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 아비나스
다시 온 놀링 게스트하우스의 새로운 얼굴들 중 가장 먼저 기억에 남아버린 친구는 주방에서 보조하는 가장 어린 알레이다.
알레는 이름은 아니고, 네팔리로 바이(남동생)에 해당하는 타망 말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종업원들이 이 아이를 알레라 부른다.
알레는 계단에서라도 마주치면 다른 네팔리들보다는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나마스떼” 인사 해 온다.
흔히는 아니어도 가끔씩 네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항상 웃는 얼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어느 날 오전.
절대 봄이 오지 않는 마음씨 나쁜 거인의 궁전 한구석이라도 되는 듯 써늘한 방을 도망쳐 옥상의 테이블에 앉아 해바라기 하고 있었다.
알레가 옥상에 올라오더니, 옥상에서 한층 더 계단 위, 물탱크가 있고 빨랫줄이 묶여 있는 옥탑 위로 올라간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막 접은 듯한 종이쪽지를 꺼내 한참을 들여다 본다.
종이 크기와 읽은 시간을 고려한다면 두세 번은 읽는 모양이다.
그러더니, 뭔가를 살피듯 아래를 내려다 보며, 그 때까지 읽은 메모지를 한 손으로 꾸깃꾸깃 한참을 구기더니 꼬옥 움켜 쥔다.
결국은 고개를 떨구고 만다. 눈도 감은 채.
뭐가 그리 고민스럽니?
한참 후에 내려오는 아비나스를 불러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예의 그 수줍은 듯한 미소로 답한다.
고민하는 청춘.
그러나 절망적이거나 암담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고민없는 청춘보다 백 배, 고민하지 않는 인생보다 만 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