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초대
박타푸르의 네와르족이다.
그 집에 도착해 거실에서 기다리면서 거실에 있는 안주인의 사진을 보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길지 않은 네팔생활 4개월째이지만 이런 미인을 사진으로라도 처음 보아서였다.
잠시 후, 안주인이 티카를 소반에 담아와
내 이마에 찍어주고 축수한 후, 귤 하나와 20루피를 주신다.
네팔의 인사법인지 네와르 족의 인사법인지는 모르지만, 이곳 사람들은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선물을 줄 때는 항상 돈을 함께 주는 걸 보았다.
물론 내가 돈을 받기는 처음이다.
내 이마에 네팔 사람이 티카 찍어 준 것도 처음이지만.
저녁에 이댁 아저씨 손님들께 안주인이 선물 줄 때는 100루피씩 주더라.
나는 20루피짜리였던 거다.
나를 초대한 이는 이댁 넷째 아들 밀란 선생이다.
밀란 선생은 카트만두에서 타칼리족 부인과 함께 타칼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낮에는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 하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외국의 기부자들을 연결해 공부시키는 ngo 히냅에서 영리사업으로 하고 있는 일본어 학원에 자원봉사 강사로 출강하는 34살의 정신 건강한 청년이다.
이날은 밀란 선생의 부모님 50주년 기념, 즉 금혼일이었다.
나에게 20루피와 귤을 주고, 티카를 찍어준 분은 다름아닌 금혼식의 주인공이자 밀란 선생의 어머니셨다.
처음 초대받은 네와리족의 가족잔치에 기대에 부풀어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밀란 선생은 얼마든지 그러라고 했지만,
정작 그 댁에 머무는 동안 카메라는 몇번 꺼내지도 못 했다.
아무도 눈치를 준 이는 없지만, 카메라를 꺼내들고 남의 잔치에 여기 저기 쑤셔대며 사진을 찍은 경박한 외국인의 모습은
무척 실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나마 식사 전, 기념케익 커팅을 할 때 밀란 선생이 손님 모두가 있는 앞에서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 못 이기는 체
찍은 사진이 있다.
젊어 미인이셨던 그 분은 맨 위 사진으로부터 42년이 지난 아직도 참 고우시다.
손님으로부터 바로 갈아입고 선보여 달라는 요청과 함께 선물받은 사리를 입고 손님들 앞에 나타나실 때는 아직 수줍어하는 기색도 역력한 참으로 고운 할머니시다.
비록 밀란의 아버지께서 잔뜩 떠 주시고 코앞에 아예 버티고서 다 먹으라고 하는 통에 꾸역꾸역 다 먹고, 카트만두에 돌아오자마자 체해서 죄 토해 버리긴 했어도 기분좋은 잔치 초대였다.
저 위 곱디고운 새댁의 뱃속에 들어있던 콩알만하던 아기가 벌써 커 34살의 어른이 되어, 자기 아들과 함께 어머니, 아버지의 50주년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
참 좋다.
그러고 보니 내 어머니 아버지도 이제 삼년 밖에 안 남았네.
그 때까지 이분들처럼 건강하셔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