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앙짠-징홍 기차여행
라오스-중국 기차가 개통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이번에야 겨우 기차를 타고 중-라 국경을 통과해 보았다.
우선, LCR(Laos-China Railway) 사이트에 가입하여 위앙짠-징홍간 티켓을 예약했는데, 예약은 약 2주전의 티켓부터 받고 있었다. 1등칸 1,459,000 낍, 2등칸 909,000 낍. 나는 1등표를 예약하였다. 나중에 은행계좌를 확인해 보니, 101,044원이 결제되었다. 왕복표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징홍-위앙짠 티켓은 No Ticket이라는 문구만 뜬다.
그러면, 징홍에서 루앙남타까지는 버스로 오고 남타-위앙짠간은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남타 공항이 지난해 홍수 이후로 아직 복구가 되지 않아 운행 정지 상태라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징홍-훼이싸이-치앙콩-치앙라이-치앙마이를 거쳐 파타야로 오기로 하고, 치앙마이-우타파오간 항공편을 예약하였다. 70,884 원.
LCR 사이트에서 기차표를 예약하면 QR 코드가 뜨고 이것으로 기차역에서 종이 티켓으로 교환을 해야 하는데, 여행사에서 단체여행객들의 여권을 수십장씩 들고 오는 바람에 교환하는데 약 30분 정도가 걸렸다. 08:08시 정시 출발. 작년에 탔었던 징홍-쿤밍간 기차는 좌석이 비행기 비즈니스석 과 비슷했었는데, 이번 기차는 그저 좀 넓고 푹신한 정도..승객은 거의 중국인들..
기차 바깥 구경에 기대를 걸었으나, 거의 선로만 겨우 깔 정도의 넓이로 토목공사를 해서 보이는 것은 바로 옆으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나무, 산 비탈, 터널 뿐...그저 빨리 간다는 것 하나뿐, 기차여행의 낭만을 느낄만한 공간은 없다. 라오스 수탈을 위한 일대일로 정책의 한 수단이라고나 할까...이럴바에는 차라리 비행기로 위앙짠-남타(요금 $50 내외)로 온 후, 버스를 타고 운남성으로 들어오는 편이 훨씬 여행다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11:20분경 보텐(磨丁, 루앙남타)역에 도착하여, 모두 차에서 내려 역사안에 차려진 임시이민국에서 라오스 출국신고..1시간정도 후 다시 승차하여 10분만에 중국 모한(磨憨)역에 도착하여 중국 입국 신고..이때 시차로 인해 1시간 땡겨짐.15:10분경 징홍 도착.. 도착하자마자 훼이싸이행 티켓을 사기 위해 난짠(南站)으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시내까지 택시비 12~13위엔 정도..
그러나 난짠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고, 나는 일단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오랫만에 만나는 객잔 종업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징홍~위앙짠간 기차표가 매진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 친구는 잠시 핸드폰을 보더니, "표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한다. 어느 사이트냐고 묻자, 웨이신이라고 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징홍~위앙짠 기차표가 분명히 남아 있다고 한다. 다음 날, 기차역으로 가 보니, 전광판에 1주일 분량의 기차표 예약현황이 쭉 나오는데, 징홍~위앙짠 표는 일주일 내내 0이라고 뜬다...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이왕 온 김에 물어나 볼까 하고 창구직원에게 물어보니 징홍~위앙짠 표가 딱 1장 남았다고 한다. 나는 중국에 와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표를 끊었다. 1등표 483 위엔...덕분에, 치앙마이-우타파오 티켓 70,884원은 꼼짝없이 날려 버렸다. 일정을 변경하여 사용하려고 했으나 그럴 경우에도 페닐티가 거의 70,000원이나 된다.
위앙짠행 기차도 올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빨리 가지 않아도 될 여행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기차...11:30 정시에 출발하여 모한에서 중국 출국 신고, 보텐에서 라오스 입국 신고후 16:50분 위앙짠 도착.
기차역에 내려 보니, 딸랏싸오까지 가는 12번버스가 없고, 그 대신 소형버스가 호객을 한다. 30,000 낍. ..구런데, 이 버스가 또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손님을 한 차 가득 싣고 출발하여 태국행 기차역에서 한 무더기가 내린 후 다시 딸랏싸오로 향하는데 웬지 가는 길이 이상하다. 기차역에서 딸랏싸오까지는 40분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만한 거리인데, 1시간이 넘도록 좁은 이면도로를 꼬불꼬불 달리면서, 생다라 헬스장을 지나고 동팔란을 지나고도 끝없이 달린다...불안한 기분으로 차밖을 보니 남푸앞을 지나치는 것이 아닌가!..이게 머선 일이고!!...깜짝 놀라 어어 하는 사이에, 버스는 왓미사이 앞을 지나 강변도로로 향하고 있었다...나는 숙소가 마침 왓미사이 부근이라, 큰소리로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리면서 승객들에게 지금 이 버스가 시내를 뱅뱅 돌고 있다는 표시를 했지만, 승객들은 모두 초행길인지 눈만 껌뻑이고 앉아있을 뿐...
버스기사가 약을 먹었는지, 아니면 초보운전자라 길을 잘 몰랐는지, 아니면 인신매매 조직인지....다행히 "라오스에서 집단 인신매매"라는 뉴스가 나오지 않는걸 보면 인신매매는 아닌것 같기는 하다...이튿날, 농카이행 버스를 타기 위해 딸랏싸오 매표소를 갔을 때, 창구직원에게 매니저를 불러 달라고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매니저는 운전기사를 불러 자세히 알아 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