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의 오아시스, 칵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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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의 오아시스, 칵베니

노마의봄 6 1204

칵베니는, 안나푸르나 써킷 트렉에서 갈라지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티벳 국경까지 이어지는 상무스탕 upper mustang 으로 들어가는 관문입니다.

또한 칵베니는 상무스탕에서 발원해 잠솜을 지나 네팔을 두루 거쳐 인도로 들어가 강가 Ganga 의 지류가 되는 히말라야 안의 대표적인 강인 칼리 강다키 Kali Gangdaki 강이, 토롱-라 thorong-la 에서부터 묵티낫 muktinat 계곡을 거쳐 내려온 지류와 합류하는 지점입니다.

칵베니는 서쪽이 파핫으로 막힌 계곡의 교차로입니다. 깊이가 적어도 300미터 이상 되는 묵티낫 계곡과 칼리 강다키 강이 만나 골이 합쳐지는 지점이어서 오전엔 잠잠하다가도 오후만 되면 밤늦게까지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지요.



여장을 푼 숙소는 뉴아시아 new asia 호텔.

트레킹 일정 중에 만난 숙소 중 최고의 숙소입니다.
하룻밤 300루피의 가격에 비해서는 모든 것이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욕실의 더운 물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침대 머리맡의 창으로 닐기리 히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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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가족들이 모두 친절하고 다정합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여기서 하루 더 묵으며, 그 다음날 화려한 닐기리 히말의 일출을 보게 됩니다.



칵베니는 티베탄 중에서도 강인하고 용맹하기로 소문난 그릉족 gurung 마을입니다.

네팔 출신 용병을 구르카 gurkha 라 합니다.

원래는 마나슬루 히말 manaslu 이 있는 네팔의 75개 district 중 하나인 고르카 gorkha 출신인들을 부르는 말이었다가, 지금을 네팔 출신 용병을 이르는 말이 되었고, 네팔 육군 자체를 구르카라고도 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구르카가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해 지니 네팔 육군이 그 이름을 차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구르카가 세계 무대에 알려진 것은 인도군의 구르카 연대와 영국군의 구르카 여단이 알려지면서랍니다.

일화이긴 하지만, 브리튼 제국이 인도를 먹으며 가장 세계적으로 영토를 크게 확장할 당시, 인도 북동지역의 조그만 나라인 네팔왕국을 덤으로 먹으려 가벼운 마음으로 침공했다가 당시로는 최첨단의 개인화기로 무장한 세계 최강 영국 육군이, 칼 들고 상대하러 나온 네팔의 농부들에 의해 자그마치 800여명이 전사했답니다. 이 때, 네팔 민간인 전투원의 피해는 500여명 전사.

이때, 구르카들이 들고 싸웠던 칼은 쿠쿠리 khukuri 라고 하는데, 이 칼도 구르카만큼이나 유명해 졌습니다. 레지던트 이블인가요? 얼마전 방콕 다녀오는 버스에서 봤는데, 거기 여주인공이 들고 좀비들 썰어대던 날쪽으로 꺾어진 칼이 바로 이 쿠쿠리입니다.

이후, 2차대전 당시 아시아 전선 곳곳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운 연합국 영국과 인도군에서 구르카가 눈부신 활약을 했답니다.

한때 인도군의 참모총장을 지낸, 영국인 야전 사령관 샘 마넥쇼 Sam Manekshaw 가 공식석상에서 구르카에 대해 언급한 말이 아주 유명해 졌다고 합니다.

"누군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구르카다."
"If a man says he is not afraid of dying, he is either lying or he is a Gurkha."

이 구르카로 인도, 영국, 프랑스, 중동 국가들의 용병으로 나가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람들 중 압도적인 숫자가 그릉족 사람들이랍니다.

뉴아시아 호텔의 안마당에서는 내가 들어간 12시부터 안주인의 시어머니로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베틀에 앉아 일을 하고 계셨는데, 씻고 빨래하고 한숨자고 나가 동네 구경하고 들어와 저녁 먹으러 방에서 나오는 오후 7시까지 베틀질 소리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역시 그릉족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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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띠리가는 길을 묻자 모두 말리더군요.
지금은 바람이 많이 불어 위험하다고. 바람이 불어 위험해? 얼마나 불길래?
바람불어 위험하니 거기 가지 말고, 옆에 있는 골든 힐 golden hill 에나 다녀 오라네요.
골든 힐의 현지 이름은 잊었습니다. 당연히 그럴거라 사진을 찍어 뒀었는데......



칵베니는 전형적인 고산마을입니다.
마을과 밭의 돌을 쌓아 경계를 했고, 마을 안의 길도 대부분 돌을 깔아 만들어 놓았습니다.
골목의 넓이는 3미터를 넘지않고 골목은 미로처럼 교차로와 머리위로 집이 있는 터널들이 많습니다.

마을 안에 세군데 정도의 신단이 있고, 신단 옆엔 공동수도가 있어 사람들이 모입니다. 개, 소, 말, 염소, 닭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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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가까와서일까요?
고산마을 아낙들의 복장엔 알록달록 무지개색이 많이 덧대어 있습니다.



마을과 밭을 돌아 꼬불꼬불 골목을 가다보니 사원을 지나 작은 초르텐이 서 있고, 더 이상 집이 없습니다. 여기가 마을의 끝입니다.
표지판이 달려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상무스탕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ACAP 트레킹 허가 외에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가 없는 사람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이 곳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당신이 묵고 있는 숙소에 허가번호와, 이름 등의 인적사항과 함께 알리고 가십시오.>

상무스탕을 여행하려면 미화로 500불이랍니다. 어마어마하죠. 그것도 열흘간. 더 있으려면 더 내야 된다네요.

더 이상 갈수 없다는 저 너머에 띠리 tiri 가 보입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도 어차피 허가없인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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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저녁먹고 잠자리에 듭니다.
히말에서는 밤에 자는 것 외에 할 일이 없거든요.

레스토랑도 저녁 8시면 장사 끝내고 불끄니, 방에서 바람소리 들으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날 생각으로 자야 합니다.



밤새 바람소리 지치지도 않습니다.



6 Comments
말님 2009.09.29 12:13  
호텔에서 바라본 히말을 보니 사진으로 봐도 가슴이 벅찬대 진짜보면 눈물나겠는데요.ㅋ.어쩜 저리 하늘이 파란지
위에 들려주신 일화 이런얘기 정말 좋아합니다 전장에서 싸운얘기 이런거 ㅋ 구르카라는 칼이 유명하긴해요
제가 가끔즐겨하는 슈팅게임에서도 구르카용병이 사용하는 검이 오래되어도 인기가 좋거든이요 ㅋ
마을풍경은 할머니와 아이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예전농촌풍경이랑 많이 닮아 정겨워 보이는데요

아 여행가고 싶다~~~~ㅡㅡ;;
노마의봄 2009.09.29 14:17  
저도 주워들은 얘기예요. 거기서.
여행 계획할 때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요...
말님 2009.09.29 20:45  
ㅋㅋ 전 요즘은 계획도 못세워요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지요
참새하루 2009.09.30 03:46  
노마의 봄님 사진과 여행담에 하권의 여행 사진집처럼 느껴집니다
저 아름답고 멋진 사진들을 보는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도난사건이후로 모든 사진자료를 잃어버렸으니
안타까울뿐이네요
노마의봄 2009.09.30 09:57  
자꾸 일깨우지 마세요... 그래도 거의 진정단곕니다.
태평무 2009.10.01 19:21  
여행!! 말만들어도 흥분되는 두글짜 네요
멋집니다  사진찍는사람이 보이는것같네요  좋은사진 구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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