면 원래는 90밧 대의 고기 뷔페로 출발했다는 군요.
건너건너 아는 한 여행자가 이 식당에 6시간을 앉아서 먹는 기염을 토하다가 결국은 매니저에게 계산서를 빼앗기고 거의 쫓겨나다시피 가게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전설 비슷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 아저씨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그냥 자기 자신과 태국인들의 인내심을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나 봅니다.
한동안 뜸했다가 얼마 전에 카오산에서 가까운 삔까오의 센트럴 플라자(쎈탄 삔까오)에 있는 다이도몬을 찾았습니다. 여전히 뷔페를 하고 있었고 여전히 적지 않은 테이블이 손님으로 차 있긴 하지만, 왠지 활기가 사라진 듯 한 분위기였어요. 소고기도 뷔페 메뉴에서 없어졌고요... (물론 개별 메뉴에는 있습니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여전히 맛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를 조금씩 시켰는데 두 번째 부터는 삽겹살과 후추양념 돼지고기만 시켰습니다. 김치도 맛이 좀 어허~스럽긴 해도 나쁘진 않아요. 다만 쑤끼로 먹는 어묵 종류는 대부분 맛이 없는데 특히 김말이는 엄청 불기만 하고 느끼하고... 웬만하면 주문한 재료는 다 먹는 편인데 이건 남겼습니다.
밥은 흰쌀밥과 마늘과 버터로 살짝 볶은 갈색의 밥 이렇게 두 가지인데,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고기랑 같이 먹기에는 흰밥이 좋은 것 같네요.
169밧의 가격에는 이미 부가세가 포함되어있고 따로 서비스 차지를 부과하지는 않아서 딱 1인당 169밧 만 내면 됩니다.
한 가지 고무될 만한 좋은 점은, 후식으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도 무제한 제공입니다. 우리옆의 젊은 태국인 커플은 일단 1차로 고기를 진땅 구워먹고 난 후,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위장을 다시 리프레시 한 후 또 다시 고기를 주문해먹는 방법을 쓰더라구요. 유유자적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불판만 태우고 있길래, 종업원이 숯불을 뺄려고 했더니 계면쩍게 웃으면서 그냥 두라고 하더라구요. 허걱~ 저도 가끔 먹는 도중에 디저트 한번 먹어주면 위가 다시 새로 세팅 되는 기분이던데, 왠지 객쩍은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다른 지점은 모르겠는데 제가 갔던 삔까오 점에서는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씩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두고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다 먹게 했어요. 다른 뷔페의 아이스크림 코너를 보면 큰 용기에 땡땡 얼어 있어 그거 푸느라 고생고생해야 하고 여러사람이 그러다 보니 위생상 좋지도 않지요. 아이스크림 종류는 건포도 박힌 바닐라맛, 코코아맛, 타로가 들어있는 보라색, 그리고 불량식품의 향기가 가득한 연두색 이렇게 있는데 건포도 박힌 바닐라맛이 제일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연두색은 혹시나 녹차 맛인줄 알고 냉큼 가져왔는데, 으흠... 뭔가 불경스런 맛입니다. 제 입맛에는 그렇지만 다른 분은 또 좋아하실 수도 있겠어요. 메뉴판에는 네슬레 브랜드 라고 써 있네요.
윽, 고기 뷔페 식당 얘기에 아이스크림 얘기가 거의 반이네요 ^^;;
암튼 시원하고 정돈된 분위기에서 고기를 양껏 먹고 싶을 때면, 다이도몬이 아직은 그 역할을 톡톡하게 해낼 듯 합니다. 괜히 싼맛에 무까타를 찾았다가 영 입에 맞지 않는 재료들에 씁쓸하게 나오는 것 보다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