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돈타니에서 먹은 정통 이싼음식들
그러다보니 제대로 먹은 건 두 번의 저녁식사였는데 이싼지방에 왔으니까 당연히 이싼음식으로 끼니를 즐겨야겠죠.
맨 처음 갔던곳은 숙소인 탑맨션 근처의 노점 고기구이집이였습니다.
탑맨션에서 북쪽으로 나와서 큰길을 만나면 좌회전해서 좀더 걸어갑니다. 가다보면 센트럴플라자의 북문근처에 다다르게 되는데 바로 그 입구에 있는 고기구이 노점집입니다. 길 위의 노점이고 시설은 옹색한데 현지인들에겐 꽤 인기가 있는 곳이더라구요. 도로 맞은편에는 ‘빅 소시지’라고 서양인들 위주의 식당이 있던데... 거긴 손님이 거의 없네요.
아무튼 멀리서 이 노점까지 찾아오기는 그렇고, 그저 이싼지방 어느 대도시의 한 풍경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쏨땀을 두 개 시키고 맥주 큰 것 한 병, 찹쌀밥 2개에, 그리고 2명이서 먹기에 넉넉한 양의 각종 꼬치구이를 시켰는데 돈은 단돈 240밧이 나왔어요. 우리는 이 집에서 쏨땀 중에서는 제일 마일드하다는 쏨땀타이를 시켰는데도 막상 나중에 나온걸 보니 다른 지방에서는 쏨땀 빠라 정도의 농도인 강한 맛이더라구요. 우리 주변 테이블의 쏨땀을 보니 거의 예외 없이 색깔이 아주 거무죽죽한 하드보일드 한 쏨땀이었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사람들도 시커먼 정체불명의 무침을 먹고 있던데 이런 이싼 사람들에게 외국인 입맛에 맞춘 하얀 샐러드같은 쏨땀은 어떤 의미일까요? 김치로 치자면 그냥 백김치 같은 것? 아니면 정체성을 잃은 해괴한 것?
주문하는 방식은 간단해요. 구워놓은 꼬치를 골라서 주인한테 주면 적당히 데워서 테이블로 가져다 줍니다. 음식이 다소 짭짤하긴 했지만 역시 본고장에서 먹는 맛이라 그런지 왠지 기분상으로도 남다른 느낌이 납니다. 각종 ‘얌’과 ‘랍’(무침)들도 종류가 많은데 시간상 그것까진 먹어보지 못했네요.
냄(돼지고기를 다져서 양념하여 발효시긴 것), 돼지고기 꼬치, 닭똥집 꼬치
두 번째 날 저녁은 기차역 근처의 북적북적대는 쇼핑가인 유디타운으로 가게됩니다. 이곳 역시 숙소에서 도보로 다 갈수 있는 곳이에요.
각종 먹거리들이 거의 쏟아져 나온다고 표현 될 만큼 많이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소금칠갑을 한 채 구워지고 있는 큼직한 민물생선구이입니다. 생선은 민물돔인 ‘빠닌(쁠라닌)’이구요, 이런 민물생선구이집이 굉장히 많습니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서 180에서 200밧 정도 해요.
그리고 이런 식당에서는 생선구이를 시키면 쟁반 위에 소면을 비롯해 요모조모 올린 걸 가져다 주는데 일종의 서비스 개념인가봐요. 아니면 아예 이런것까지 생선가격에 포함시켰는지도 모르죠. 생선구이 한 마리 시키고 쏨땀 한 접시, 밥 하나에 맥주 한 병 이렇게하면 320밧 정도 나옵니다.
우리가 주문한 식당은 민물생선 이외에도 새우나 오징어 같은 해산물도 구워서 파는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내륙지방이다보니 그런걸까요. 새우가격은 전혀 저렴하지가 않더라구요. 가격을 물어봤는데 1킬로에 650밧을 불렀나... 아마 그랬을겁니다. 현지물가기준으로 보면 새우가격이 정말 비싼편이지요. 그리고 생선 한 마리에 살이 워낙 많이 붙어있어서 둘이서는 그 이상 먹지도 못하겠구요...
사실 바다생선을 제대로 된 물고기로 쳐주는 입장에선 이런 류의 민물 양식 물고기는 영~ 성에 안찰수도 있어요. 저도 민물은 별로 좋아하지않지만 그래도 여기서 먹은 생선은 흙냄새가 많이 난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맛이 괜찮았어요. 방콕 같은 도시에서 ‘빠 탑팀’이라고 불리는 붉은색 민물고기는 흙냄새가 꽤 많이 나는 편이였는데 이건 품종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배에다가 레몬그라스를 쑤셔넣어서 구워서 그런건지 살 자체의 풍미는 좋은편입니다.
꼭 한군데 식당에서 몽땅 시켜야되는건 아니고 일단 이렇게 메인요리를 주문한 후에 다른 점포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더 먹어도 되요.
일종의 푸드코트 개념이어서 어차피 그릇 치우는 것만 전담해서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부담 될 건 전혀 없습니다.
우던타니가 다른지방에 비해서 음식량이 좀 넉넉하던데 이날 저녁에 먹은 국수도 양이 꽤 많고 다음날 아침에 터미널로 향하면서 노점에서 먹은 국수도 양이 꽤 넉넉하더라구요. 몇 젓가락만에 바닥을 비우는 태국 전역의 여느 국수집들과는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물가차이가 있으니까 그렇겠죠.
우던타니를 떠나는 날 버스터미널을 향해 걸어가다가 아침에 문을 연 노점 국수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게되는데요, 우던타니의 국수집은 다른 지방에서와는 달리 뭔가 빨간 소스통이 옆에 있습니다. 붉고 끈적한 느낌의 소스인데 딱히 어떤 맛이라고 설명하기는 애매해요. 그냥 조미료향 돋는 감칠맛 납니다. 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소스를 제공한 걸 본적이 없어서 좀 이색적이라고 느꼈는데 요왕 말로는 베트남에서도 국수 먹을 때 이런 소스를 준 게 기억이 난다는군요. 아무래도 국경지역이다보니까 뭔가 이국적인 영향을 받은걸까요? 한그릇에 35밧인데 양이 풍성합니다. ^^
유디타운 안의 푸드코트
센트럴 플라자 건너편의 꾸어이띠여우 까이 마라(여주 닭고기 국수) 노점
꾸어이띠여우 까이 마라(여주 닭고기 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