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부부의 팍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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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부부의 팍치생각~

스따꽁 6 1977
내가 팍치를 첨 만난것은, 7~8년 전쯤 중국에서다.
중국인 가정집에 저녁 초대를 받고 갔었는데...
난 고기종류를 좋아하지 않아서 소쿠리에 하나가득 담긴 "풀"을 집어먹으려고 했었다.
같이 갔던, 중국어연수를 위해 체류하고 있는 후배넘들이 놀라면서 그건 먹을수 없는 풀이니까 먹지 말라고 만류를 했다.. 향챠이(향채)라는 것인데 그거 손톱만큼만 뜯어먹어도 밥은 다 먹은 거라면서 먹으면 큰일 난다고 만류했다...
난 고기를 싫어하는 대신 풀은 아무거든지 잘 먹는다.. 풀떼기가 걍 풀떼기지 머. 중국사랑들이라고 먹는풀도 많은데 일부러 못먹는 풀 먹을라고...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먹었다... 좀 강한 향이 나는 풀이었다.. 먹고 죽을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무 조리도 되지 않은 생풀이라 더 먹지는 않았다...

내가 두번째 팍치를 만난것은 인사동의 어느 채식전문 한식집에서였다..
엄마, 아빠 , 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밥을 먹는데... 여러종류의 나물이 나왔다.. 서빙해온 아줌마가 하나를 가리키며, 이건 향이 강해서 못먹는 사람이 많다면서 주의를 줬다. "고수"라는 풀인데 스님들은 즐겨드신다면서... 먹어보니 향챠이의 향과 비슷했고, 나물로 양념을 한데다, 특별히 설명까지 해준 음식이라 다른 나물들은 남긴데 비해 "고수"는 싹 비웠다.

세번째 팍치를 만난것은 "태국"에서였다...
가기전에 이미 "팍치"의 살인적인 향의 소문을 들은 상태였다...
음식을 시킬때마다 "마이 싸이 팍치"를 외친다면, 한국음식에서 마늘 뺀 음식을 먹는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걍 먹었다...분명 맛이 있기때문에 넣는 것이리라...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향챠이"와 "고수"와 "팍치"와 "코리언더"가 모두 하나의 풀을 가리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애용되는 향신재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울 신랑은 첫번째 "팍치"와의 만남이 태국에서였다.
참고로 울 신랑은 알러지가 있는 "복숭아"만 빼고는 뭐든 먹는다.. 태국의 길거리에서 파는 벌레튀김도 먹었다..
그런 사람이 "팍치"의 향을, 맛을 한번 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 이건 사람이 먹는 풀이 아니잖아!" 이러는 것이었다... 그 담부터는 식사때마다 "마이 싸이 팍치"를 외쳐댔고, 심지어 얌념장에 아주 조금 다져넣은 "팍치"도 못참아했다..

태국에 두번, 세번 가면서도 "팍치"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한것 같았다..눈에 띄는 "팍치"만 걷어내는 수준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그런데.... 일상에 파묻혀 살다가 태국생각이 나면...집 근처의 인도음식점에서 커리를 사먹곤 했는데.... 그렇게 싫어하던 "팍치"향이 그립다면서 "고수 많이 넣어주세요!" 라는 것이었다.. "젠장 냄새난다고 안먹으면 내가 다 먹어야 하는데 왜 저러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난 "팍치"를 싫어하지도 않지만,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태국에 대한 그리움이 "팍치"조차도 좋아하게 만든 것이었을까? "팍치"냄새가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 고향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이러면서 정말 고향을 그리워하는 눈빛으로 커리를 떠먹는 것이었다...

며칠전에 태국음식축제를 하는 메리엇호텔에 갔었다... 올해는 더이상 태국에 못갈것 같아 .. 음식으로라도 달래볼 생각으로...
쑤끼가 있었는데... 먹고 싶은 재료를 고르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거였다...울 신랑이 이것저것 골라 담고는 "팍치"를 한움큼 집는 것이었다.. 요리사가 그건 요리가 다 된 후에 조금 넣는 거라고 만류를 했지만..."나중에도 넣고 지금도 넣으면 안되나여? 같이 익히면 향이 국물에 베지 않을까여?" 머 이러면서 굳이 팍치를 넣겠다고 실랭이를 벌이는 것이었다.. 난 조금 창피해서 슬쩍 딴 음식을 집으러 갔다...ㅡ ㅡ;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울 신랑.. 만연의 미소를 지으며 쑤끼담은 그릇을 들고 오는데.... 걍 팍치만 수북히 보였다...
내가 "팍치중독의 마지막 단계는 팍치로 김치담궈 먹는거래~" 라고 얘기해 주자, 걍 씨~익 웃었다.. 아니 그 웃음의 정체는 뭐야..

어쩌면.... 다음번 태국여행에서는 문익점 아저씨처럼 볼펜뚜껑에 "팍치"씨를 담아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6 Comments
마프라오 2002.10.10 10:57  
  재밌네요^^ . 한동안 뜸하시더니...... 지난번 태국,캄보디아 여행은 재미있으셨는지. 부군이 태국으로 쫓아가시는 것 같던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스따꽁 2002.10.10 10:57  
  글은 거의 안올리지만, 날마다 들어와서 본답니다~
그리고... 그때 울 신랑이랑 치앙마이에서 트레킹 하고 잼나게 놀았어여~추석을 고산족 마을에서 보냈져 ^^
스따꽁 2002.10.10 10:57  
  헉... 추석이 아니고 설날 ^^;
태국소녀... 2002.10.10 10:57  
  정말 태국을 사랑하시는 군요...^^
갈아만든팍치 2002.10.10 10:58  
  팍치중독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나에여....
susan 2002.10.10 10:58  
  울 남푠은 팍치 냄새 맡고 바로 배에서 다 웩~ 했는데...말만 들어도 얼굴이 노래지두먼요. 대단한 남푠을 두셨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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