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포스팅] 조카문...

홈 > 소모임 > 타이룹디
타이룹디

[간만에 포스팅] 조카문...

참새하루 2 1637
이번 2014년 여름 여행에서 오래 오래 사용해오던
제 친구 캐논 400D가 마침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디지털 DSL로는 첫 인연인 관계로
근 8년 이상을 함께 했습니다

게으른 주인 만나서
변변히 목욕 한번 못하고
혹독한 여행환경에서 군말 한번 없이
잘 버텨 주었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후처 오두막이가 본처 노릇할때
불평 한마디없이 묵묵히
후진 렌즈 달고서 잘도 찍어 주었습니다

올여름 뜨거운 햇빛에 놓아두었더니
열을 먹었는지
가끔씩 맛이 가더니
나중에는 영원히 자끈동 부러지...
운명하고 말았습니다

아~~ 나의 님은 갔습니다
가고 나니 저와 사진시간을 보낸
가장 오랜 친구라는걸  깨달았습니다....

고장난 물건 갖다 버리라는
와이프의 성화를 뒤로 하고
벽장속 박스속에 고이 간직하기로 하였습니다

저의 손때가 묻어
글자들이 다 지워진
그래서 보지도 않고도
편안한 친구처럼 척척 손이 알아서
작동시키던 카메라


비록 그 기능은 다하였지만
저의 추억이 깃들은 이 녀석을
영원히 보관하기로 하였습니다

녀석 이제  진짜로 은퇴하는군요
주인 보다 먼저 은퇴를 하디니...
주인과 함께하던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면서 이제는 푹 쉬기를...

-끝-

사족 -  바늘을 부러뜨리고
애통하여 조문을 썼던 어느부인의
고전이 기억나서 패러디 했습니다
조침문이 아니고
조 카메라문이겠지요 ^^

이녀석 덕분에 새로운 녀석을 입양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일단 여행중에 고장이 나는 바람에
함께 여행중이던 와이프에게 떼를 썼더니
의외로 선선히 하나더 사라고 합니다

아싸~~ 즉시 인터넷 쇼핑에 들어가니
풀프레임 바디중에 오막삼이가 땡기지만
가격이 후덜덜합니다
어차피 사진 사이즈를 최소 스몰사이즈로 JPG로만 촬영하는
아마추어인데 이런 괴물이 필요한가 싶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6D 로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주문을 한관계로 크레딧카드가
지불이 안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주문이 홀딩된거 알고는 ...
다시 인터넷 쇼핑하다가
슬그머니 변심을 합니다

바디 보다는 렌즈에 눈이 갑니다
여태껏 10-22 광각을 사용했는데
별로 사용 빈도가 없었습니다
비네팅도 심하고...

그런데 어차피 400D가 죽었으니
이녀석도 운명이 다한겁니다
디지털 바디에만 붙으니
오두막에는 안맞습니다

결국 L 16-35 USM2 렌즈를 덜컥 구입하였습니다
그동안 늘 갖고 싶었는데...
가격이 만만찮아서 벼르기만 하던 놈입니다

일단 소포가 와서 어제 살짝 들고나가서
몇장을 찍었는데
오~~ 그 시원한 화각에 쨍한 샤프니스에
엄청난 포스!! 역시 뽀대가 ....ㅎㅎㅎ!
과연 L 렌즈 답네요

근데 문제는 와이프가 새로온 카메라 어디있냐고 물어보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와이프는 지금도 새 카메라가 소포로 온줄 알고 있거든요....
하여튼 서브로 6d도 장만하긴 해야하는데
문제는 자금이...달려서...

조만간 테스트 샷 올려보겠습니다
2 Comments
노마의봄 2014.08.07 18:46  
카메라 만으로도 연륜이 보이네요.
"손에 익은" 녀석을 읽는다는 것은...
직후보단...

시간이 가면서 문득 찾아오는 상실감이 힘듭니다.
오랫동안요.

좋은 사진 많이 보여 주세요.
말님 2014.08.12 22:15  
참새님 손에 있었던 400D도 아마 행복했을겁니다

멋진사진 많이 남기고 갔으니까요 ㅎ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