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파인애플을 아시나요?
나: 궁극의 파인애플을 아시나요?
다른사람: 궁극의 파인애플? 무슨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말같은데 그게 대체 무슨 파인애플인가요?
나: 음... 그냥 제가 이름 붙였습니다.
다른사람: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뭐냐고요.
나: 대체 뭐냐고 물으면.... 음 ... 사실 이름 같은건 몰라요. 어려운건 묻지 마세요. -_-;;
다른사람: 또 시작이냐!
나: 예. ^-^;;
지난번 바나나 이야기로 여러 사람들을 혼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설명을 더 추가했더니 더 여러사람들이 혼란
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_-;
또 다른 여러가지 바나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지만... 이제 바나나는 그만!
이번에는 파인애플 이야기 입니다.
이번엔 좀 알기쉽게 해보려고 합니다. (정말?)
저는 파인애플을 싫어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파는 시퍼런 파인애플 그것 때문입니다.
너무 신맛이 강한데요, 산성이 너무 강해서 먹을 때 입가에 조금만 묻어도 입이 부르트더군요.
설령 안묻히고 먹어도 몇조각만 먹으면 속이 쓰립니다. 저는 평소 위산이 많은데 파인애플까지 먹으면 감당이
안됩니다.
그런데 태국에서 길가에 흔히 팔고있는 노란 파인애플은 먹어도 속이 괜찮더군요. 향도 맛도 훨씬 좋고요.
그걸 먹고나니 한국의 파인애플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국산도 아니고 말이죠.
태국에서 길가에서 흔히 노란 파인애플 잘라서 파는거 먹어본 사람들은 한국에서 파는 시퍼런 파인애플 그거 정말 맛없다고 느끼실 겁니다.
한국에 수입되는 건 대체 왜 그런 맛없는것만 수입하는걸까요...
아무튼 저는 그렇게 태국에 오면 항상 싸고 맛있는 파인애플에 흡족해 하던 참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태국 파인애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입니다.
잘익어서 먹음직스럽게 노란색이 진한 파인애플
몇년전... 그러던 어느날...
푸켓 시내 싼 숙소를 잡아놓고 밥을 먹기 위해 시장까지 1-2km 거리를 땡볕에 허덕이며 다녀오던 중...
응?
가게는 가게인데...
가게라고 할만한 수준도 안되는 작은 얼음 유리상자 하나밖에 없고 그 상자안에 작은 파인애플 대여섯개 뿐...
어째서 다른 과일은 안팔고 파인애플 몇개만 파는거지?
그것도 너무 작아서 별로 상품성도 없어보이는 파인애플.
색깔도 먹음직스럽게 노랗지도 않고
조금은 연한 노란색에 아주 조금은 연두색이 비치는 듯한 색깔.
대체 뭔 파인애플이지?
시장에서 처음 보는 과일은 사먹어보고야 마는 과일매니아인 저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헐...
한개 대략 20바트였나... 부피로 봤을 때 다른 파인애플 보다 2배나 비쌉니다.
파인애플이 이렇게 비싸다니!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울 생각인거지!
조금 어이 없었지만 뭔가 묘하게 다르게 생긴 색깔이 저를 유혹하였습니다. 이건 분명 다른 품종이다 라는 감이 왔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큰 마음먹고 2개만 샀습니다. (어휴.. 겨우 2개 45바트 가지고 큰마음이라니 -_-)
두개가 크기가 약간 다르다고 가격도 다르더군요.
너무 작아서 칼로 자르지도 않고 그냥 손으로 꼭지를 잡고 한입 깨물었습니다.
응? 갑자기 한입 더..
오오!
이 향기... 이 단맛... 이 식감... 이건...
내가 기다리던 궁극의 파인애플!
이제 다른 파인애플은 다 필요없어!
그런데...
사실 그 다음날 부터 그건 다시 먹지 않았습니다. 저한테는 그것도 가격 부담이... 역시 나한테는 값싼 파인애플이 필요해... -_-;;
그 후로는 언제 다시 먹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계속 흔한 것만 먹었던 모양입니다.
.
.
.
그러다가 바로 올해.
깐짜나부리에 가서 그날도 어김없이 저녁식사를 위해 야시장에 갔습니다. 깐짜나부리 역앞에 있는 야시장입니다. (버스터미널앞 야시장이 아닙니다)
한쪽구석 잘 안보이는 곳에서 또 궁극의 파인애플 몇개만 파는 손수레 발견!
저 연한 연두빛이 살짝 비치는 색깔은! 틀림없는 그 파인애플!
하나 달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옆에 있는 작은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고 20밧 이라고 합니다.
원래 비싼게 맞는가보다.
한입 깨물으니...
오오! 이제 다른 파인애플은 다 필요없어!
(또 시작이다...)
며칠 뒤, 깐짜나부리에서 어떤 한국 청년을 만났습니다.
야시장 가본다고 해서 같이 갔습니다. 제가 그 파인애플을 두개사서 하나씩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 청년도 오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ㅎㅎㅎ
얼마후 팟타야 꼬란섬 따웬 해변에 갔습니다.
여기서는 아예 큰 봉지에 여러개 넣어서 팔더군요.
가격을 물어보니 저한테는 좀 비싸서 포기.
육지로 돌아가서 저녁에 차이몽콘 시장에 가서 찾아보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냥 일반 파인애플을 사먹었습니다.
(다른 파인애플은 다 필요없다며?)
어디선가 이 파인애플을 발견하신 분들, 밥먹기 전에 맨입에 먹어보세요. 더욱더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심하세요. 궁극의 파인애플을 먹고나면 한국의 퍼런 파인애플따위는 그냥 발로 차버리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ㅎㅎ
아래는 비교사진입니다.
아래 사진은 푸켓타운 시장에서 발견한 기형 파인애플. 가게 아저씨도 신기한지 이리저리 한참 보더군요.
파인애플이 해바라기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와중에도 저것도 사다가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
몇년 뒤 다른 도시 시장 어디선가 저렇게 해바라기모양 기형으로 생긴 것을 또 본적이 있습니다. 가끔씩 생기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