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와 쏨땀
무생채는 아버지의 만들 수있는 유일한 요리였다.
정종 대병 하나를 소주잔에 따라 가시며, 홀짝 홀짝 드시더니 한 나절에 다 마셔 버리는 습관성 알콜중독증이셨던 아버지는 늘 사랑 표현에 서투르셨다.
노안이 들고 거동이 불편해진 지금도 그러하시겠지.
그런 아버지는 밥도 하실 줄 모른다. 그 흔한 라면 끓이는 법도 모르신다.
다만 유일하게 자랑스럽게 무생채를 잘 만드신다.
무우를 뭉뚝 뭉뚝 손가락 만큼 굵게 썰어 두시고 무 머리 파란 부분은 그냥 어거적 어거적 씹어 먹으라고 주신다. 달짝한 맛이난다. 무 머리는.
장터에서 사 온 동ㅌㅐ 한 마리를
몸통은 찌게 용으로 두시고, 동ㅌ ㅐ ㄷ ㅐ가리를 아작 내신다.
요즘의 믹서기 ...
도마와 칼자루 그것만 가지시고 마치 인도인들이 맨손으로 음식을 먹듯 그렇게 맨손으로 동ㅌ ㅐ ㄷ ㅐ가리가 도마 위에서 묵사발 될 때까지 칼자루로 아작 내신 뒤
무와 동ㅌㅐㄷ ㅐ가리 빻은 것, 그리고 삭카린 두알, 소금 이렇게 버무리신다.
이상하게도 그맛은 참으로 별나고 맛났다.
반찬으론 딱이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유일한 요리!
그땐 그랬다.
지금 그렇게 누가 무 생채를 버무려 내 놓는다면.....으...퉤퉤!!
쏨땀은 이상하게 전율하는 전생에 대한 감흥 같았다.
파파야에 젖갈처럼 생긴 것을 버무리고 소금을 뿌리는지 안 뿌리는지 알수 없지만 굉장히 짠맛과 매운 맛이 적절히 버무려 낸 뒤, 맛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땅콩이 섞여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길쭉한 콩 줄기도 섞고..
우선, 메뉴에 있는 쏨땀이 뭐냐?는 질문에 파파야 셀러드라는 그들의 설명에 대체로 달짝 새콤 상큼한 서양식 샐러드를 떠 올렸 건만,
마치 한국의 무 생채를 보는 것 같은 한가득 그득하게 담아 놓은 쏨땀은 그 미각적인 출발부터 분명 생각한 샐러드 와는 다르다.
포크로 얼기설기 욕심내서 잔뜩 찍어 올려 한 입 가득 넣으면. 이런 낭패,
화아~ 화아~
맵고 짜고 입안이 화끈 거린다.
샐러드 라더니 완전히 이건 피클 저리가라다. 거의 한국의 김치다. 우리 고장 동네에서는 김치를 짠지라고 부른다. 소금에 굉장히 절이는 관습 때문에 그만큼 굉장히 짜다. 그래서 김치가 아니라 배추 짠지, 무짠지, 깻입짠지 물론 무우지, 마늘짱아치 등등 실제 간장에 절인 한국식 피클인 각종 [지] 요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돈스럽게 김치를 짠지로 불렀다.
어! 그런데...
쏨땀이 바로 짠지다. 아이고 짜라. 쏨땀이 바로 김치다. 이럴 수가 매워라.
특히나 쏨땀은 길거리 허름한 음식수레에 대충 만들어 주는 좌석에 앉아 꼬리꼬리한 음식에 쩔은 손을 하신 채 영업을 하시는, 태국할배들 태국아저씨들이... 마구, 것도 심하게 마구, 비벼주고 가격도 아주 싼 그런 곳에서 먹어봐야 제 맛을 안다.
제 아무리 허름해도 끼니 때 되면 줄서서 기다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그런 수레에 줄 서서 먹으면 확실하다.
그 특유의 짜고 맵고 ... 얼얼
낯선 이국땅 낯선 얼굴, 낯선 미소, 낯선 마음 씀씀이...
알고 보면 다를 바 굳이 찾아 내 봐야 바보짓이고
낯선 재료 낯선 음식, 낯선 냄새, 낯선 미각...
