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사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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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룹디

오후의 사원에서

참새하루 13 901
미얀마의 만델레이 부근
어느 조그만 사원
너무 외진 곳이라 사람도 없고 조용한 오후
그저 한가로이 혼자 이리 저리 둘러보던중에

어느 사원안 
어두운 사원의 열린문으로
오후의 햇살이 살짝 비치는 중에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던 스님을 보았습니다

사광으로 눈부시게 퍼지던 빛과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스님
참 경건하고 평안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가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무릎을 꿇었던 이유는
너무도 적막한 이 사원 안에서
분명히 셔터소리에 스님이 제가 사진 찍는것을
인지하고 저를 보았을때 최소한 건방지지 않게 보이기 위해서...^^
예의를 갖추고 있으니 몰래 촬영을 용서해 달라는 의미에서 ...

그리고 스님의 편안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단 한컷만 찍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일단 사원안이 너무 어두웠습니다

줌 최대 70mm 당기고
조리개 최대개방 F2.8
ISO는 노이즈 감수하고 800까지 올렸지만
셔속은...절망수준....
손으로 들고 찍는 최소한의 셔속인
1/40초로 고정한뒤에 흔들릴것을 각오했습니다
왜냐 하면  단 한컷으로 승부를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스님이 저를 인지하면 캔디드 인 만큼
두번째 챤스를 얻을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두번째 샷을 허락받는다 해도
저렇게 자연스러운 표정을 얻을지도 의문이 었기에...
마른침을 삼키고...
잔뜩 긴장한 상태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찰칵! 그런데...
스님은 분명 셔터 소리를 들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아마 처음부터 제가 사원을 들어설때 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독서삼매경에 빠져 듣지를 못한건지
아니면 관광객들의 호기심 어린 렌즈의 모델이 되는것에 익숙해진건지
그도 저도 아니면
그저 이방인의 예고없는 방문에 관심 조차 두지 않았던건지
아니면 자신의 어떤 반응에 몰래 찍던 낯선 이방인이 당황할까봐
배려를 해준건지...

잠시의 침묵...그리고
조용히 목례를 하고 살그머니 뒷걸음으로 사원을 나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참 저에겐 영화의 한장면 처럼 인상적인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에서 확대해 보니
역시 엄청난 노이즈에 언더노출이었습니다 

언더노출은 포토샵에서 레이어 카피한 뒤에 스크린으로 모드를 바꾸어
몇번의 반복을 거쳐 조금씩 보정했습니다

노이즈는 처음으로 니트이미지란 소프트웨어를 써봤는데
과연 효과는 듣던대로 막강하더군요
니트이미지는 사용하기 간단하고 인터넷 자료실 어디서든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수 있는 이미지 보정 소프트웨어 입니다
덕분에 노이즈는 거의 날려보냈지만
디텔이 함께 날아간것은   감수해야 했습니다^^

세번째로 흑백전환 후에
따뜻한 오후의 빛 느낌을 주기 위해
포토샵에서 밝은곳은 노란색 어두운 곳은 블루로
듀오톤 효과를 주었습니다

스님의 얼굴표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것이나
언더노출, 흔들림,
니트이미지 사용으로 인한
디테일의 감소등 여러가지 미숙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제가 그 장소에서 가졌던 그 느낌때문에
아쉽기도 하고 애착이 가는 사진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여

참새하루
 
13 Comments
땡깡 2008.12.27 18:55  
조아요 ~~~~

그립습니다 ~~~~~~미얀마 ~~~~
개떡e 2008.12.27 19:30  
그때 그느낌그대로를 전해주는 좋은작품입니다.
어느작품이든 많은 아쉬움은 존재하겠죠..
한참을 바라보게되는 작품입니다.
바람1 2008.12.27 19:44  
촬영 후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게로군요. 뽀샵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중압감이 밀려옵니다.
오히려 힘들었던 암실에서의 보정 작업이 낭만으로 다가오려 합니다.
대굴령 2008.12.27 23:47  
진사의 예의와덕목을 가추신 참새하루님 게 경의를표합니다...
피사체를 사랑하고 존중하라...다시금 중얼거리게하는군요.
혼신을 다해 담으신 작품 너무좋네요...
바스키아 2008.12.28 10:18  
느낌좋네요~^*^ 적지않은 시간 보다 갑니다~
참새하루 2008.12.28 13:04  
회원님들의 격려에 힘이 나는군요^^

초보찍사 저의 실수중 많은경우가 너무 극단적인 조리개 개방이었습니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이 사진을 보고있으면
한가로이 숲속을 거닐다가 느닷없이 멋진 사냥감과 마주쳤는데
총알이 한방 밖에 없는 상황이 연상됩니다
그때 사냥꾼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말님 2008.12.28 22:23  
역시 내공은  실력과 장비만은 아닌거 같네요.. 이런 모습을 찾고 셔터를 누를수 있는 열정과

눈 그리고 모델(찍힌는 모든것)에 마음까지 이해하는 참새의 하루님의 사진  역쉬... 멋지네요

잘배우고 갑니다
노마의 봄 2008.12.29 10:59  
셔터속도와의 치열한 힘겨루기..
사진을 하는 동안 가장 큰 숙제입니다.
살이 빗발치듯 쏟아지는 전투에서 몸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갑옷과 투구를 벗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와 같을 거라는 느낌을 참새하루님 사진을 보며 받았습니다.
남자라면니콘 2008.12.29 11:40  
자세 부터가 고수임이 느껴지네요...
좋은 작품 잘 보고갑니다....

감자크로켓 2008.12.29 15:45  
참새님 사진 늘 잘보고있습니다~ ^^
어두운 조명여건에서도 말씀하신 느낌이 잘 살아 있는듯하네요~
참고로 니트이미지는 쉐어프로그램은 아닙니다.
크랙버전 또는 데모버전이 돌아다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전(또는 요즘) 타사이트 게시판에서 프로그램관련 약간의 문제와
논란들이 많은듯하여 몇줄 남겨봅니다. 태클아닌거 아시죵? ^^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도 늘 건강히 좋은추억 만드시는 여행되시길
바램하여 봅니다.
참새하루 2008.12.30 09:10  
감자크로켓님 쉐어가 아니었군여^^
하여간 어떻게 쓰는줄 몰라서 그냥 막써봤는데
효과를 가감할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못찾겠더군요
너무 한번에 강한 효과주니까 질감들이 다 사라져서
전부 반질한 풍선같이 보이네요^^
하여간 감사드리고요 모든분들 새해 송구영신하십시오
감자크로켓 2008.12.30 17:44  
참새하루님~
전체적인 노이즈를 줄이실려면 포토샾에 리듀스노이즈 필터를 이용하셔도 쉽구요~
부분적으로 하실려면 포토샾에서 부분선택하신다음 니트에서 윗부분에 노이즈필터셋팅 들어가시면
오른쪽에 레벨설정메뉴가 있습니다. 보시면서 알맞은 수치를 주시면 될듯싶어요~^^
노블리스트 2009.01.07 14:01  
항상 감동의 사진과 감정의표현이 그날 그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느낌이들 정도로
리어리티합니다..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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