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 아비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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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 아비나스

노마의봄 8 1214

다시 온 놀링 게스트하우스의 새로운 얼굴들 중 가장 먼저 기억에 남아버린 친구는 주방에서 보조하는 가장 어린 알레이다.

알레는 이름은 아니고, 네팔리로 바이(남동생)에 해당하는 타망 말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종업원들이 이 아이를 알레라 부른다.

알레는 계단에서라도 마주치면 다른 네팔리들보다는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나마스떼” 인사 해 온다.
흔히는 아니어도 가끔씩 네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항상 웃는 얼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어느 날 오전.
절대 봄이 오지 않는 마음씨 나쁜 거인의 궁전 한구석이라도 되는 듯 써늘한 방을 도망쳐 옥상의 테이블에 앉아 해바라기 하고 있었다.

알레가 옥상에 올라오더니, 옥상에서 한층 더 계단 위, 물탱크가 있고 빨랫줄이 묶여 있는 옥탑 위로 올라간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막 접은 듯한 종이쪽지를 꺼내 한참을 들여다 본다.
종이 크기와 읽은 시간을 고려한다면 두세 번은 읽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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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뭔가를 살피듯 아래를 내려다 보며, 그 때까지 읽은 메모지를 한 손으로 꾸깃꾸깃 한참을 구기더니 꼬옥 움켜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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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고개를 떨구고 만다. 눈도 감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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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고민스럽니?

한참 후에 내려오는 아비나스를 불러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예의 그 수줍은 듯한 미소로 답한다.



고민하는 청춘.
그러나 절망적이거나 암담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고민없는 청춘보다 백 배, 고민하지 않는 인생보다 만 배 낫다.

 

8 Comments
땡깡 2010.08.22 13:41  
티없는 하늘 ~~~~~~~~~~~

이상하게 들려도 저는 아무것도 없는 파란하늘 배경  정말 조아해요 ~~~~~~~~~~~
노마의봄 2010.08.23 18:56  
1월의 카트만두 하늘이랍니다.
지금은 몬순 막바지라 아예 하늘 보기가 어렵지요 ㅡㅡ;
개떡e 2010.08.22 14:43  
언제나 좋은작품과글들^^
노마의봄 2010.08.23 18:57  
부족한 사진을 어떻게든 말로라도 만회해 보려는 몸부림 ... ^^
말님 2010.08.22 16:47  
글과 사진에서 얻는게 있네요  고민...꼭 필요한거 같아요..  고민만으로 절망이나 포기로만 안가면 좋지요

정말 파란하늘사진 멋지네요
노마의봄 2010.08.24 16:53  
이제 다음달이면 저 하늘이 다시 찾아 올 겁니다.
가을엔 안나푸르나든, 에베레스트든 한번 다녀올 수 있을랑가.... 쩝
수이양 2010.08.24 10:14  
탁 트인 하늘에서 남기신 말씀 처럼 고민이 느껴지네요.. 아 이쁘다..
노마의봄 2010.08.24 16:58  
고민되죠....
저런 파란 하늘이 찾아오면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고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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