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기다리는 안나푸르나
히말의 트레일에서는 일찍 일어납니다.
보통 다섯시면 눈을 뜨지요.
저녁을 여섯시 정도에 먹으면, 여덟시까지 잠들지 않고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저녁 먹었으니 꼭 해야 할일은 끝났고,
전기 없으니 할수 있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자 버리자니 너무 이르고,
종일 걸었으니 절로 내려 앉으려는 천근의 눈꺼풀을 아무리 떠받치고 있어도 여덟시까지는 못 버팁니다.
그렇게 잠든 모두는 사실 다섯시까지도 못 자고
그 전부터 뒤척이다 다섯시 정도엔 일어나는 겁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의 아침은 더더욱 일찍 눈이 떠집니다.
새벽에 알현해야 한 존재들이 있으니까요.
세시 정도부터 꼼지락 꼼지락,
저만이 아니고 저 건너편 프랑스 아이들도 꼼지락,
제 옆의 친구만 아직 드르렁입니다.
떨쳐 일어나 숙소 뒤편의 전망대로 향하니
여명도 없이 어두컴컴한 저 낭떠러지 앞에 벌써 두셋은 서성이고 있습니다.
있는대로 옷을 껴입고, 손을 주머니에 쿡 찌른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주봉보다도 오히려 더 주인같은 남봉과 그 오른편의 주봉이 아직 어둠 속에
빛도 없이 자기가 이고 있는 만년설만으로 자신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봉은 베이스캠프의 방위로는 정서에 위치해,
해가 뜨면 정면으로 태양을 받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여명이 보이기 시작하니 가장 먼저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해가 뜨니 8천미터, 7천미터의 봉우리부터 밝아 옵니다.
아래 오른쪽이 지구에서 8번째로 높은가요, 12번째인가요 안나푸르나 주봉입니다.
그 아래 사진의 왼쪽 보무당당하게 선 봉우리가 남봉입니다.
모두들 멍하니 서서 입까지 벌리고 있습니다.
추워 죽겠으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