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님만해민의 인기 있는 까이양 식당 세 곳 방문기
일단 노파심에 미리 의미를 설명해보자면 이 식당들은 뭐 3대 맛집 이런건 전혀 아닙니다. 오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까이양 식당들 중에서 세 군데를 우리가 가본 것 뿐이에요. 하긴 님만해민에 이 세 곳 말고는 딱히 까이양-쏨땀 전문점 이라고 할만한 곳도 없긴 합니다.
저는 원래부터가 전국 3대 맛집, 10대 짬뽕집, 탑텐 뭐시기, 꼭 가봐야 할 곳 이런 것 자체를 그닥 신뢰하지 않는 편이고, 그냥 라벨 붙이기 내지는 각 잡아서 세팅하기 정도로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연 중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이 생기게 할 수 있기에 저러한 표현은 아주 조심스레 써야한단게 솔직한 맘이네요. 그리고 ‘나의 최고의 장소’ 이런 것도 그 당시에는 정말 그랬을 수 있지만 다시 방문하는 경우 처음과는 다른 느낌에 실망을 하는 곳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하여튼 사설이 길었는데 치앙마이 님만해민 구역에서 까이양과 쏨땀이 맛있기로 유명한 식당 중 세 집을 가봤어요.
일단 이름부터 나열하자면 <까이양 청더이(청도이)>, <까이양 위치안부리(위치옌부리)>, <쏠라오> 이렇게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식당은 아주 예전에 가서 밥을 몇 번 먹었는데 청도이는 처음 가보게 되었어요.
일단 <까이양 청더이>의 위치는 님만해민 쏘이2와 쏘이4 사이에 있는 쑥까쎔 골목 안입니다. 이 골목 입구 건너편에는 분홍색 엄씬은행과 카페 리스트레토가 있습니다. 태사랑 치앙마이 지도에도 표시 되어 있습니다.
구글지도 https://goo.gl/maps/MNU5nDmXR1Q2
목조건물에 식탁과 의자도 나무인데 그렇다고 칙칙하지는 않고 젊은 분위기입니다.
좋은 점은 메뉴가 영문으로 잘 표기된 길쭉한 종이가 있어서 초보자라도 주문이 쉬워요. 주문지의 원하는 음식 옆 빈칸에 개수만 써서 종업원에게 주면 되니까요.
가격대는 까이양(닭고기 구이) 70밧, 쏨땀(파파야 생채무침) 40밧, 무양(돼지고기 구이) 50밧 뭐 이 정도로 가벼운 편이였어요.
제가 좀 놀란 건 이 집의 닭구이였는데요. 정말 이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도의 좋은 맛이였어요. 그냥 일반적으로 늘상 먹어왔던 까이양이 아니라 고기 자른 모양새하며 구운 정도나 그런게 정말이지 표면은 바삭한데 안은 촉촉한 맛이였습니다.
그에 비해 무양은 양이 상당히 찌질하더군요. 접시에 담다 말았는지... 근데 맛 자체는 좋아요. 쏨땀은 요즘 태국 젊은이들 입맛에 맞게 젓갈맛 많이 안 나게 깔끔하게 버무렸습니다.
둘이 먹으면서 정말 닭구이 맛있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먹었는데 숙소가 님만해민 근처라면 한번쯤은 꼭 방문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두 번째 <까이양 위치안부리(위치옌부리)>는... 님만해민 11번 골목의 씨리망깔라짠 쪽에 있어요.
구글지도 https://goo.gl/maps/hYw7HRoFACq
이곳은 벌써 몇 십 발자국 전부터 식당의 존재감을 짱짱히 비치는데 숯불 위에서 닭이 구워지면서 연기가 무지막지하게 나거든요. 그 근처 사는 주민들은 매일 이 닭 구워지는 연기냄새 맡으면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좀 짜증나려나...
아주 예전에 왔을때도 가게 내부는 좀 어수선했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곳 닭은 가슴살이 무지막지하게 두툼한 일반적인 공장닭 보다는 좀 더 날씬해서 맛이 더 좋았어요. 아쉬운건 닭 반마리 주문했는데 날개를 떼고 주는거에요. 아니 왜 날개를 떼먹어!!! 하지만 날개만 따로 주문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분리해서 파는 곳이 태국에 간혹 있어요.
