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잘 어울리는 태국순대 싸이끄럭 싸이우어 많이먹으면 무~ 됩니다.
우리나라 순대 좋아하시나요? 순대 중에서도 주로 분식집에서 파는건 당면으로 꽉 차있고, 순대국식당에서 파는건 찹쌀이나 야채가 많이 들어있고요... 그외 염통, 오소리감투 등등등~
비위가 약한 분들은 당면순대는 좋아해도 찹쌀순대는 특유의 찐덕찐덕한 느낌때문에 잘 못먹는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뭐 둘다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맛은 찹쌀순대가 좋죠. ^^
고등학교때 친구랑 시장통근처에서 순대시키면서 아줌마한테 간도 넣어주세요~그랬더니
옆자리에서 먼저자리잡고 먹고있던 남학생들이 “야...재네들봐라. 여자들이 간을 먹는다.“ 이러면서 좀 수근거리던 기억이 나는데, 간 먹는게 왜 놀라운일인지 그게 더 의문스러웠네요.
하여튼 태국에도 우리나라 순대랑 비슷한 먹거리가 있는데 싸이끄럭, 싸이우어입니다.
제 느낌으로는 남부보다는 중북부에서 더 흔하게 보이는거 같아요. 남부에서 보기 힘들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북부사람들이 좀 더 즐긴다고 느껴지는 정도?
이 싸이끄럭에도 몇가지 종류가 있던데 밥이 들어차 있는거, 가는 당면이 들어차 있는거... 그리고 발효해서 새콤한 맛을 내는것, 아니면 그냥 많이 발효시키지 않아서 무난하게 먹을수있는 것 이렇게 다양합니다. 씹어먹는 느낌도 찌덕찌덕하고 성분자체가 느끼할 수 있는 음식이라 호불호가 좀 갈리긴 하는데 술안주로도 꽤 괜찮고 배고플때도 두어개 먹으면 끼니를 대신할 정도로 든든해요. 하긴 밥과 돼지비계를 꽉 채워놓은거니 칼로리가 상당하죠. 태국사람들은 꼭 쥐똥고추랑 생강, 양배추랑 같이 먹더라구요. 그럼 그 특유의 기름진맛이 좀 상쇄되면서 잘 넘어갑니다. 원래 매운거먹으면 자극이 더해져서 자꾸 먹게되더라구요.
모양은 동글동글한거랑 소세지같은거 이렇게 2가지가 있는데 맛은 뭐 거의 대동소이하지않나 싶어요. 콕콕 찍어먹기에는 동글동글한게 낫긴하고 먹음직스럽기로는 그냥 소세지모양이 더 나은거 같기도...
싸이끄럭
그리고 태국 북부전통음식중의 하나인 싸이우어는 태국식 소세지라고 보면 무난한데, 요왕은 상당히 달가워하지않는 음식중의 하나입니다.
왜냐면 별다른 허브가 들어가지 않고 쌀 돼지비계등이 들어 차 있는 싸이끄럭과는 달리 이 싸이우어는 허브가 많이 들어가요. 카피르 라임잎도 들어가서 그 특유의 향이 좀 강합니다.
저는 허브종류를 좋아해서 이걸 좋아하는데 싸이끄럭보다는 싸이우어가 좀더 고급식품? 이런 느낌은 확실히 있어요. 가격도 좀더 높고요. 치앙마이의 재래시장에 가보면 또아리틀듯이 동그랗게 말아놓은 갈색의 소세지를 종종 보게되는데, 이건 무게당으로 파는거 같더라구요.
싸이끄럭은 노점에서 거의 보게되고 싸이우어는 노점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식당에서 나오는 수준이랄까... 야금야금 고기맛과 기름맛에 넘어가서 많이 먹게되면 곧바로 배둘레가 토실토실해지면서 안면에 기름기가 돌수도 있는데, 한국인 여행자중에서는 이걸 그렇게 좋아하는 분들은 잘 못본거같습니다. 모양새가 좀 안 예쁘고 숭악하게 생겨서 그런지도... 카놈완(태국의 디저트)처럼 알록달록 귀엽게 생긴건 예뻐보여서라도 답삭 사게되는데 이건 일단 외모로 어필할 음식은 아니니까요. 그냥 궁금해서 언뜻 사게되지는 않나봅니다.
보통 통통한거 한꼬치에 10~15밧정도밖에 안하니 한번쯤 시도해봐서 실패한들 뭐 그다지 아깝지도 않아요. 하지만 입에 맞지않으면 한입물고나서 곧바로 버릴생각을 하게될지도 몰라요.
아... 길가모퉁이 간이 의자에 앉아서 싸이우어 콕콕 찍어먹고있는데 개가 와서 애처롭게 쳐다보길래 아깝지만 한 개 던져줬더니 이것이 냄새만 킁킁거리더니 먹지도 않고 가더라고요. 왜 그럴까 카피르라임잎 같은 향신료 냄새때문에 그런거같은데, 개가 외면하고 안먹는걸 냠냠 먹고있자니 약간 기분이 애매해지더군요.
싸이우어
이것말고 태국의 북부요리 식당에 가보면 중국 소시지라고 파는 ‘꾼치앙’이란 것도 있는데요 이건 향신료 냄새도 그다지 안나고 크게 찐덕찐덕하지도 않아서 초보자도 쉽게 먹을수 있는데 결정적으로 단맛이 많이 돕니다.
전 단 음식을 그닥 안좋아하고 또 소시지가 달다는게 너무 생경스러워서 잘은 안시키지만
카우똠 집에서 이 꾼치양를 어슷썰은후 양파, 쪽파를 넣어 새콤달콤하게 얌처럼 버무려서 먹으니까 그것도 반찬또는 안주로 먹기에 아주 합이 잘 맞더라구요.
앗~ 또한가지 태국말로는 ‘무여’ 라고 불리우는 희끄무레한 돼지고기 햄도 있긴하네요. 질감이 꼭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도시락 반찬으로 먹던 분홍색 대왕소세지 같은 식감이에요. 아무래도 밀가루 같은 탄수화물 비율이 꽤 많아서 그런거 같은데... 이것도 양파, 쪽파 듬뿍넣고 새콤달콤 얌으로 버무려 먹으면 맛 괜찮습니다. 아마 이걸 얌으로 먹는 분들은 여행자중에는 많이 없을거 같고... 카오산의 인기국수집인 쿤댕의 쫄깃국수에 보면 고명에 이런류의 무여가 들어가 있어요.
얌 무여
꾼치앙
(출처 : 위키백과 http://en.wikipedia.org/wiki/Chinese_sausage#mediaviewer/File:Yam_kun_chiang.JPG )
한 접시에다가 싸이끄럭, 싸이우어, 무여, 꾼치앙 이렇게 나박나박 썰어놓고 먹으면 태국소시지 그랜드슬램하는건데 말입니다. 이런류의 태국식 소시지는 단박에 좋아지기는 어렵고, 우리나라에서도 순대내장국 좀 좋아하시는 분들이 선호할듯해서 여행자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좀 미지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