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체에서 시가체까지의 짧은 이동에 만난 티벳 전통 경마축제
티벳에서 보낸 두번째 밤은 고도 4,350미터의 라체에서였습니다.
밤늦게 도착해 서둘러 저녁먹고 추운 방에 꼬부려 자고는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둘러 봅니다.
히말라야 안에 급조된 도시란 느낌입니다.
아마도 주변 도시와의 접근성 때문에 조성된 도시일텐데, 기존의 마을이 있긴 했겠지요.
사는 사람은 몇 되어 보이지 않는데도, 차도 한대 다니지 않는 도로는 겁나게 넓게 닦아 놓았습니다.
하루 묵은 호텔은 참 티벳스럽습니다.
알록달록...
티벳의 건물 색깔과 티베탄 여자들의 전통 복색에 시린 빨강, 파랑, 초록 등의 원색이 많이 사용된 것은 아마도 옛날부터 가장 많이 본 색이어서겠지요?
라체를 나서서 이날의 목적지인 티벳 제2의 도시 시가체까지는 고작 두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첫날 너무 달린 거죠.
시간 많겠다, 일정 짧겠다, 이런 한가로운 우리에게 제대로 딱 걸렸습니다.
한시간 쯤 버스로 달린 후에 느닷없이 도로를 점령한 양과 염소, 소떼에 묶여 마냥 기다리고 있던 눈에 저 쪽 길 옆에 빨간색 풍선 두개가 둥실 떠 있는 게 보였고,
해마다 8월에 도시마다, 마을마다 열리는 전통 경마축제를 한다는 가이드의 대답에
모두 복창, "저기로 버스 들이 대~"
예정에 없던 경마축제 구경을 합니다.
축제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입니다.
새파란 하늘, 새하얀 구름, 샛노란 유채밭
경마축제에 말은 안 보이고 동네 사람들만 그득합니다.
경마가 그 경.마.가 아니었을까요?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축제고,
우리는 들떠 있는데요.
한참 행사를 하는데도 아직 들어오는 사람들 많습니다.
경운기에 할머니, 애들, 때깔 곱게 차려입은 아줌마들 잔뜩 싣고 들어오는 행렬이 계속 꼬리를 뭅니다.
얘는 모두 신나서 지켜보는 행사들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혼자 계속 떠돌며 제 시야에 들어 옵니다.
서양애들은 저런 남의 행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지들끼리 저렇게 저글링하면서 키득대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얘 이름이 뭐더라.
호주 애고, 목소리 겁나 큰 앤데.... 페이스북 뒤지면 이름 나올텐데, 건 귀찮고..
제 요즘 기억이 이렇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나이들어 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