하여튼 날개 빠진 닭 반마리에 70밧, 다진 돼지고기 무침인 랍무 40밧, 쏨땀이 40밧 이 정도 수준이에요. 양이 다들 튼실해요.
그런데 좀 의외였던게 이곳을 찾아오는 외국인의 비율이 꽤 되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영문 메뉴가 없어요. 우리야 뭐 아무 어려움이 없지만 일반적인 여행자들을 위해서 메뉴도 몇 개 없던데 그거 좀 영어로 병기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그냥 벽에 붙어있는 태국어 메뉴판 보고 주문하래요.
이 집은 쏨땀이 특히 제 마음에 들었는데요... 채칼로 삭삭 곱게 밀어낸 것이 아니라 칼로 타닥타닥 쳐내서 그걸 충분히 찧어서 내왔습니다.
세군데 집 중에서 제일 이싼 정통의 맛을 유지했다고나 할까... 가볍게 변형시키지 않고 원래의 맛을 내는 집이라고 느꼈어요.
이집 이름에 있는 ‘위치안부리’는 이싼이랑 북부가 맞닿아 있는 펫차분의 동네 이름입니다. 직접 가보진 못했는데 까이양 맛있기로 소문난 동네라 이 ‘까이양 위치안부리’라는 이름의 까이양집이 태국 곳곳에 있습니다. 체인점은 아니고 그냥 갖다가 쓰는 거에요.
세 번째 식당은 <쏠라오(쏘라오)>인데요,
위치는 님만해민 바로 아랫 길인 씨리망깔라짠 길에 있습니다. 건너편이 님만해민 쏘이 7이에요.
구글지도 https://goo.gl/maps/NSRGXqaJNM92
여기는 접시에 자기네 로고도 박혀있고 좀 틀이 제대로 갖춰져있네요. 일단 메뉴는 까이양 위치안부리에 비해서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훨씬 다양합니다.
그리고 청더이처럼 길쭉한 종이에 마크해서 주문하는 방식인건 같은데 좀... 묘한게 정작 영문주문지는 없고 태국어만 있어요. 사진메뉴를 따로 주는데 거기에 있는 음식 중 맘에 드는 것의 번호를 찾아서 주문지에 기입하는 방식이에요... 두 번 일을 시키는 것 같잖아요. ^^
저희는 오전11시 즈음에 갔는데 아니 뭐야!! 까이양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 집에서는 정작 까이양 맛은 못보고 튀긴 날개 5개 한 접시 65밧, 쏨땀타이 40밧, 쏨땀 무양 69밧, 여기에 밥 2개 뭐 이렇게 먹고 나왔어요. 까이양 반마리는 79밧이네요.
역시 가격대는 편안한 편이였구요. 메뉴의 다양성은 세 집 중에서 독보적입니다.
생선요리, 볶음밥, 태국식 찌개 등도 다 있고 특히 쏨땀을 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냅니다. 쏨땀은 양도 꽤 많았어요. 다른 테이블에도 속속 안착하는 쏨땀 접시보니까 아주 수북합니다.
태국인 손님들이 많았는데 우리처럼 까이양을 못 받아서 태국식 찌개(깽) 종류를 많이 시키더군요.
요즘은 치앙마이에서도 방콕 쏨땀처럼 캐쥬얼하고 산뜻하게 맛을 낸 집이 많은데 여기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뿌 빠라를 좋아하는데 요왕이 별로 안 좋아해서 어쩔수 없이 쏨땀타이를 시키거나 아님 둘다 시키곤 합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외국인 여행자 입맛에는 요즘 젊은이들 좋아하는 쏨땀이 더 맞지 않겠나 싶고 빛깔도 모양도 예쁩니다. (사진 찍으면 맛있게 보임)
세 군데 중에서 어느 한 곳이 제일이다 그런건 없고... 각자 특징이 있는데요, 이싼 지방 정통의 맛을 원한다면 위치안부리가, 다른 곳과 차별되는 닭구이 맛을 보고싶다 하면 청도이 까이양이, 여러가지 버전의 쏨땀과 고기구이 이외에 다양한 음식도 같이 즐기고 싶다 하면 쏠라오가...
각자 원하는대로 가면 될 것 같아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