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 직전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더 이상 지금처럼 살 수 없는 막다른 지점에 도달했구나,
한 발 제껴 디딜 곳이 없구나...
나름대로 잘 살아 왔다고 믿고 있었는데
문득 둘러보니 막다른 지점에 도달해 있었어요.
삶이 자연스럽게 흘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폐쇄적인 자기 복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김형경 /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中
세상에는 서서히 미쳐가는 사람들도 있는 거 아닐까요?
서서히 병들어가다가 폭발하는 사람 말예요.
줄기가 뻗어나가다가, 한없이 뻗어나갈 듯하다가,
그 끝에서 거짓말처럼 꽃이 터져나오듯이..
글세, 이 비유가 걸맞는 것 같진 않지만..
그런 식으로 터져버리는거죠.
그래요, 오래 잘 참은 사람일 수록 더 갑자기.
검은 사슴 / 한강
언제부턴가 나는 만나서 즐거운 이야기만 하고,
궁상떨지 않고 시간되면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신사숙녀적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만남이 아니라면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우정도 사랑도 질긴 연대감도 없는,
그저 공허한 만남과 흩어짐을 되풀이 하면서...
날씨가 좋아요 / 황주리
그렇게 아는 사람을 교체해간다.
낯선 사람들 속에 자신을 내던져보던 난.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그저 눈을 뜨면 닥쳐오는 그날그날을
혼자서 어떻게든 헤쳐 나간다.
혼자 있기 좋은 날 / 아오야마 나나에
나는 누군가를 나와 튼튼히 연결해두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
혼자서 살아보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한 번은 자신이 먼저 떠나보고 싶다.
혼자 있기 좋은 날 / 아오야마 나나에
깨끗하게 연을 끊고 누구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또다시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겠지.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면, 파국을 맞이하고 있겠지.
그 의미 따윈 생각하지 않고 그저 되풀이하고 있다보면
인생도 결국 끝이 나게 될까?
혼자 있기 좋은 날 / 아오야마 나나에
아침에 눈떴을 때 갑자기 숨이 막힐 듯 답답 할 때가 있다.
내 방에 흐트러지 옷 가지들. 구석구석 쌓인 먼지들.
심지어 침대와 오디오가 놓인 자리.
화장대 위의 화장품과 악세사리가 놓여진 모양까지.
날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러할 때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치열한 내 삶의 흔적들이다.
익숙하나 낯설다.그리고 애처롭다.
내가 만들어낸 내 삶의 영역들 그 속에서
오늘도 나는 아프다. 그리고 살아간다.
Monami Makaru / 모두 아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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