한 입만 먹고 기인 호흡으로... 가슴으로 그 맛을 느껴 보면 역시 그들도 아시안 우리도 아시안. 맵고 짜고 특이한 그 맛은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유난히
무 생채와 쏨땀 처럼 다른 이름 다른 음식으로 불려지며 서로 전혀 다른 음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쏨땀을 먹는 사람이 무생채를 "맛이 특이하다"고 못 먹는 사람 있긴 하겠지?
무생채를 먹는 사람이 "쏨땀이 특이하다"고 못 먹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
그나마 무 생채와 쏨땀은 묘한 환생의 기연을 망상케 하는 특이한 동질감을 지니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여전히 두 국가의 사람들 간에는 그것 마져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굳이 다름의 차이성을 거부의 몸짓으로 잔인하게 몰쳐 버릴지도 모른다.
인류는, 특히나 기이한 음식에 대해선 유난히 멀리하고 심지어 경멸하는 사례가 많다.
하긴 길거리의 ㄱㅐㅅㅐ끼 하나도 부처인 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 사람들의 희안한 미개인 같은 행동도 별반 다를 바 없겠지.
나야 개고기 무척 좋아하고 달고 맛나게 먹어 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생각이 그런 걸 나무랄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도 태국의 어떤 특이한 음식에 대해선 유난히 손사레를 쳐 대고 처다 볼려고도 하지 않는게 있지 않은가?
다행이다.
우리는 무생채가 있고 그들에겐 쏨땀이 있다는 것이.
방콕에서 먹거리 천국을 허우적 거리며 배 뚜둥길 마다.. 묘한 매력으로 자꾸끌어댕겨 손이 가는... 한 접시 다 비우고 나면 속까지 마구 심하게 얼얼해 버리는 그 진한 매운 미각..
나 인지 너 인지 우리 인지 그들인지...
아시아에서 이토록 짠만 매운 맛 얼큰한 맛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우리네 입맛과 흡사한 이곳....
그런데도 굳이 해외여행을 와서까지 이국의 음식만큼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시는 분들이 많으신 듯 하니 참 안타깝다. ^^
파파야로 무친 샐러드.. 쏨땀! 한국식 풀바가지에 비벼서 마구 마구 먹고 싶어진다.
한바가지 가득 쏨땀비빔밥 만들어서 바가지 채로 방콕시내에서 친구들과 머리 쳐박고 함께 먹는 다면...^^
우거적 우거적
정종 대병 하나를 소주잔에 따라 가시며, 홀짝 홀짝 드시더니 한 나절에 다 마셔 버리는 습관성 알콜중독증이셨던 아버지는 늘 사랑 표현에 서투르셨다.
노안이 들고 거동이 불편해진 지금도 그러하시겠지.
그런 아버지는 밥도 하실 줄 모른다. 그 흔한 라면 끓이는 법도 모르신다.
다만 유일하게 자랑스럽게 무생채를 잘 만드신다.
무우를 뭉뚝 뭉뚝 손가락 만큼 굵게 썰어 두시고 무 머리 파란 부분은 그냥 어거적 어거적 씹어 먹으라고 주신다. 달짝한 맛이난다. 무 머리는.
장터에서 사 온 동ㅌㅐ 한 마리를
몸통은 찌게 용으로 두시고, 동ㅌ ㅐ ㄷ ㅐ가리를 아작 내신다.
요즘의 믹서기 ...
도마와 칼자루 그것만 가지시고 마치 인도인들이 맨손으로 음식을 먹듯 그렇게 맨손으로 동ㅌ ㅐ ㄷ ㅐ가리가 도마 위에서 묵사발 될 때까지 칼자루로 아작 내신 뒤
무와 동ㅌㅐㄷ ㅐ가리 빻은 것, 그리고 삭카린 두알, 소금 이렇게 버무리신다.
이상하게도 그맛은 참으로 별나고 맛났다.
반찬으론 딱이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유일한 요리!
그땐 그랬다.
지금 그렇게 누가 무 생채를 버무려 내 놓는다면.....으...퉤퉤!!
쏨땀은 이상하게 전율하는 전생에 대한 감흥 같았다.
파파야에 젖갈처럼 생긴 것을 버무리고 소금을 뿌리는지 안 뿌리는지 알수 없지만 굉장히 짠맛과 매운 맛이 적절히 버무려 낸 뒤, 맛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땅콩이 섞여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길쭉한 콩 줄기도 섞고..
