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분노 [조병준 글/매그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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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분노 [조병준 글/매그넘 사진]

노마의봄 3 1354



제 블로그를 뒤적이다 작년 이맘 쯤 읽었던 책 한권에 대한 감상을 적어놓은 걸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책도 좋고, 책에 실린 사진도 좋고, 때는 가을이고... 게다가 저도 제법 잘 적었다 싶어(??) 소개합니다.
이사짐 쌀 때, 함께 담은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네요.
이 가을 읽을만한 책으로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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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초에 대학을 다니고 방송관계일, 대학강사, 번역가 등을 거쳐 전업작가로 살고 있는 조병준이란 사람이 매그넘 회원 작가들의 사진 31점을 골라 "정당한 분노"란 제목의 에세이집을 냈다.



글의 처음에서 작가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 글쎄, 정말 그럴까? 세상에 어느 권력이 알량한 지식인 나부랭이들을 두려워 했던 적이 있던가? 게다가 펜이라고 다 같은 펜이었는가! 부도덕한 권력에 대항하기는 커녕 권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며 거꾸로 민중을 향해 겨눠진?칼 노릇을 저지른 펜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말이다. 말을 조금 바꿔야 한다. 정직한 펜을 때로 칼로다 강하다. 그리고 단서조항을 하나 덧붙여야 한다. 긴 역사를 염두에 두고 생각할 때!

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펜의 역할과 소임을 이제는 무서운 디지털의 힘으로 보급된 카메라를 통해 사진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100% 공감한다.
그러나 사진을 하는 내가 전적으로 공감하는 이 가정(아직까지는 분명 가정이다)을 과연 그렇지 않은 일반대중도 모두 완전히 공감할 것인가? 이 부분은 작가도 나도 결론지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다.

작가는 매그넘에서 보내온 많은 사진들 중에서 작가와 촬영일, 촬영장소 등을 먼저 보지 않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인 "분노"에 필요한 작품들을 선정하고 그 사진에 담긴 이야기와 본인이 여행을 통해 겪은 이야기들을 엮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글을 풀어간다.

"분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밀려오는 탱크를 혈혈단신 맨몸으로 막아선 이름 모를 청년을 프레임에 담은 스튜어트 프랭클린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첫 이야기에서 한꺼번에 정의되어 있다.

세상의 모든 단어에는 힘이 담겨 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분노가 얼마나 치명적인 부정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지, 분노의 대상 뿐만 아니라 분노의 주인까지 다치게 할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성현들이 분노하지 말라고 가르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사람이 다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분노해야 할 때가 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을 때, 온몸에 찬물을 뒤집어 쓰고 냉철해진 머리로 생각을 해도 그 분노가 정당한 분노일 때, 불의와 부패와 부도덕이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고 머리가 아니라 몸이 비명 지를 때, 그럴 때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때로는 인내가 아니라 분노가 우리의 도덕률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작가가 말하고 있는 분노는 분노의 대상에 대해 참거나 외면하지 말고, 표현하고 표출하여 온갖 세상을 척박하게 하는 반 가치를 개혁하는 힘으로의 분노이다.
그래 독재, 부정, 부패, 소외, 가난, 모순, 탐욕, 오만, 이기주의, 음모, 구조 등의 모든 인간이 저지르는 죄악에 대하여 분연히 분노하자는 것이다.

물론 결론은 없다. 세상의 모든 죄악에 대해 분노하여야 한다. 그래서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죄악이 줄어들어 종국에는 없어지는 그날을 맞게될 때까지 끊임없이 회피하지 말고 분노하자는 것이 결론이다. 하긴 결론이 날수 없는 주제이다.

이 책은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시작되어온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부정과 부조리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는 것까지가 전부이다.

그러나 책을 잡고 끝까지 한숨에 읽어내리며 절절히 공감했던 것은, 내가 정리하지 못한 채 너절하게 머리속에 담고 사는 생각들을 작가 조병준이 적절한 어휘를 골라 정리해 준 공감의 요약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거기에 스튜어트 프랭클린, 레몽 드빠르동, 래리 토웰, 마르끄 리부, 필립 존스 그리피스, 스티브 맥커리, 도노반 와일리, 이안 베리, 피터 말로, 히로지 쿠보다, 르네 뷔리 등 기라성같은 매그넘의 위대한 사진가들의 작품을 함께 볼수 있어 좋다.

 

3 Comments
개떡e 2009.10.11 20:08  
방금 주문했습니다.잘 읽겠습니다^^
노마의봄 2009.10.12 01:35  
이런.... 또 하나의 업을 쌓았네요..
보실만 합니다. 여러번도
퉁이 2009.10.12 23:09  
그래요 ... 그럼 저도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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