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국에서 잘나가는 한국음식 '즉석떡볶이' 그러나...
태국에서 만나는 한국 음식...
처음에 누가 들여 갔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식 돼지고기 구이'란 뜻의 '무양까올리', 즉 불판에 얇게 썬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이제는 태국 대표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전국적으로 대중화 되었지요.
값도 싸고 도시마다 동네마다 안들어가있는 곳이 없을 정도에요. 태국 전역에서 서민층들의 단백질 보급을 책임지고 있는 플랫폼 같은 역할로 단단히 자리잡은 느낌입니다. ^^
무양 까올리(한국 돼지고기 구이). 보통 뷔페식이다.
하지만 무양까올리 외에는 딱히 태국에서 현지화 된 한국 음식 메뉴가 없었는데요, 요 몇년사이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붐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자주 보이는 것들이 바로 '떡볶이'입니다.
우리나라 분식집에서 보는 일반적인 떡볶이는 아니고 각종 부재료와 라면이 올라간 즉석 떡볶이입니다.
사실 한국인이 주도하는 '떡볶이의 현지화 시도'를 아주 예전에 실제로 한번 본적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인걸로 기억이 되는데요. 그는 패기만만한 젊은 여행자였는데 태국에서 떡볶이로 한번 승부 보겠다고 간단한 가판대를 꾸려서 길거리에서 팔았어요. 그런데 아무도 돈 주고 사먹으려고 하질 않았고 나중에는 그냥 시식회처럼 막 나눠 주었다는 이야기가... -_-;;
사실 떡볶이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이건 도무지 그 정체를 파악할수가 없는 붉고 찐득한 그 무엇이었을 뿐이었겠죠. 아마 매운거 못먹는 서양인들 입맛에는 "지옥에서 올라온 고문용 찐득이" 뭐 그런거였을수도...
그나마 다행인건 그냥 도구 몇개 꾸려서 길에서 판거라 금전적으로 손해를 크게 보고 그런건 없었어요.
어느 국가의 음식이 해외에서 어필을 하려면 음식이 가진 맛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친숙함과 선망이 일단 선행되어야 좀더 연착륙하는거 같아요. 여러 경로로 한국문화 영상에 접한 젊은 계층들이 점차 그 영상속에서 보이는 음식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중에서 떡볶이가 약간은 어필을 했다고 느껴집니다.
쑤끼나 일본의 나베요리처럼 떡볶이도 냄비에 끓인 좀 근사한 외양의 냄비요리로 태국현지에서 선보이고 있는데요, 그 중 방콕에서 두 곳을 가보게 됩니다.
첫번째는 태국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요즘 여행자들이 많이들 가는 '기차시장2(딸랏 롯파이 랏차다)'의 식당가에 있는 한 식당이었어요. 이름은 '끄라따이 카이머(토끼냄비Rabbit Pot)'. 사실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크게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어요.
이곳은 떡볶이 뿐만 아니라 한국 양념치킨 스타일의 닭튀김도 팔고 있었는데요, 이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갓 튀겨낸 바삭한 식감에 적절한 배합의 단짠 간장 베이스 그리고 여기에 마늘맛도 살짝 첨가가 되었던가 했는데요, 정말 술을 쭉쭉 끌어당기는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 식당에서는 술을 팔지않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치킨을 맥주 없이 먹을수가... ㅠㅠ 메뉴에는 Wing으로 나와 있는데 닭봉입니다. 10개 165밧
사실 주력메뉴인 떡볶이는 그 가격에 비하면 살짝 부실하더라고요. 우리가 시킨 399밧짜리 해물떡볶이는 이것저것 돼지고기도 넣고 해물도 넣어서 애는 써서 만들었는데 좀 애매한 혼합물 같은 느낌이랄까...
라면이 끍기도 전에 미리 들어가 있어서 다른 재료와 익는 속도를 맞추기가 어려운데다 달걀 노른자를 고추장 위에 얹어 있어서 끓이다보면 국물이 깔끔하지 못하게 됩니다.
뭐 그래도 우리는 젊은 시절 즉석 떡볶이 끓여 먹던 향수를 느끼려고 애쓰면서 잘 먹긴 했습니다만... 다시금 여기 떡볶이를 먹으러 가거나 남에게 권할 수 있을거 같지는 않네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봐도 치킨은 정말 맛이 좋았어요.
위치 https://goo.gl/maps/3rAabE8Nsvj
메뉴판
유튜브에 올라온 '끄라따이 카이머'의 홍보 동영상
두번째 방문한 곳은 '타이거 떡볶이'입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체인점인데요 모회사는 중국기업인데 대표는 한국사람인... 그런 회사네요. 방콕에도 몇군데 보이던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젊은이들의 거리인 싸얌스퀘어점이었습니다.
이곳 역시 테이블위에서 끓여먹는 즉석 냄비 떡볶이의 형태였는데요,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좀 두근두근하더라구요. 딸랏 롯파이에서는 그냥 비전문가들이 대충 흉내를 낸것이라고 봐야하는데 이곳은 전문점 느낌이니까 얼마나 잘 나올까 하고요...
그런데 기다림 끝에 우리 테이블로 온 떡볶이의 외양은... 정말이지 많이 슬펐어요. 정말 아주 부실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고추장이 그냥 훑고 지나간듯한 국물에 떡도 얼마 없고 전반적으로 너무 가난해보이는 외양이랄까 그랬습니다. 우리는 태국에서 저렴한 채소에 속하는 양배추라도 좀 많이 넣어주면 배라도 좀 채울수 있을텐데... 라고 속삭일 정도였어요.
사실 재료 수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내부사정은 모르겠지만, 현재 태국의 마크로 매장에는 한국의 떡국떡이나 떡볶이 떡이 유통이 되고 있거든요. 그것도 꽤 적절한 가격에요. 그걸 감안하면 이렇게 재료가 가난하면 현지인들의 재방문이 잘 이루어질까? 걱정이 되는 정도였어요.
우리나라 음식이 해외에 나가서 호평 받는게 좋은데... 한국음식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국음식은 그냥 이런가보다 이렇게 개념이 생길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도 조금 되었고...
또 아무래도 업장을 만들었을때는 많이 투자를 했을텐데, 시설적인 면이야 흠잡을곳 없이 잘 정돈되었으니
음식부분에 품질관리가 잘 되어서 아무쪼록 번창하면 좋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끓더군요.
내 마음도 끓고 멀건 떡볶이 국물도 끓고...
위치 https://goo.gl/maps/w63VViecCH8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