우선, 메뉴에 있는 쏨땀이 뭐냐?는 질문에 파파야 셀러드라는 그들의 설명에 대체로 달짝 새콤 상큼한 서양식 샐러드를 떠 올렸 건만,
마치 한국의 무 생채를 보는 것 같은 한가득 그득하게 담아 놓은 쏨땀은 그 미각적인 출발부터 분명 생각한 샐러드 와는 다르다.
포크로 얼기설기 욕심내서 잔뜩 찍어 올려 한 입 가득 넣으면. 이런 낭패,
화아~ 화아~
맵고 짜고 입안이 화끈 거린다.
샐러드 라더니 완전히 이건 피클 저리가라다. 거의 한국의 김치다. 우리 고장 동네에서는 김치를 짠지라고 부른다. 소금에 굉장히 절이는 관습 때문에 그만큼 굉장히 짜다. 그래서 김치가 아니라 배추 짠지, 무짠지, 깻입짠지 물론 무우지, 마늘짱아치 등등 실제 간장에 절인 한국식 피클인 각종 [지] 요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돈스럽게 김치를 짠지로 불렀다.
어! 그런데...
쏨땀이 바로 짠지다. 아이고 짜라. 쏨땀이 바로 김치다. 이럴 수가 매워라.
특히나 쏨땀은 길거리 허름한 음식수레에 대충 만들어 주는 좌석에 앉아 꼬리꼬리한 음식에 쩔은 손을 하신 채 영업을 하시는, 태국할배들 태국아저씨들이... 마구, 것도 심하게 마구, 비벼주고 가격도 아주 싼 그런 곳에서 먹어봐야 제 맛을 안다.
제 아무리 허름해도 끼니 때 되면 줄서서 기다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그런 수레에 줄 서서 먹으면 확실하다.
그 특유의 짜고 맵고 ... 얼얼
낯선 이국땅 낯선 얼굴, 낯선 미소, 낯선 마음 씀씀이...
알고 보면 다를 바 굳이 찾아 내 봐야 바보짓이고
낯선 재료 낯선 음식, 낯선 냄새, 낯선 미각...
한 입만 먹고 기인 호흡으로... 가슴으로 그 맛을 느껴 보면 역시 그들도 아시안 우리도 아시안. 맵고 짜고 특이한 그 맛은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유난히
무 생채와 쏨땀 처럼 다른 이름 다른 음식으로 불려지며 서로 전혀 다른 음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쏨땀을 먹는 사람이 무생채를 "맛이 특이하다"고 못 먹는 사람 있긴 하겠지?
무생채를 먹는 사람이 "쏨땀이 특이하다"고 못 먹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
그나마 무 생채와 쏨땀은 묘한 환생의 기연을 망상케 하는 특이한 동질감을 지니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여전히 두 국가의 사람들 간에는 그것 마져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굳이 다름의 차이성을 거부의 몸짓으로 잔인하게 몰쳐 버릴지도 모른다.
인류는, 특히나 기이한 음식에 대해선 유난히 멀리하고 심지어 경멸하는 사례가 많다.
하긴 길거리의 ㄱㅐㅅㅐ끼 하나도 부처인 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 사람들의 희안한 미개인 같은 행동도 별반 다를 바 없겠지.
나야 개고기 무척 좋아하고 달고 맛나게 먹어 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생각이 그런 걸 나무랄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도 태국의 어떤 특이한 음식에 대해선 유난히 손사레를 쳐 대고 처다 볼려고도 하지 않는게 있지 않은가?
다행이다.
우리는 무생채가 있고 그들에겐 쏨땀이 있다는 것이.
방콕에서 먹거리 천국을 허우적 거리며 배 뚜둥길 마다.. 묘한 매력으로 자꾸끌어댕겨 손이 가는... 한 접시 다 비우고 나면 속까지 마구 심하게 얼얼해 버리는 그 진한 매운 미각..
나 인지 너 인지 우리 인지 그들인지...
아시아에서 이토록 짠만 매운 맛 얼큰한 맛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우리네 입맛과 흡사한 이곳....
그런데도 굳이 해외여행을 와서까지 이국의 음식만큼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시는 분들이 많으신 듯 하니 참 안타깝다. ^^
파파야로 무친 샐러드.. 쏨땀! 한국식 풀바가지에 비벼서 마구 마구 먹고 싶어진다.
한바가지 가득 쏨땀비빔밥 만들어서 바가지 채로 방콕시내에서 친구들과 머리 쳐박고 함께 먹는 다면...^^
우거적 우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