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맛나는 과일을 아시나요?
나: 감맛나는 과일을 아시나요? ^^
다른사람: 아시나요? 그것좀 그만해! 너 어차피 그것도 이름 모르니까 그러는 거지?
나: -_-;;
나: 그. 그러면... 혹시 감 좋아하세요?
요즘은 초등학교라고 부르지만 제가 다닐적에는 국민학교였습니다.
매년 9월에는 운동회를 했었지요.
가을 운동회나 가을 소풍 무렵에는 감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9월이면 아직 홍시가 나오지 않을 시기입니다.
요즘은 단감이 흔하지만 그때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무슨 감을 먹었을까요?
바로 떫은 감 입니다.
떫은 것을 그냥 먹었던 것은 아니었고 삭힌 감을 먹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단감들 처럼 비교적 매끈한 것이 아니고 조금은 울퉁불퉁한 감이었는데
삭히지 않고 그냥 먹어보면 제법 달고 향도 있는데 떫은 맛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먹을수가 없는 그런 것이
었습니다.
삭히는 방법은 소금이나 알콜(소주)을 쓰고 따뜻한 곳에 저장해서 삭히는데요,
제법 좋은 감은 떫은 맛이 완전히 제거되고 나면 꽤 달고 진한 감 향도 있어 맛있습니다.
10월이 되고 아직 좋은 홍시가 나오지 않았을 무렵의 감은 더욱 맛있어집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삭힌 감은 점점 안팔고 단감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 단감도 점점 맛없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고 느끼는건 저뿐일까요?
.
그렇게 그 감맛에 대한 좋은 기억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
(감맛 나는 과일 소개할것 처럼 시작하더니 무슨 자서전 쓰고 있냐?)
...
쿨럭. 쿨럭...
...
아마도 2005년도쯤일까요.. 미얀마에서 길거리 노점 수레에서 웬 감자(?)를 팔고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국에 키위가 수입되어 길거리에서 팔때 사람들이 웬 감자냐고 그랬었지요.
그래서 혹시 키위같은건가 싶어서 가까이 가서 봤는데 뭔가 털빠진 키위 비슷해 보였습니다.
아래사진처럼 생겼습니다. (미얀마에서 찍은 것은 아닙니다) 뭔가 털빠진 키위같아 보이지 않나요?
처음 보는 과일은 일단 사먹어보는 저로서는 흥미가 있었습니다.
만져보니 단단해서 주인한테 sweet? 라고 물어보았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냥 조금만 사왔습니다.
방에서 과도를 이용해서 한개 깎아보았는데 하얀 진같은게 나와서 칼날에 묻더군요. 몇분 지나니 진이 점점
굳어져서 잘 닦이지도 않아 난감했습니다.
게다가 깎아둔 과일을 먹어보니 너무 떫어서 먹지도 못하겠고요.
그냥 포기하고 나중에 버릴 생각으로 비닐 봉지에 싸서 휴지통 근처에 두었습니다.
그대로 잊어버리고 있다가 며칠뒤 다시 발견해서 손으로 만져보니 말랑해져있더군요.
하나 꺼내서 손으로 눌러보니 쉽게 갈라지고 하얀 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상한건가 냄새를 맡아보니 어릴 때 먹었던 그 삭힌 감냄새가 납니다.
상한 냄새는 아니라서 한입 먹어보니 오.. 당도가 상당합니다. 씨앗도 들어있는데 감씨 모양과 비슷합니다.
미얀마에서 먹어본 과일중 가장 달았던것 같습니다.
(사실 미얀마 과일은 태국에 비해서 품질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미얀마에서 팔고 있는 것중 좋은 것은 태국에
서 수입한 것들도 있습니다.)
나중에 태국인가 캄보디아인가 여행할 때 시장에서 이 과일을 다시 발견했는데요, 과일가게에서 흔하게 팔고
있는거라서 발견이라기 보다 그냥 본거지요.
그런데 때깔이 미얀마에서 본거랑 너무 다르네요. 훨씬 크고 색깔도 탐스럽습니다.
한봉지 사다가 만져보고 말랑한 것을 먼저 먹고 아직 단단한 것은 놔두었다가 다음날 만져보고 말랑해진 것부
터 먹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 먹으니 좋더군요.
어릴때 먹은 그 삭힌 감보다 더 달고 향기도 진하여서 매우 만족합니다.
대체로 당도가 높은데요 아주 잘 익은 것은 사탕수수 비슷할 정도로 단것도 있습니다.
그 나무를 알지는 못하지만 열매가 감맛이 나고 씨앗도 감씨 모양인 걸로 보아 감나무의 친척쯤이 아닐까 싶
습니다.
아래사진은 씨앗입니다.
삭힌 감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한번 먹어보세요. 만족할 겁니다.
그런데... 매년 시장에서 흔하게 팔았었는데 올해는 왜 거의 안보이는걸까요.
올해는 암파와 수상시장 갔다가 한쪽 골목에서 작고 꾀죄죄한 것을 깎아서 팔고 있길래 그거먹고 만족해야 했
습니다.
크기도 작지만 매년 먹었던 것에 비해 품질도 별로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암파와 수상시장 골목에서 사먹은 것. 많이 작고 때깔이 좋지 않습니다.
잘 익은 것은 손으로 아래위(긴방향)으로 누르면 벌어지면서 쪼개집니다. 굳이 칼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만 깨
끗하게 자르고 싶다면 칼을 쓰면 됩니다. 잘 익었다면 하얀 진이 묻거나 하지 않습니다.
만약 단단하고 덜익은 것을 잘랐다면 잽싸게 칼날에 묻은 진을 닦으세요. 조금이라도 묻었으면 빨리 닦으세요. 꾸물거리다가는 칼을 버리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나: 감맛나는 또다른 과일을 아시나요? ^^
다른사람: 뭐냐? 너 그것도 이름은 모르지?
나: 예. -_-;; 제가 그렇죠 뭐...
이 과일은 위에서 소개한 (감자모양?) 과일처럼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많이 보았던것 같습니다.
처음 보았을때 응? 가지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가지라고 하면 거의 보라색 긴 가지 뿐이지만,
동남아에는 보라색 가지도 있고, 노란 가지도 있고, 초록 가지도 있고, 긴것도 있고, 동그란 것도 있으니까요.
아래사진은 채소가게의 가지입니다.
그중 보라색 동그란 가지 대형처럼 보였습니다만, 과일가게에서 팔고있었기 때문에 과일이란것을 알 수 있었
습니다.
아래사진은 과일입니다. 위의 가지와 비슷하지요?
이 가지모양 과일도 쪼개어보면 이것도 감씨앗 같은 것이 들어있습니다. 씨앗 모양이 위의 과일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것도 한국 감과는 먼 친척이라도 되는 것일까요?
이것도 덜익은 것은 하얀 진이 나오는데 칼에 묻어도 그다지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먹어보면 감맛도 나기는 한데 그다지 썩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몇번을 사먹어보았지만 위의 (감자모양) 과일
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합니다.
(이름을 몰라서 감자모양, 가지모양이라고 해야 하다니 원...)
과일에 흥미가 많은 분이라면 한번 먹어보세요. 엄청 맛있지는 않지만 잘 익은 것을 만나면 그런대로 먹을만
합니다.
아래 사진은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감맛 과일 두가지하고 여러가지 사다가 과일파티 하는 중.
감씨앗 같은 것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