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형의 ‘여행과 사람’] 근자열 원자래 近者說 遠者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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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형의 ‘여행과 사람’] 근자열 원자래 近者說 遠者來

미네 3 1117
[금기형의 ‘여행과 사람’] 근자열 원자래 近者說 遠者來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을 찾는 왕이 있었다.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신하들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 이런 차에 시종 중 하나가 천금을 주면 반드시 천리마를 구하겠다고 했다. 천금을 갖고 길을 나선지 몇 달 만에 천리마를 찾아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흥정을 마치자마자 그 말이 죽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죽은 말의 뼈를 천금에 사고 왕성으로 돌아왔다.

이에 왕은 천리마라 해도 숨을 멈춘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더욱이 그 뼈를 사는데 천금을 낭비한 것을 꾸짖고 벌을 주려 했다. 이에 신하는 ‘왕께서 천리마의 주검도 이처럼 후한 가격으로 사들였다는 것이 널리 퍼지면, 반드시 좋은 말을 갖고 오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신하의 답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 왕은 처벌을 참시 유예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과연 신하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천금매골(千金買骨)’의 소문을 들은 명마의 주인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고 왕은 마침내 그렇게도 원했던 천리마를 갖게 됐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재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마치 나무가 새를 택하는 것이 아니고 새가 나무를 가려서 앉듯 현명한 자는 자기를 알아주고 키워 줄만한 사람을 가려서 섬긴다.

그러면 어떻게 인재가 오도록 할 것인가? 자신의 이상을 펼치고자 천하를 주유하는 공자에게 소국의 제후가 인심을 얻고 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치국의 도를 묻는다.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 (近者說 遠者來)’ 라고 답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즐겁고 기쁘게 하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기꺼이 몰려온다고 하였다. 세상의 이치가 이와 다름이 없다. 간혹 혹세무민하듯 일시적으로 허명을 떨치고 인기에 연연하는 자가 적지 않으나, 대부분 겨우 작은 성공에 오만하고 진실치 못하다 보니 오래지 않아 오명만 남긴 채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옆에서 자주 접하는 동료나 손님들을 진실하게 대하고 만족스럽게 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그 소문이나 평판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백락의 일별’과 같은 감인지재를 갖춘다면 가희 금상첨화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무에 깃들고자 하는 모든 새가 봉황이 아니듯, 이 가운데는 능력의 크고 작음에 따라 홍곡(鴻鵠)도 있고 연작(燕雀)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락의 일별’이란 옥석을 구분 할 수 있는 재주를 말함인데, ‘백락’이라는 이는 아무리 많은 말무리 속이라도 숨어있는 천리마를 한눈에 찾아내는 재주로 그 이름이 높았다.

그러기에 세상 사람들은 백락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가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이를 알아볼 수 있는 백락은 항상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명마의 천품을 갖고 있어도 말 주인이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여느 말과 마찬가지로 마구간에 묶어 놓은 채, 평범한 말이 먹는 먹이 정도나 주며 짐 부리는 노역에나 쓴다면 그 말은 더 이상 천리마가 아니다.
3 Comments
노블리스트 2008.12.23 00:29  
나를 두고 얘기 하는것 같네요......
쨈포도 2008.12.23 11:34  
새삼 돌아보게 되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당.......
앤디훅 2008.12.25 11:22  
중여동에서 보고 또 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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