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라의 크레바스 넘어
귀엽다. 펭귄같아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그가 한 첫마디였다.
저게 귀여워?
저 사람들은 목숨걸고 건너고 있는데???
생전 처음 크레바스를 건너는 그 사람들의 긴장되고 조마조마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생각으로 확대한다.
확대한 사진의 그들은
펭귄같이 귀여웠다.
저기 얼음 꺼진 곳에 발을 디딜 때의 조마조마함
발자국만을 따라가야 하는 조급함
살아 처음 느껴보는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낯선 공포감
보는 이에게 펭귄같이 귀여운 그들의 뒤뚱거림이,
뒤뚱거릴 수밖에 없는 그들에겐 온 신경이 곤두서는 전율이라는 것이
사진으론 안 보인다.
그냥 줄 지어 가는 귀여운 펭귄들만 있다.
크레바스 몇개를 건넌 그 귀여운 펭귄들은
하얀 눈 위에 알록달록 이어진 점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여유로와 진 걸음을 옮긴다.
마치 줄지어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