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할수있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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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할수있는것

미네 1 1124
인천 공항엘 갔다. 이착륙 시간표를 바라보며 상상한다. ‘LED’는 북국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이고, ‘IST’는 술탄의 나라 이스탄불이며, ‘HKT’는 에메랄드빛 산호바다가 펼쳐지는 타이 푸껫이다.

비행기 탈 일도 없는데, 자꾸 공항엘 간다. 각진 제복을 입은 기장과 승무원이 자랑스럽게 걸어나가고 탑승권을 쥔 승객들은 흘끗거리며 줄을 서 있다. 그 틈에 끼어 비행기 구경을 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신다.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비행기들도 공항에서 쉰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민첩한 기계. 보들레르가 노르망디 항구에 정박한 대형 선박을 가리켜 “거대하고 광대하고 복잡하지만 민첩한 생물, 활기가 넘쳐나는 동물, 인류의 모든 한숨과 야망에 괴로워하며 숨을 몰아쉬는 동물”이라고 했다는데, 비행기도 그러하다. 공항은 그런 비행기들이 품고 온 곳곳의 냄새들로 가득하다. 뉴욕에서 날아온 비행기에는 ‘빵빵’대는 노란 택시의 소음과 프레리(북아메리카 대평원)의 옥수수 냄새와 베링해에서 비행기를 빤히 쳐다보던 바다사자의 표정이 묻어 있다.

그래서일까? 세계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을 펴내는 배낭여행가 토니 휠러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정직하게 말하자면, 공항의 탑승 라운지입니다.”(토니 휠러, <나쁜 나라들>)

공항은 경계에 있다. 우리가 사는 ‘여기’를 떠날 때 지나쳐야 하고, ‘여기’에 돌아올 때 부딪혀야 한다. 현실의 출구이자 꿈의 입구이고, 꿈의 출구이자 현실의 입구다. 세상의 문턱에서 빠져나와 여행을 기다리는 곳이 공항이다. 아무 곳에도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공항에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공항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다.

상주 인구 3만2천~3만5천명. 울릉도 인구의 세 배가 넘는다. 하루 7만~10만 명을 태운 비행기들이 날고 내린다. 인천공항은 차라리 하나의 도시다. 없는 게 없다. 인천공항을 구석구석 뒤져 지혜롭게 이용하는 법을 찾아봤다.

■ 걸어 다니다가 지쳤다=공항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자그마치 1㎞다. 헤매다 보면 다리가 퉁퉁 붓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는 동편에, 외국계 항공사는 서편에 자리 잡았다. 출입구(게이트)도 마찬가지다. 국적 항공사를 타면 공항버스의 첫 번째 정류장에서 내리고, 외국계 항공사는 두 번째 정류장에서 내릴 것. 주차장도 각각 동편, 서편에 주차한다.

■ 비행기가 연착됐다. 편안히 자고 싶다=워커힐이 운영하는 환승호텔이 4층에 있다. 호텔 관계자는 “손님의 99%는 외국인”이라며 “미국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 이튿날 러시아 동부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러시아인 환승객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고 이용 못 할 게 없다. 공항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자는 낮잠은 낭만적이다. ‘가격 대비 성능’도 나쁘지 않다. 스탠더드 룸 기준 6시간 4만5천원(세금별도). 환승호텔 옆 마사지 센터에서는 마사지를 받거나 샤워를 할 수 있다. 아로마 마사지 12만원(70분), 몸·발 마사지 6만원(50분), 사워 8천원, 음료·커피 2500원.

■ 돈은 없고, 구석에 박혀 쉬고 싶다=인천공항은 세계적으로 ‘의자가 많은’ 공항의 하나다. 공항 설립 당시 면세점·음식점 등 상업시설 면적을 최소화하고 공용 라운지 공간을 늘렸기 때문. 그래서 가장 붐비는 시간대인 아침 7~9시, 낮 11~12시, 오후 5~7시에도 자리가 넉넉하다. 그래도 조용한 곳을 원한다면, 항공사 라운지가 몰려 있는 4층으로 올라가라. 동·서편 마사지 센터 가는 길에 놓인 기다란 소파는 아는 사람만 아는 ‘휴식의 명소’다. 4층 동·서편에 각각 기도실이 있다. 빨간 방석이 깔린 긴 의자가 15개 있고 코란과 성경이 비치돼 있다. “종교 활동 이외의 목적으로는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지만, 기도를 하다가 잠에 빠져드는 여행객들도 있다.

■ 라운지를 이용하고 싶다=항공사 귀빈 회원이 아니어도 좋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에프(KTF) 회원은 4층 동편에 있는 라운지를 찾아가도 좋다. 스낵과 음료수가 제공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리더스클럽이나 티티엘·팅 브이아이피 카드를 소지해야 하고, 케이티에프는 멤버십 카드가 있어야 한다. 무선인터넷 가능. 면세구역 밖 2층 중앙의 현대카드 브이아이피 라운지는 현대 다이너스 카드 회원이 이용할 수 있다.

■ 밤늦게 도착했는데, 지방에 가는 버스가 끊겼다=서울로 가는 공항버스는 대부분 밤 11시까지 운행되지만, 지방행 시외버스는 이보다 일찍 끊긴다. 이럴 땐 지하 1층 동편 사우나에서 밤을 보낸다. 눈을 붙일 수 있다. 1만5천원. 저녁 8시30분 이전에는 1만원.

■ 그냥, 인천공항에서 놀고 싶다=탑승권이 없는 사람에게도 인천공항은 훌륭한 놀이터다. 출발층과 도착층의 중간인 2층은 공항 직원들이 한가롭게 앉아서 쉬는 곳. 공항에서 가장 조용한 곳으로 가 책을 펼쳐도 좋다. 4층 중앙의 파노라마 라운지에선 활주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김치찌개와 떡갈비 스테이크 등 동·서양 요리를 비교적 ‘고가’인 1만 원대에 판다. 밤 9시에 닫는다. 지하에는 웰리앤푸드 등 저렴한 음식점들이 있다. 비빔밥 7천원, 콩나물국밥 5천원. 잡화 가게에 딸린 스낵코너는 동네 분식점 분위기가 난다. 삶은 달걀 세 개에 1천원, 라면과 김밥 2500원.

■ 알아두면 편한 것들=25·29번 게이트 옆에 놀이방이 있다. 놀이기구와 대형 텔레비전, 수유실을 갖췄다. 놀이방 옆에는 소형 물품 보관함이 있다. 가방은 여기에 넣어두고 쇼핑을 즐겨도 좋다. 근처 종합안내 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기면 무료로 열쇠를 준다. 출국 당일 아침 6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이용 가능.
1 Comments
2글 2007.08.07 08:50  
  라운지 옆에 오락실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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