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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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초대

노마의봄 4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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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축하연에 초대받았다.

박타푸르의 네와르족이다.

 

그 집에 도착해 거실에서 기다리면서 거실에 있는 안주인의 사진을 보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길지 않은 네팔생활 4개월째이지만 이런 미인을 사진으로라도 처음 보아서였다.

 

잠시 후, 안주인이 티카를 소반에 담아와

내 이마에 찍어주고 축수한 후, 귤 하나와 20루피를 주신다.

네팔의 인사법인지 네와르 족의 인사법인지는 모르지만, 이곳 사람들은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선물을 줄 때는 항상 돈을 함께 주는 걸 보았다.

물론 내가 돈을 받기는 처음이다.

내 이마에 네팔 사람이 티카 찍어 준 것도 처음이지만.

 

저녁에 이댁 아저씨 손님들께 안주인이 선물 줄 때는 100루피씩 주더라.

나는 20루피짜리였던 거다.

 

 

 

나를 초대한 이는 이댁 넷째 아들 밀란 선생이다.

밀란 선생은 카트만두에서 타칼리족 부인과 함께 타칼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낮에는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 하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외국의 기부자들을 연결해 공부시키는 ngo 히냅에서 영리사업으로 하고 있는 일본어 학원에 자원봉사 강사로 출강하는 34살의 정신 건강한 청년이다.

 

이날은 밀란 선생의 부모님 50주년 기념, 즉 금혼일이었다.

나에게 20루피와 귤을 주고, 티카를 찍어준 분은 다름아닌 금혼식의 주인공이자 밀란 선생의 어머니셨다.

 

처음 초대받은 네와리족의 가족잔치에 기대에 부풀어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밀란 선생은 얼마든지 그러라고 했지만,

정작 그 댁에 머무는 동안 카메라는 몇번 꺼내지도 못 했다.

아무도 눈치를 준 이는 없지만, 카메라를 꺼내들고 남의 잔치에 여기 저기 쑤셔대며 사진을 찍은 경박한 외국인의 모습은

무척 실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나마 식사 전, 기념케익 커팅을 할 때 밀란 선생이 손님 모두가 있는 앞에서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 못 이기는 체

찍은 사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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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 미인이셨던 그 분은 맨 위 사진으로부터 42년이 지난 아직도 참 고우시다.

 

손님으로부터 바로 갈아입고 선보여 달라는 요청과 함께 선물받은 사리를 입고 손님들 앞에 나타나실 때는 아직 수줍어하는 기색도 역력한 참으로 고운 할머니시다.

 

비록 밀란의 아버지께서 잔뜩 떠 주시고 코앞에 아예 버티고서 다 먹으라고 하는 통에 꾸역꾸역 다 먹고, 카트만두에 돌아오자마자 체해서 죄 토해 버리긴 했어도 기분좋은 잔치 초대였다.

 

저 위 곱디고운 새댁의 뱃속에 들어있던 콩알만하던 아기가 벌써 커 34살의 어른이 되어, 자기 아들과 함께 어머니, 아버지의 50주년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

참 좋다.

 

그러고 보니 내 어머니 아버지도 이제 삼년 밖에 안 남았네.

그 때까지 이분들처럼 건강하셔야 할텐데.



4 Comments
말님 2010.08.31 09:26  
사진이 어찌 좀 으스스~~한데요 눈도 부리부리한게 좀 무섭다 싶어요 특히 왼쪽서있는 꼬마요 ㅋ
네팔에 가신지 얼마 안되서  현지인 기념일파티에 초대도 받으시고...^^ 노마님은 어디가시든
적응잘하시고 환영받으시나봐요ㅋ  아마도 노마님이 잘하시는게 있으실거구요
노마의봄 2010.08.31 13:11  
에이.... 다 아시면서
이미 반년도 지난 겨울의 얘기인 거 말입니다. ㅡㅡ;
말님 2010.08.31 16:56  
지난 겨울사진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
참새하루 2010.09.09 07:08  
말님 말씀처럼 노마의 봄님께서 이제 현지인들의 잔치에 초대를 받을만큼 현지에 적응하신듯 하네요

지금은 더욱 현지화 되어서 격의 없이 지내실듯 합니다

케익 커팅하는 순간의 사진은 두분의 생생한 표정이 살아있어서 좋네요

주변부는 핀트가 나간듯 한데 의도하신건지 알수 없지만

줌 이펙트 효과를 보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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